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당선자 진철호

  우리는 일정한 궤도를 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 궤도는 어쩌면 돌아올 길이며, 누군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겠습니다. 제 아무리 고독이라도 늘 혼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정한 궤적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다 문장에 손을 가져다 댑니다.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 마찰로 생겼는지 조금은 느낄 것 같습니다.
  한 번 친구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일이 참 어려워서, 사는 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고요. 그때 한 가지 비유를 들었었죠. 글을 쓰는 일은 하나의 집을 발견하거나 짓는 일이고, 그곳으로 초대하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집이 괴상합니다. TV를 등지고 소파가 있는가 하면, 밥상에 의자가 없습니다. 어떤가요? 밥상 위에는 몇 개의 식기구가 놓여 있나요?
  어쩌면 나름대로의 사용법에 맞춰 집을 바꿔 보겠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 집은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어떻든 좋습니다. 한번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 보고 사용해 보는 겁니다. 어쩌면 화장실은 바로 쓰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이번엔 저의 집으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마음껏 둘러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수많은 궤적을 거쳐, 교차하는 길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틈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때로 혼곤하여 낙엽처럼 누울 때면, 땅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때로 빛나는 영감을 받게 되면, 하늘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때로 그 사이라면, 사람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과정과 궤도에 있어준 모두에게, 지금의 궤적을 그리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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