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 저,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강헌 저,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어떤 재즈 애호가는 재즈는 본래 댄스 음악으로, 댄스 음악에는 언어(가사)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재즈에 가사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어서 록에 대해 록은 댄스음악이면서도 가사와 노래가 있는데, 그것은 록의 주 청자인 청춘들이 그 가사와 노래로 그들의 부모, 학교, 사회, 국가에 대해 할 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 청춘이란 10대이며, 록은 체계화된 반체제나 저항이 아님에도 전통 사회를 흔들어놓았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록이 있기 전까지 문화란 어쨌든 어른들의 것이었지 아이들의 것이 아니었는데, 록 이후 문화는 10대의 것이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비교적 최근 한국에서 힙합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힙합이 새로운 세대의 인기를 얻는 것은, 젊음이란 본래 수다스러운 것이고, 젊음에 최적화된 것이 힙합이라고 말했다.

  록이 문화의 중심 세대를 변화시킴으로써 전통 사회를 흔들어놓은 것처럼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에서 저자는 “특수한 음악적 현상이 이끌어내는 특별한 역사적 장면을 주목”하고자 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여기에서는 첫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1권의 본문은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장의 소재는 재즈와 로큰롤, 통기타와 그룹사운드, 모차르트와 베토벤,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이다. 

  1장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재즈와 로큰롤, 그것은 노예의 후손인 하층계급 아프리칸 아메리칸과, 한 번도 독자적인 자신의 문화를 갖지 못했던 10대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문화적 권력을 장악한 혁명의 다른 이름이다.” 이 장에서는 재즈와 로큰롤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평가를 포함하여 재즈와 로큰롤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재즈는 정의되고 지시되지 않은 음악’이나 ‘로큰롤에게 존속 살해당한 재즈’, “로큰롤이 무너뜨린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어른들의 세계‘ 였다.” 등 저자와 당대 음악인들의 인상적인 어구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본문에 달린 많은 각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보다 상세하고 흥미를 끄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2장은 한국을 무대로 한다. 1960년대 말 한국 대학가에서 시작된 최초의 청년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통기타 음악과 그룹사운드 음악이 기존 어른들의 문화와 대결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해 설명한다. 한대수, 송창식, 신중현 등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음악가들이 음악 활동과 작품을 통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사회적 상황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나 신중현의 <미인>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밝히며, 청년문화를 이끈 세대가 가진 시대적 배경과 특징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말한다. 

  3장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사에서 일어났던 결정적 순간을 18세기와 19세기 서구 사회의 격변, 신분사회라는 시대적 배경과 그 안에서 음악가의 위상, 그리고 개별 음악가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통해 예술과 사회구조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낸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가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고 있던 일면 역시 확인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을 통해 한국 근대 음악 문화의 형성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책의 전반에 거쳐 서구와 한국을 가리지 않고 역사적 순간과 음악사의 결정적 시기를 함께 서술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문화, 예술, 정치, 경제, 사회의 모습까지 담겨 있다. 책의 서두로 돌아가, 20세기 이후 인간의 일상에 음악이 개입하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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