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츠 부데 저,  『불안의 사회학』
하인츠 부데 저, 『불안의 사회학』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좌담회를 가진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프리랜서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했었다. 보다 다양한 관점을 포괄하고 싶어 프리랜서였다가 회사에 취직하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거나,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프리랜서를 준비하고 있거나 프리랜서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프리랜서의 삶과 관련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했다. 

  여러 주제가 오갔지만 ‘불안정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당시에는 COVID-19로 인한 방역정책이 훨씬 활발할 때였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함에 대한 발언이 나왔었다. 

  이 때의 불안이란 예측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좌담회에 참여한 인원들이 코로나로 인해, 또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불안’은 그들이 사회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면서 다른 무엇을 원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인츠 부데는 ‘불안’에 대해,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회의 불안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안은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희망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 설명한다. 불안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부데는 총 11장에 거쳐 사회 각계각층에 위치한 사람들이 무엇으로부터 어떠한 불안을 느끼는지 규명하면서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부데가 말하고 있는, 모두가 느끼는 보편적인 불안은 ‘통제할 수 없는 변화 가능성’에서 온다. 삶이 선택의 연속이지만 선택 이후의 것을 모두 통제할 수 없는데, 그 무수한 가능성이 불안을 야기한다는 말이다.

  책의 부제는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이다. 부데는 여기에 대한 대답들을 내놓으면서도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여 그것으로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다.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불안은 사회구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현대사회를 탐구하는 데 있어 사람들이 무엇에 불안을 느끼는가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시대, 혹은 다른 문화권에서의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5장 ‘추락을 염려하는 중산층’에서 독일 사회의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이 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교육과 관계된 이들의 불안은 미래에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인지와 관계가 있으며, 이 때 고려하는 ‘사회적 지위’가 지식이라는 무형의 가치 등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부여되고, 출세의 반대편는 사회적 몰락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불안해 하는 요소를 살펴보면 이들이 무엇을 원하며, 속해 있는 사회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10장에 등장하는 ‘이방인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민자들에 의해 독일의 사회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고, 사회복지국가로서의 형태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도 독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형식의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할 것이며, 그것이 그 사회를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 책은 불안의 보편성과 필연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며 인간관계에 따른 불안,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안, 정치적 불안 등을 거치며 현대사회를 조명한다. 이어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타인과 자아, 절망과 희망, 끝과 시작의 관계사이에 불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이 변화 가능성이라면, 모든 것이 지금과 같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준다는 것이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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