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밤과 나방들

                                                                               박시현

머리 뒤에는 나방이 붙어있다

내가 아직 사람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뒷모습은 나방의 날개

박제된 채 흔들거리는 먼지투성이 무늬

너는 나를 뒷모습으로 기억했고

우리의 마음은 아침밥과 악몽 사이에 끼여 있잖아

 

매일 배식되는 휴지통에는 아침이 있고

초저녁마다 추락하는 깜깜한 꿈속

계속해서 자라나는 기차의 뒷모습

그 뒤에 붙어있던 파란 나방

그것들은 날아올랐지만 나는 추락했어

 

파란 나방들이 나를 긁고

얼굴마다 푸른빛 생채기

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고

너는 나를 작은 악동이라고 불렀다

 

짙은 거리마다 나방이 달려든다

밤은 시작되고 터널 안으로 사라지는 기차

무해한 밤들이 내 뒷모습으로 찾아오면

다시 시작되는 꿈

 

  학우 여러분들의 마음속은 어떤 풍경으로 채워지고 있나요? 11월의 연재는 저의 자작시입니다.

  저에게 나방이라는 존재는 ‘뒷모습’입니다. 나비가 아닌 나방, 그리고 뒷모습. 무엇인가 되지 못하고 불안한 화자의 잠재된 내면 의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아침밥과 악몽 사이에 끼여 있잖아’ 라는 문장은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동인 밥을 먹는 일과 악몽을 꾸는 비일상적인 일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지닌 화자는 아침에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게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밤이 되면 악몽을 꿉니다. 그 감정이 ‘나방’과 ‘뒷모습’이라는 단어를 만나 무해한 밤에 나방이 가득한 꿈을 꾸는 화자와 자라나는 기차의 풍경이 됐습니다.

  저는 제 마음이 가보지 못한 먼 세계로 가득 찰 때마다 시를 썼습니다. 그 세계는 제 슬픔과 우울이기도 했고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시 속 문장들로 우주를 여행하기도 했고, 먼 바다 속의 깊이를 가늠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착지가 없는 여행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은 어떤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그 풍경이 다정한 모습이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박시현 (국어국문학·4) @garnetstar___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