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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갈등 잡는 콘텐츠 속 세대 통합
현지수 기자 | 승인 2021.01.13 15:48|(1166호)
플랫폼 이용 모습 베이비붐 세대가 스마트폰 영상 시청을 즐긴다. 인포그래픽/현지수 기자

  ‘꼰대’, ‘틀딱’. 대학생들에게 익숙한 이 신조어들은 세태에서 멀어진 사람들, 주로 노인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노인을 비하하는 은어로 최근에는 노인뿐 아니라 융통성 없는 사고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틀딱’은 ‘틀니를 딱딱거리다’의 줄임말로 주로 무례한 노인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노인 혐오 용어와 대비되게 청년층을 깎아내리는 정형화된 표현들도 있다. ‘요즘 젊은것들은 말이야’,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등은 청년층과 갈등하는 기성세대의 단골 레퍼토리 표현이다.
  이러한 갈등은 세대별 가치관 차이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특히 한국은 정치·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세대갈등이 극심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매체에서뿐만 아니라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통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플랫폼에서 세대통합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는 콘텐츠는 귀중하다.

같이의 가치 세대 통합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인포그래픽/ 현지수 기자

  대중매체에서의 세대 통합 콘텐츠

  예능: 힙합의 민족과 미스터트롯
  2016년 5월 종영한 JTBC ‘힙합의 민족’ 시즌1은 힙합 가수들과 평균 연령 65세 배우들의 파격적 만남을 선보인 랩 경연 프로그램이다. 대중들에게 할머니 배우로 익숙한 김영옥부터 양희경, 이용녀 등의 원로 배우들은 할미넴(할머니와 에미넴의 합성어)을 자처했다. 이들은 우승상품인 다이아몬드 1캐럿을 두고 트로트가 아닌 랩을 읊으며 경연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녹화 중 김영옥은 “잘하는 사람만 뽑는 법이 어딨냐”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고, 한 출연자는 “너네가 뭔데 날 판단해!”라고 발언해 전문 래퍼들이 나오는 경연 프로그램 못지않게 후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균 연령 65세의 출연자들은 그동안 젊은 세대들만 즐기는 것으로 여겨졌던 랩을 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표본을 보여줬다. 
  ‘힙합의 민족’이 트로트를 부를 것 같은 어르신들이 랩을 한 프로그램이라면, 올해 3월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랩을 할 것 같은 젊은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미스터트롯’은 앞서 방송된 ‘미스트롯’이 가져온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어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스터트롯의 진(眞)·선(善)·미(美) 임영웅·영탁·이찬원은 각각 30세, 38세, 26세이며, 7위까지의 평균 나이는 29세다. 과거 인기 있는 트로트 가수가 주로 중장년층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신선한 바람이다. 미스터트롯은 매회 화려한 퍼포먼스와 흥미진진한 경연 형식으로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까지 사로잡았다. 시청률 데이터 기업 ‘TNMS’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는 50대뿐만 아니라 20대도 모든 드라마, 예능,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미스터트롯 결승전을 가장 많이 시청했다. 모든 연령대가 가장 많이 본 예능 역시 미스터트롯이었다. 트로트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대도 기존 중장년층을 벗어나 청년층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한, 중장년층 위주의 콘텐츠를 선보였던 TV조선도 아이돌 팬 문화를 따라 미방송분, 얼굴 직캠(아이돌 무대 모습을 팬이 직접 찍는 것), 세로 직캠, 댓글 읽기 등의 콘텐츠를 내놨다. 중장년층 역시 젊은 세대의 아이돌 팬 문화를 쫓았다. 그들은 음원 사이트에서 미스터트롯의 트로트를 스트리밍하고, 미스터트롯 멤버들의 머그컵, 응원봉 등의 굿즈를 구매하며, 뉴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영상을 찾아본다. 이처럼 특정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를 다른 세대가 즐기며, 그 방식 또한 범세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창조적 파괴’는 문화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광고: 과거 명대사 밈 유행
  ‘밈(Meme)’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학술용어에서 유래했다. 그는 문화 복제 현상을 ‘밈’이라고 정의했는데, 요즘 SNS나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밈은 누군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사진이나 인기를 끄는 유행어 등과 그것을 모방하는 행위 등을 통틀어 말한다. 광고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밈의 대표적 사례는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다. 중년 배우 김영철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야인시대’에 출연해 호기 있는 김두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런데 10년도 훌쩍 지난 2019년 들어 김두한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10·30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김영철은 광고를 찍었다. 버거킹은 극 중 미군을 상대로 “사딸라!”라며 협상했던 김영철의 대사를 패러디해 햄버거 세트의 품질과 가격을 성공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었다. 또한 2000년도에 방영한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맡았던 궁예의 대사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와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의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의 대사도 주목받아 김영철은 10·20세대가 주 소비층인 에뛰드하우스,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의 광고를 찍기도 했다.
  김영철과 마찬가지로 배우 김응수도 과거 역할로 전성기를 누렸다. 김응수는 2006년 영화 ‘타짜’에서 도박판의 보스인 곽철용 역할을 맡아 거친 매력을 뽐냈다. 자꾸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도박판에서 내뱉는 “묻고 더블로 가!”, 속임수를 쓰는 상대의 손목을 자르려는 고니에게 나지막이 건네는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하지” 등의 대사들은 인터넷상에서 10·20세대 사이의 유행으로 쓰였다. 김응수는 지난해 5월 드라마 ‘꼰대 인턴’의 제작발표회에서 곽철용의 인기로 “광고가 100개 넘게 들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거 명대사가 젊은 세대에게 밈으로 유행하며 그 시대를 향유했던 중장년층에게도 반가움을 불러왔다. 이러한 밈은 과거 문화를 새롭게 재가공하며 즐기는 젊은 세대와 추억과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MZ세대의 전유물에 정착한 중장년층 


  최근 몇 년간, 플랫폼 이용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다. 콘텐츠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장년층이 전통적 미디어 TV에만 국한되지 않고, MZ세대의 핵심 플랫폼인 유튜브 등으로 유입되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 롯데멤버스 리서치플랫폼 라임(Lime)에서 발간한 ‘2020 트렌드픽(TREND PICK)’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TV 외 스마트폰으로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중 하루 평균 스마트폰 영상 시청 시간(2.9시간)은 TV(2.8시간)보다 길었으며, 응답자 대부분(93.7%)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20·30세대와는 선호하는 콘텐츠가 확실히 다르지만,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면서 기존의 젊은 세대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대중매체부터 유튜브까지 걸친 세대 통합 콘텐츠들은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이 소통하는 장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중장년층의 노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나 청년층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중장년층의 모습, 과거 유행했던 콘텐츠를 세대 구분 없이 즐기는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어울려 살아갈 사회의 풍경을 가늠하게 해준다.

 

현지수 기자  guswltn100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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