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방귀. 인간의 생리현상 중 하나로 소화를 마치고 생성된 부산물들이 가스 형태로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방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만 현대사회는 무분별한 방귀배출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봅니다. 그래서 저 또한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예의에 어긋난 사람이 돼버리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오늘은 방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약 2주 전. 제가 서울여행을 다녀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발생한 일입니다. 기차를 일찍 예매해둔 덕에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채 안 된 시각이었죠. 마침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서 외출을 하신 시민분들로 거리는 북적였습니다. 상쾌한 공기, 따사로운 햇살, 활기찬 분위기까지. 모든 상황이 아름답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충남대학교 정문 앞에는 교통섬이 있습니다. 여기서 교통섬이란 도로 위에 보도블럭 등으로 설치해놓은 작은 구조물로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한낮이고 날씨도 춥지 않아 횡단보도는 길을 건너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2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 같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앞에 서계시던 남성분께서 몸을 움찔움찔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찰나의 순간 저는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만약 이분이 심근경색 환자라면? 내가 여기서 CPR을 해야 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고혈압? 그것도 아니라면 저혈당? 의대와는 거리가 먼 수능성적을 보유한 저였지만 그때만큼은 동의보감의 저술가인 허준에 빙의해 각종 병명을 중얼거리게 되더군요. 다행히도 그 분이 움찔거린 이유는 아파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뭐랄까 이후에 벌어진 상황은 전혀 다행이 아니더군요. 

  남성분께서는 신호를 기다리며 별안간 가스를 살포하셨습니다. 길거리에서 방구 좀 뀐 게 뭐 그렇게 대수냐며 유난떠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귀였다면 저도 그랬을 겁니다. 보통 방귀라고 하면 그 종결음이 “뽀옹~” 내지는 “부륵!” 정도여야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정말이지 처음 들어보는 유형의 소리였습니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빠다코코낫!”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소리가 특이한 것도 문제지만 상당한 데시벨을 자랑했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시선을 일제히 그분에게 집중되었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그분들과 저 사이에 차이점이 있었다면 저는 속으로만 놀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굉음에 너무 놀란 나머지 “뭐고 이거는”이라고 말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말해놓고도 아차 싶어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방귀를 뀌는 행동만큼이나 이를 대놓고 지적하는 행위도 예의 없기는 매한가지니까요. 저는 재빨리 그분의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기분이 언짢아 보이시면 그 즉시 사과하고자 했습니다. 에어팟을 끼고 계셔서 그런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듣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불안해졌습니다. 지금이야 잘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또다른 빠다코코낫을 위해 좀 더 강심장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습니다.

홍민기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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