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피셔 저,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저,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우리에겐 언제나 낯선 것이 다가온다. 그건 때로는 다른 존재의 모습으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의 감상과 경험은 각자 다르겠으나, 가끔한 특정한 감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마크 피셔(1968-2017)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조금 길게 말하자면 ‘우리’가 기이하다고 여기는 것과 으스스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책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문화이론가, 철학자인 피셔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것에 대한 주요 문화적 사례를 주변의 호러와 SF 등의 장르의 문학과 영화 등에서, 음악 그룹의 작업에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피셔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이 근본적으로 외부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먼저, 기이한 것에 대해 피셔는 ‘어울리지 않는 무엇’이라고 설명한다.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의 소설들, 웰스(H. G. 웰스)의 단편소설, 영국의 포스트-펑크 밴드인 더 폴(The Fall)이 80년대 초반에 내놓은 작업물들,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영화들을 포함하여 여러 문화적 사례들을 살펴보며, 피셔는 그의 ‘기이한 것’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기이한 것은 특정 형태의 동요이며 여기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포함된다. 또한 이 감각은 우리가 세상을 이제껏 이해하기 위해 사용해오던 범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등장하는 크툴루 신화의 존재들은 시공간을 넘어 친숙하고 일상적인 장소(현실)에 아무 설명 없이 나타난다. 외부의 무언가가 익숙한 장소에 개연성 없이 나타나면서 그 존재는 기이함을 일으킨다. 피셔는 또한 기이한 것이 고정되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과 같은 존재들은 처음 작품에 등장했을 때에는 분명 기이한 존재들이었으나 이제 그것은 흔하게 활용되어, 독자들에게 더 이상 기이함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으스스한 것은 근본적으로 어떤 주체가 기능하는지,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에 대한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다. 으스스한 폐허 등을 떠올릴 때처럼 으스스한 감각은 일상적인 공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폐허를 볼 때 어떻게 아무도 살지 않는지, 그 과정에 어떤 존재가 관련되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기이한 것이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함께함으로써 구성된다면, 으스스한 것은 존재·부재의 오류로 구성된다. 무엇도 없어야 할 곳에 무언가 있거나, 무언가 있어야 할 곳에 그것이 없을 때 으스스한 감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감각에는 앞서 말한 힘의 작용에 대한, 미지의 것에 대한 추측과 긴장감이 따라온다.

  예를 들어, 피셔는 히치콕의 영화 <새>의 원작 듀 모리에의「새」에서 으스스함에 대해 말한다. 갑자기 새들이 이상행동을 시작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권위 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보게 된다. 새들이 위협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인 위협도 일어나지만, 이전까지 세계를 설명해 주던 것 그 자체였다. 작품 내에서 새들의 이상행동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시되지만 결국 새들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해답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전략 역시 없는 상태이다. 초기에는 언론 BBC 방송이 여러 추측을 보도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듯 보이지만 방송을 중단하고 침묵하게 된다. 이때 독자들이 느끼는 감각이 바로 피셔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이쯤에서 의문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어째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구별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가 중요한지에 대해서이다. 피셔는 책에서 직접적으로 그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지는 않지만, 으스스한 것에 대한 고찰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짧게 답한다. 으스스한 것은 어떤 힘이 작용하는가라는 문제에 의존하기에, 우리의 삶과 세계를 지배하는 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연결된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우리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자본의 힘이 실체는 없으나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든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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