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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설거지는 할 만한데 요리를 못 해 먹겠다”했고 나는 그 발언에 정확히 반대로 공감했다. “요리를 하면 음식이 생기잖아, 그런데 설거지를 하면… 무엇도 생기질 않잖아. 그래서 싫어. 재미도, 성취감도 없고” 싫은 이유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문장 중에서 내 마음을 정말로 대변하는 것은 한 마디도 없었다. 화제가 전환되는 와중에도 남은 변론은 혀 위에서 쓴맛을 남긴다. 나는 어쩌다 설거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나. 그것은 숙제였다. 4월의 캠퍼스는 어떤 불행도 침입할 수 없는 별세계여서 나는 공연히 머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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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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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윤은성 결국 아무도 없는 장소를 생각해내지 못했다.역 근처 공원들은 모두 같아 보인다.내가 새를 배웠을 때.내가 새를 배웠을 때.내가 눈앞에서 떨어지는 새들을 배웠을 때. 그 너머에 펼쳐진 건 먼지 낀 공기 속의 양평동이었다. 평평하고 텅 빈 손. 회색의 널따란활엽수 잎.···결국, 이라는 말 다음 잠깐의 침묵이 근처에 있었다. 결국 캄캄한 트렁크가 집어삼키고 있는 것 이것은 나의 기억인가, 당신의 전망인가. 묻지 않으면 당신을 만나지 않으면얼굴 속 새들이 죽게 될 것 같다.또뛰어야 할 것이라고생각해.미용실 앞의 얼룩진 수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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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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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방귀. 인간의 생리현상 중 하나로 소화를 마치고 생성된 부산물들이 가스 형태로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방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만 현대사회는 무분별한 방귀배출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봅니다. 그래서 저 또한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예의에 어긋난 사람이 돼버리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오늘은 방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약 2주 전. 제가 서울여행을 다녀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발생한 일입니다. 기차를 일찍 예매해둔 덕에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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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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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때에는 아직 봄이 아닌 모든 순간이 허송세월 같다. 여태 남아 있는 지난 해 미련과, 지키지 못한 새해 목표를 씻은 듯이 극복하겠다는 마음은 아침마다 의식처럼 그 날의 최고 온도를 찾아보게 한다. 2월의 공기에는 희망이 소문처럼 파다하다. 두꺼운 옷이 옷장으로 돌아가고 벚꽃이 피면 마법처럼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 작금의 삶은 어딘가 잘못되었고 계절의 흐름만이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맹신. 심란하고 싶을 때는 생각을 하면 된다. 아무 생각이나 하면 그만이다. 세 단계 이상 생각하는 행위는 우울을 알리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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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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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지스와프 백진스키의 1960~199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그로부터 자신이 분리된 듯 낯설어졌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예술창작에선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낯설게 하기(Viktor Shklovsky, 1917)를 사용하긴 하나, 내가 새롭게 느껴지는 이 일은 안녕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일은 종종 강제된 모험에서 일어난다. 긴장과 스트레스, 위험이나 압박을 심하게 받을 때. 또, 위기나 충격적인 순간에도 엄습해온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익숙한 태도로는 안 되는 것이다. 낯설음은 다르게 말해 비현실감, 그러니까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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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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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회계연도 대학회계 제3회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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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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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추운 겨울에 핀 복수초, 그리고 가장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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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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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첫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미련을 남기고는 하죠. 문득 작년 이맘때가 궁금해졌습니다. 2022 신년사를 찾아보니, 용맹한 흑호랑이의 기운을 닮아 세상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신년사는 어떨까요? 잔뜩 웅크렸다가 뛰어오르는 토끼처럼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내용이겠지요. 우리는 흔히 새해 목표의 초점을 성취에 맞추고는 합니다.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금연, 금주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거나 많은 책을 읽는 것처럼요. 이것이 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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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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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기 때는 약 3개월 전, 여름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한낮의 기온은 30도에 육박하고 가만 있는 것만으로 땀은 주륵주륵 쏟아졌고. 절정을 달리는 불쾌지수 속 저는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안 왔거든요. 시원하게 가고 싶어서 버스를 타려고 한 건데 버스를 타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니. 세상은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버스가 보였습니다. 