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의 세계

                                                                                                      조말선

 

바다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나면

식탁의 가장자리로 떠들썩한 오찬의 오물들을 쓸어서 입에 담았다.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일이 되곤 했다. 속력을 내서 달렸다. 물을 쬐려고 물가에 앉아서 계속 가고 있는 기분을 냈다.

이대로 가면 궁지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모든 것이 파랗다. 이 푸른색 좀 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파랗고 알고 있었는데도 놀랍다는 듯이 파랗다.

몇몇은 젖은 채 늘어나기만 하는 해변을 잡고 고무줄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 발은 모래 속에 한쪽 발은 바닷물에 담그고 가랑이놀이를 하면 두 개의 세계가 발랄해졌다.

허구적인 구조의 구름덩이들과 오래된 밀랍처럼 낡은 갈매기들과 무거운 파랑을 쏟으려고 기우뚱거리는 바다......

손에 쥐려고 한 건 아닌데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세계의 끝에 서 있었다.

 

  이번 연재에서 소개할 시는 조말선 시인의 <궁지의 세계>입니다. 이 시는 조말선 시인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시집에 포함된 시인데요. 올해 초여름에 출간된 시집입니다. 조말선 시인은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고, 시집으로는『매우 가벼운 담론』,『둥근 발작』등이 있습니다.

  저는 가을 바다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가을 바다는 겨울이나 여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죠. 소란스러운 여름,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겨울과 다르게 가을 바다는 조용하고 하늘이 유독 더 파란 느낌이었습니다. 가을 바다에서 저는 그동안의 바다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인 ‘권태’를 느꼈습니다. 

  이 시에서 말하는 바다도 일반적인 바다와는 다른 이미지입니다. 시인은 ‘바다’와 ‘궁지’를 연결시켰습니다. 바다는 끝없고 넓은 대상이라 여러분께서는 궁지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은 끝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궁지에 몰린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인은 일상적인 대상과 언어들도 낯설게 보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능력이 시에 적용되면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을 탄생시키는데요, 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도 ‘낯설게 하기’를 잘 적용한 시입니다. 바다의 이미지를 ‘허구적인 구조의 구름덩이들과 오래된 밀랍처럼 낡은 갈매기들과 무거운 파랑을 쏟으려고 기우뚱거리는 바다......’로 묘사했는데, 이 문장을 보면 바다는 매우 불안하고 금방이라도 현기증을 일으킬 것 같이 느껴집니다. 

  시는 궁지에 몰린 사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은 불안한 감정을 지녔기에, 바다를 보며 세계의 끝에 서 있다고 느끼게 되죠. 그가 바라보는 바다는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의 궁지입니다. ‘한쪽 발은 모래 속에 한쪽 발은 바닷물에 담그고 가랑이놀이를 하면 두 개의 세계가 발랄해졌다’라는 문장을 보면 그 두 세계의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경계선이 없어 보이는 수평선과 지나치게 평온한 공기의 속삭임. 소멸하는 노을에서 느꼈던 굳센 절망. 가을 바다는 저에게 권태의 감정을 줌과 동시에 낯선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학우 여러분이 낯설게 바라본 바다, 혹은 다른 존재는 어떤 것인가요? 그 존재의 낯선 이미지에 시가 가득하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박시현 (국어국문학·4)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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