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

  중세 이후 과학혁명–뉴턴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았던 자들의 공통 의지는 인간의 이성을 통한 진보였다. 그들은 전 시대를 대표하던 가치인 종교-신을 비판했고 신적 삶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거나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대의 중요가치는 ‘이성’으로 대표됐다. 이성주의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정신, 삶 자체다. 동시에 자연과학의 발달,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운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목적을 파악하는 경향은 쇠퇴했다. 지구도 다른 별과 다르지 않다는 과학 발전은 종교에 타격을 줬다. 목적론적-질적 자연관은 기계론적-양적 자연관으로 변했다. 인간은 더 이상 신중심적 존재가 아니게 됐다. 뉴턴은 행성 운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했고 행성, 위성의 궤도를 예측했다. 자연의 수학화가 이뤄지고 목적이 있는 자연이 아닌 인과법칙의 자연이 우선되고 목적론적 자연관이 무너졌다. 현상과 법칙, 기능이 중시됐다. 

  인간 가치는 사후세계에 대한 동경보다 현세·사회적, 삶의 개선에 집중됐고 핵심엔 ‘이성’에 따른 인간적 삶이 있었다. 개인의 자유와 인격의 존엄을 강조했고, 인간 가치는 행위와 의지를 통해 스스로 형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성은 인간에게 행위로 실천되는 의무와 당위를 요구했다.

  근대 인식론은 인간 인식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했다. 인식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이성이 경험적이라는 경험론과 완벽하게 주어진 순수한 이성이 인식대상을 파악한다는 합리론이 대립했다. 외부 세계는 내부와 분리되고 대상화돼 파악됐다. 인식 주체와 대상이 나뉘었다. 물질과 정신이 분리된 사고방식이었다. 인식론을 통해 어떻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지 법칙을 서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성의 능력과 역할, 한계의 파악을 하며 이성과 인식의 법칙, 기능 서술에 집중했다. 실체는 이성을 통해서 파악되는, 이성에 의해 규정되는 무엇이었다. 이성은 당위 명령의 형식으로 윤리·사회·도덕적 행위를 요구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유방식, 사조 및 생활양식에서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이자 현재진행형 결과다. 동시에 구시대를 규정, 분석하고 비판해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적극적 삶 의지의 결과이자 과정이기도 하다. 분석된 구시대는 현시대에 의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 조금 극단적으로 서술될 필요가 있으며, 철학사적 사실은 객관적일 수 없음을 염두에 둬야한다. 시대 구분은 대략적인 이해 측면에서 유용할 뿐이다. 시간의 흐름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은 끊이지 않고 연속적이며 변화는 우연히 일어났으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 구분은 이뤄졌다. 각 시대는 무언가의 가치로 대표되며, 동일성으로, 거대 담론으로 여겨진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 구시대의 거대담론을 비판하면서 모순적으로 현시대의 가치의 동일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며 거대 담론을 확보하려는 용어다. 이성에의 반항, 실천적 적극적 의지로서 삶, 개개인의 파편화, 변화와 맥락의 강조, 획일화를 벗어난 철학, 상대주의, 역사주의 등 수많은 것으로 표현되는 현재 자체다. 용어 자체는 의지적으로 시대를 규정하려는 노력이다. 의지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며 어떤 의지는 정치적으로 실천된다. 진리는 순간에 드러나는 좋음의 과정이며 결과는 항상 허무와 직면한다. 절대적인 가치의 의미는 쇠퇴했고 진리는 불변하는 것이 아닌 순간마다 변화함에 있다는 것. 과정 자체에 본질이 존재하는 경향, 그러한 흐름이 포스트모더니즘이 규정된 결과이자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주체는 재현 장치가 되었다. 삶에 의지는 현재를 재현하는 반복이라는 결과를 냈다. 반복하는 삶은 허무하다. 상황에 직면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일상에서 느끼는 좋음은 반복된다. 삶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주체는 재현 장치가 아닌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 양극단의 속성으로 보이는 좌절과 고통이 자유와 기쁨과 맞닿아 있다. 주체의 죽음은 허무에의 깨달음 이후에 삶의 주인으로서 존재한다.

 

곽승민 (철학·4)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