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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중 략) …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청춘이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1.06.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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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강혜빈찢어진 이불을 덮고 잤다오랫동안찢어진 마음에 골몰하였다깨어날 수 있다면불길한 꿈은 복된 꿈으로(···)기지개를 켜듯 이불의 세계는영원히 넓어지기모름지기 비밀이란 말하지 않음으로책임은 다 한 것으로 어디든 누가 살다 간 자리어디든 누가 죽어 간 자리 오랫동안 비어있던 서랍은신념을 가지게 된다(···) 이 세계에서는 매일매일 근사한 일이무화과 스콘 굽는 냄새가누군가3초에 한 번씩 끔찍하게(···) 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될 때긴 잠에 빠진 나를 흔들어 깨울 때 아래층에서 굉음이 울렸다 첫 문장에서 ‘찢어진 이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1.04.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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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와 어떤 계기로 채식을 시작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손이현입니다. 저는 우연히 고기 생산의 실태와 폐해를 묘사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봤어요. 해당 영상은 육류 소비의 비효율성, 축산업의 비인도적 행위, 과도한 육식의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어요. 당시 윤리적 소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고기를 먹지 않기 시작했어요.Q. 채식하기 전과 후의 변화가 있으신가요?A. 먼저 외식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겼어요. 조리 과정 중 있었을지 모르는 교
문화·문예
문유빈 기자
2021.04.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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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 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식도에 호스를 꽂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어도 될까. 사람은 껍질이 되었다. 헝겊이 되었다. 연기가 되었다. 비명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는 비극.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1.03.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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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폐가 아픈 일도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눈이 작은 일도눈물이 많은 일도자랑이 되지 않는다하지만 작은 눈에서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좋지 않은 세상에서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땅이 집을 잃어가고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아득하다나는 이제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이를 악물어야 한다이를 악물고당신을 오래 생각하면비 마중 나오듯서리서리 모여드는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좋기도 하였다- 시집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1.01.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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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는 71세의 나이에 유튜브에 도전해 실버 유튜버라는 이름을 알린 대표적 인물이다. 2021년 1월 기준 박막례의 구독자 수는 130만 명이다. 박막례는 삶의 교훈과 지혜를 구수한 사투리로 재미나게 전달해 구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타인에게 장단을 맞추지 말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이 와서 춤출 것”이라고 답해,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했던 20·30세대 구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문화·문예
현지수 기자
2021.01.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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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당신은 다시 바다로 갔다. 이른 바다에 도착해 모래사장부터 걷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면 당신만 아는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겠다. 이른 바다는 추웠다. 날은 매섭게 맑은데 바람이 내쫓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은 드물고 왜 이곳에 왔을까 싶은 눈치를 보는 조개구이 사장들이 당신을 바라본다. 잘해준다고, 이 가게는 특별하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은 여유롭게 말을 흘러 넘긴다. 당신은 아는 사람의 가게나 아는 사람의 집을 알고 있다.아마 자식이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봤던 점을 당신은 잊지 못한다. 그 점쟁이는 당신이 물을 떨구지 못한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0.12.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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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망치가 가벼워 진다 외갓집 창고에 나란히 앉아할아버지가 망치를 만지며나직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아이야, 어른이 되면 망치가 아주 가볍단다누구나 가지고 다니지만각자만 볼 수 있는 망치가 있단다햇병아리 초등학생 시절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와 마주친발가벗은 아줌마 그리고, 아빠나는 그날 내 세상의 대들보를 부셨다망치로 낑낑대며 휘둘렀다풋풋한 중학생 시절슝슝 엘리베이터 달린 아파트를 떠나서울 땅 속 반만 묻힌 집을 찾아다닐 때나는 그날 내 세상의 창문들을 다 부셨다고상한 고등학생 시절소설 속 운명처럼 다가온 네가곱디고운 얼굴로 차갑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0.12.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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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부문 심사평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하여 한 편의 소설은 만들어진다. 꾸며낸 이야기이나 그저 술술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장 단위의 직조 노동이 수반되어야 하는 글쓰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수공품이 소설이다. 두 편의 작품을 마지막에 남겨 두었는데, 한 편은 좀 수월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고 다른 한편은 곤혹스럽게 말을 만들어 은닉된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를 쉽게 한다고 혹은 어렵게 한다고 하여, 소설 그 자체의 문학성이 측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누군가는 입담 좋은 얘기꾼처럼 성큼성큼 얘기를 풀어놓고, 누군가는 낯가
문화·문예
충대신문
2020.12.04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