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추워진 탓일까요. 붕어빵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붕어빵을 참 좋아합니다. 김을 폴폴 내며 구워지는 붕어빵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더군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더군요. 흔히들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겠습니까?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았을 때, 코비 브라이언트가 3점슛을 성공시켰을 때, 마이클 잭슨이 춤을 출 때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는 머리가 찌릿하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이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과연 저는 무슨 계시를 받았기에 머리가 찌릿했던 걸까요? 그냥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가게로 들어선 저는 무슨 맛을 먹을지 고민하며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반짝반짝거리는 팥소가 알알이 박힌 동양의 맛 팥소 붕어빵이냐, 녹진한 달콤함이 묵직하게 혀를 감싸는 서양의 맛 슈크림 붕어빵이냐. 어느 것을 골라도 이상하지 않은 박빙의 승부. 저는 머릿속으로 맛을 상상하며 연신 침을 삼켰습니다.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상황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붕어빵 가게 앞에 서있었을 뿐이지 아직 주문은 안 했습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돈이 없는 걸로 오해하셨을 수도 있을 듯하네요. 주문도 안 하고 가게 앞에 서서 침만 삼키고 있었으니… 쓰다 보니까 좀 창피해지는 건 왜일까요.

  고민이 된 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가 지금 붕어빵 가게 앞인데 무슨 맛 붕어빵을 먹는게 좋을까? 

  바쁜데 전화를 걸어 화가 났는지 친구는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연거푸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저는 녹진한 슈크림 붕어빵을 먹기로 했습니다. 근데 사장님이 안 계시더군요. 잠시 화장실 가셨나 싶었는데 가게 불은 꺼져있고 진열된 붕어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가게 옆에 세워놓은 자동차로 열쇠를 들고 걸어가시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닫고 말았습니다. 주문도 하지 않고 친구랑 전화를 하던 저는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사장님의 시선을 인지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장님께서 저를 힐끗힐끗 쳐다보신 건 언제 주문할지가 궁금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그렇다기보단 퇴근할 타이밍을 잡고 계셨던 겁니다. 제가 이런 시선을 어디서 느껴봤나 싶었습니다. 

  이건 뭐랄까, 마감 타임 알바생이 영업종료 30분 전에 매장 바닥을 닦던 중 들어온 손님과 마주쳤을 때 손님을 쳐다보는 느낌과 매우 유사하더군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을 마셔버린 홍민기. 너무나 창피해진 저는 와플대학에서 생크림 와플을 사먹었고, 역시 붕어빵보다는 와플이지라며 정신승리를 했습니다. 

홍민기 (사회학과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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