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은 감각으로 기억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신체 어느 구석에 무언가가 파편 조각처럼 박혀 있는 느낌이다. 인지하지 않고 살다가도 그 기억 언저리를 건드리면 불현듯 아픈 감각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윽고 상처에 피가 올라오듯 조금씩 물이 차오른다. 때로 슬픔은 그렇게 밀려온다.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한참 도심을 내려다보았다. 시끄러운 도시 소음,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립된 질서가 나를 배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등바등 버텨왔던 시간은 어쩌면 저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길게만 느껴졌던 수험기간의 순간들
엄기범 (철학·4)
“놀러 가자”, 평소와 같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나에게 왔던 연락. 이 한마디가 지친 나를 달래 주었습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떠났던 공주로의 여행. 지나가다 먹었던 칼국수는 맛있었고 가팔랐던 공산성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으며 돌아오기 전 마셨던 음료수는 달고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찍은 사진은 이 여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고,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며 지치기 십상입니다. 그러다 때때로 마주치는 뜻밖의 행복을 연료 삼아 나아갈 수 있습니다. 큰 행복도 좋지만,
우리 대학이 위기감 탓에 속앓이를 한다. 그 위기감은 교육부가 지역대 육성책으로 내놓은 대형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 대학 30 사업’탈락에서 온다. 두 사업 모두 현 정부에서 졸속으로 추진하는 교육 정책으로 비난을 받는다. 공공성에 역행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쟁탈전을 벌였다. 2023년 3월 8일 교육부는 라이즈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경남과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지방자치단체를 라이즈 시범 지역으로
10년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10년 전에 갔던 뉴욕과 이번에 간 LA는 전혀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칼바람이 불던 삭막한 월스트리트와 멋대로 큰 소리로 웃는 사람이 가득한 LA를 비교하면 지는 해의 색깔조차 달랐다. LA는 오히려 시드니와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시드니에서 묵은 호텔 1층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손님이 전혀 없는 시간에도 항상 직원이 네 명은 있었다. 이번에 들른 로컬 카페도 그랬다. 손님이 여덟 명 있었는데 직원이 아홉 명 있었다. 타투가 없는 직원이 없었고 3부 바지를 입은 남자,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 머리
충대신문 편집국은 제3학생회관(이하 3학)에 있다. 기자는 일과를 마친 새벽에 기사 작성을 위해 그곳으로 간다. 학생회 활동, 공연 준비, 주 3회 알바, 그리고 복수전공에 따른 넘치는 과제량까지. 이들이 기사 작성을 필사적으로 막기 때문이다. 기사는 한두 시간 안에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하물며 필력마저 따라주지 않은 날엔 한사코 머리를 싸맨다.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타자 수가, 담배꽁초가, 빈 에너지 음료 캔이 늘 뿐이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애를 써도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땐 옥상에 올라간다. 그렇게 계단을 몇 걸음만
어릴 적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를 한 택시 기사가 응징해 정의를 구현한다는 드라마 ‘모범택시’. 요즘 우리 사회는 개인의 힘으로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다는 일명 ‘사이다 복수극’이 열풍이다. 그러나 이런 통쾌한 사이다 복수극 열풍의 이면에는 무고한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현 사법 체계에 대한 분노와 드라마에서나마 이루어졌으면 하는 권선징악에 대한 씁쓸한 염원이 담겨있다. 지난 2020년, 초등학생 아이에게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조두순
2021년 2월 일병 5호봉, 나는 추위에 얼어버린 연병장에 주저앉았다. 주위의 간부들과 동료들이 소총을 내려놓고 내게 모여들었다. 연신 말뚝을 내리치던 오함마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애당초 나는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아홉 살 때 왕복 4차선을 무단으로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 그때 나는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시속 80킬로로 달리던 승용차가 저만치서 앞만 보며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곤 황급히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튼 덕분이었다. 오른쪽 정강이가 두 동강 났고 타이어가 쓸고 지나간 살갗 틈새로 허연 정강이뼈
#니치향수 #오마카세 #호텔빙수 #위스키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해시태그다. 가격도 품목도 다른 이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백, 수천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 자동차와 같이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 대신 비교적 낮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해 만족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라는 점이다. 스몰 럭셔리는 뷰티 제품부터 식료품까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 일상 속의 스몰 럭셔리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와 달리 천연 향료나 희귀성분을 기반으로 소량 생산돼 희
A 학우는 대동제에서 공연자의 무대를 촬영했다. 이후 해당 무대에 깊은 감명을 받은 A 학우는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SNS에 무대 영상을 올렸다. 이때, A 학우는 공연자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일까? 먼저 연예인의 공연이라면 A 학우는 공연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법적으로 공인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먼저 공인이란 무엇일까? 공인의 사전적 정의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의 논문 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4년 10월 판결에서 공인에 대한 가장