드디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저는 한 가지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잠깐만 있어봐, 오늘처럼 더운 날에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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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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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호기롭게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마다 혼신을 다했지만, 늘 진정성보다 사리사욕으로 귀결되는 사업을 지켜봤다. 허망했다. 삶에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러면서 생존해나갈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포괄하는 업 중 온전한 직업은 흔치 않았다. 있어도 틈이 매우 좁았다. 그럼에도 투신해보고 싶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족과, 친구와 애인과 경제와……. 그런 것들을 모두 차치하고 선택한 일은 말이다. 겉으론 위풍당당했지만 속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불안했다. 종일 책을 펴고 공부하는데 진도가 끝나지 않았다.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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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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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밤과 나방들 박시현머리 뒤에는 나방이 붙어있다내가 아직 사람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뒷모습은 나방의 날개박제된 채 흔들거리는 먼지투성이 무늬너는 나를 뒷모습으로 기억했고우리의 마음은 아침밥과 악몽 사이에 끼여 있잖아 매일 배식되는 휴지통에는 아침이 있고초저녁마다 추락하는 깜깜한 꿈속계속해서 자라나는 기차의 뒷모습그 뒤에 붙어있던 파란 나방그것들은 날아올랐지만 나는 추락했어 파란 나방들이 나를 긁고얼굴마다 푸른빛 생채기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고너는 나를 작은 악동이라고 불렀다 짙은 거리마다 나방이 달려든다밤은 시작되고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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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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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열심히 달려 온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시점이지요. 오늘의 인물은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우리 모두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선정했습니다. 미국의 육상선수이자 마라토너, 올림픽 챔피언이자 인권운동가, James Cleveland Owens를 소개합니다. 혹시 James Owens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Jesse Owens라고 더 널리 알려진 그는 육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불렸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육상선수입니다. 그는 1935년 열린 빅 10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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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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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부쩍 추워진 탓일까요. 붕어빵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붕어빵을 참 좋아합니다. 김을 폴폴 내며 구워지는 붕어빵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더군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더군요. 흔히들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겠습니까?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았을 때, 코비 브라이언트가 3점슛을 성공시켰을 때, 마이클 잭슨이 춤을 출 때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는 머리가 찌릿하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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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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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영 강습에서 스타트(다이빙)를 했다. 용기 내 몸을 던지면 활강하듯 수면으로 쏙 빠져든다. 수영은 좋은 스포츠이다. 생애에 걸쳐 그렇게 운동을 싫어했던 나조차도 웃으며 오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배움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물살을 가르고 수면을 영위하며 얻는 촉감과 성취감·유익함은 즐겁다. 시·공간의 한계가 있지만, 때문에 기대와 설렘, 집중이 더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수영도 꼭 즐겁기만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오래 전 타 지역에서 수영을 할 때였다. 대회를 나가는 선수반 청소년이 지도받는 걸 봤다.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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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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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 과학혁명–뉴턴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았던 자들의 공통 의지는 인간의 이성을 통한 진보였다. 그들은 전 시대를 대표하던 가치인 종교-신을 비판했고 신적 삶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거나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대의 중요가치는 ‘이성’으로 대표됐다. 이성주의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정신, 삶 자체다. 동시에 자연과학의 발달,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운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목적을 파악하는 경향은 쇠퇴했다. 지구도 다른 별과 다르지 않다는 과학 발전은 종교에 타격을 줬다. 목적론적-질적 자연관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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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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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의 세계 조말선 바다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나면식탁의 가장자리로 떠들썩한 오찬의 오물들을 쓸어서 입에 담았다.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일이 되곤 했다. 속력을 내서 달렸다. 물을 쬐려고 물가에 앉아서 계속 가고 있는 기분을 냈다.이대로 가면 궁지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모든 것이 파랗다. 이 푸른색 좀 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파랗고 알고 있었는데도 놀랍다는 듯이 파랗다.몇몇은 젖은 채 늘어나기만 하는 해변을 잡고 고무줄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 발은 모래 속에 한쪽 발은 바닷물에 담그고 가랑이놀이를 하면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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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