지난 6월 20일 우리 학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하 글로컬 사업)’ 예비 지정에 탈락했다. 직후 예정된 공동 혁신기획서 외 한밭대 측에서 다른 내용의 기획서를 추가 제출한 사실이 밝혀져 양교 구성원들의 비판이 일었다. 양교는 공동 혁신기획서 작성 팀을 구성해 지난 5월 31일 ‘덕명캠퍼스 과학공학원(이하 IST)화’ 내용이 포함된 기획서를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했다. 제출 마감 하루 전 한밭대는 기획서에 캠퍼스 IST 특성화 관련 세부 내용인 ‘공학계열 덕명캠퍼스 전면 재배치’와 ‘특임 총장 임명’ 추가를 요구했으나 우리 학교는
우리 학교 제54대 동행 총학생회(이하 동행)는 ‘2만 학우와 동행하며 행동하는 학생회’라는 슬로건 아래 분주히 공약을 이행 중이다. 동행의 공약은 ▲교육/취업 ▲안전/복지 ▲축제/문화 ▲소통/학생자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7월 제출된 2분기 공약 이행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완료된 공약은 19건이며, 이행평가서 제출 이후 8월 중 완료된 공약 2건이 추가돼 총 21건의 공약을 이행했다. 따라서 8월까지 동행의 공약 이행률은 약 48%로 밝혀졌다. 교육/취업면에서 이행 완료된 주요 공약은 성적 평가기준 공개와 수강신청 시스템
올해 2학기부터는 기존 8천 원이었던 총학생회비가 만 원으로 인상된다. 이는 2017년에 6천 원에서 8천 원으로 인상된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인상안에는 단과대학 예산 편성 배분 기준 변경 내용도 포함됐다. 총학생회비는 중앙 자치기구 운영비와 17개 단과대학의 예산으로 운영되는데, 이때 각 단과대학에 편성되는 예산 분배 기준이 단과대별 인원에서 단과대별 총학생회비 납부 인원으로 변화한 것이다. 동행 총학생회(이하 동행)가 제공한 총학생회비 납부 추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학생회비에 대한 납부액은 ▲2021년 1분기 27,
지난 26일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엔 강의 영상이라도 남겨 놔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예비군 훈련으로 빚어진 학습 공백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우리 학교에서도 학습권을 보호받지 못한 남학우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우리 학교 A 학우가 예비군 훈련과 발표 수업 날짜가 겹쳐 곤혹을 치른 바 있다. A 학우는 하루 종일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지만, 학교 수업은 여느 때와 같이 정상 진행돼 조별 과제 발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았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우리
지난 8월 17일 우리 학교 인문대학 대의원회(이하 대의원회)가 국어국문학과(이하 국문과) 학생회장의 탄핵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국문학과 학생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됐다. 국문과 학생회는 제1차 정기 감사에서 경고 1회 및 주의 2회의 징계를 받았고, 제2차 정기 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대해 인문대학 12개 학과 중 가장 많은 10건의 미비점(주의 2회 징계)을 지적받은 바 있다. 추가로 국문과 학생회는 성년의 날과 종강총회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미비점을 보여 지난 6월 28일 특별 감사를 받았다. 그 결과 국문과 학생회가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장마철 호우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 학교에서도 교내 안전에 대한 학우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실제로 교내에서 도로가 꺼지고 누수로 인해 빗물이 들어차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의 원인은 장마철 호우도, 태풍도 아닌 시설 노후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제3후생관 앞 도로 한 가운데 누수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구다인(의류학·2) 학우는 “평소처럼 해당 도로를 지나가다 도로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걸 목격했다”며 “학교 측은 해당 도로 외에
우리 학교 학생생활관 7동은 여학생 생활관이지만 이번 학기에는 남녀 생활관으로 운영한다. 남학생 생활관인 9동과 여학생 생활관인 11동이 1차 BTL 생활관 환경 개선 공사로 인해 올해 12월까지 운영을 중단하면서 기존 거주 학우가 7동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남녀 생활관으로 운영되는 7동은 총 수용인원 857명으로 가장 많은 학우들이 거주할 수 있다. 학생생활관 측은 “환경 개선 공사를 지속하면서 기존 9동과 11동 거주 인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7동에 이동시켜 남녀 생활관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7동 거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수강인원 부족 문제’가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충대신문은 ‘수강인원 부족 문제’에 대해 지난달 22일부터 3일간 우리 학교 학우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3%의 학우들이 전공 수강인원 부족에 대해 불만족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며 ‘전공 수강인원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수강인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193명은 ‘수강인원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길 바라시나요?’라는 질문에 ▲수강인원 증원(72%) ▲분반제도 활용(17%) ▲다양한 전공과목
우리 학교는 지난 6월 30일 ‘인문사회 융합인재 양성사업’에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컨소시엄 구축을 통해 대학 내 학과(전공) 간, 대학 간의 경계를 허물고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주도로 진행된다. 올해 우리 학교는 ▲디지털 ▲환경 ▲위험사회 ▲인구구조 ▲글로벌·문화 등 5개 분야 중 디지털과 인구구조 분야에 선정돼 3년간 각 15억, 12억을 지원받게 된다. 디지털 분야에는 ▲언어학과 ▲영어영문학과 ▲심리학과 ▲전파정보통신공학과가 참여할 예정이며, 인구구조 분야는 ▲한문학과 ▲철학과 ▲소
“내 집 마련뿐만 아니라 향후 결혼 준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입했어요” 이주희(철학∙4) 학우는 ‘5년 후 최대 5,0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청년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출시된 ‘청년도약계좌’ 상품에 가입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시중 금리 수준보다 높은 고금리 조건을 내걸어 출시한 상품이다. 청년 금융 지원이 확대된 주요 이유는 2019년에 발생한 코로나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는 줄고 물가와 집값이 폭등해, 경제 기반이 약한 청년의 경제 빈곤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