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레스토랑 방문 경험 설문조사, 그래프 인포/ 이가연 기자
고급 레스토랑 방문 경험 설문조사, 그래프 인포/ 이가연 기자

  #니치향수 #오마카세 #호텔빙수 #위스키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해시태그다. 가격도 품목도 다른 이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백, 수천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 자동차와 같이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 대신 비교적 낮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해 만족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라는 점이다. 스몰 럭셔리는 뷰티 제품부터 식료품까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스몰 럭셔리 카테고리,  인포/ 이가연 기자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스몰 럭셔리 카테고리, 인포/ 이가연 기자

  우리 일상 속의 스몰 럭셔리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와 달리 천연 향료나 희귀성분을 기반으로 소량 생산돼 희소성과 독특함을 가진다. 그 때문에 평균 10만 원대, 비싸면 70만 원을 호가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제품이다. 최근 니치 향수를 구매한 우리 학교 노윤성(식품공학·3) 학우 또한 “그 브랜드만의 좋은 향기가 나서 구매하게 됐다”며 구매 동기를 밝혔다. 

  향수 외에도 립스틱, 핸드케어 제품 등 다양한 화장품들이 스몰 럭셔리 품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립스틱 ▲니치 향수 ▲핸드케어 제품을 기준으로 분류한 한국 뷰티 분야의 스몰 럭셔리 시장의 규모는 아시아권 2위이며, 지난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롯데백화점에서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고급 색조 화장품과 니치 향수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각각 25%, 20%씩 증가했다. 

  오마카세와 위스키 같이 비싸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볼 음식들도 청년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됐다. 오마카세는 주방장이 그때그때 엄선한 식재료로 만들어 내는 상차림으로 일식에서만 사용되는 용어였다. 국내 외식 전문지 월간식당의 2021 외식업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다수의 외식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오마카세 전문점은 평일에도 예약하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해당 시기에는 스시와 수강 신청을 합친 ‘스강신청’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사진/ 포시즌스 호텔 제공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사진/ 포시즌스 호텔 제공

  이러한 오마카세의 인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그 범위가 한식, 양식, 디저트로도 넓어졌다. 지난 1월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오마카세 등의 고급 레스토랑 방문 경험에 대해 물어본 결과 51.9%가 “방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58%, 30대 61.2%가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않더라도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는 응답률도 높았다. 우리 학교 최유림(언론정보학·1) 학우도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 방문해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이에 동의했다. 

  위스키를 즐기는 청년세대가 증가하면서 ‘아저씨 술’로 불리던 위스키도 스몰 럭셔리의 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편의점 CU는 점포 3곳에서 이틀간 ‘렛주고’라는 위스키 오픈런 행사를 열었다. 이에 판매 시작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도 있었으며 행사기간 동안 총 600여 병의 위스키와 와인이 판매됐다. 우리 학교 졸업생 A씨도 “위스키와 같은 주류를 한 달에 1번은 소비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술을 그저 취하고자 마시기보다 다양한 개성과 맛을 즐겨보고 싶어 마신다”고 답했다.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도 이와 같은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스몰 럭셔리 카테고리는 명품 화장품, 향수부터 와인잔, 스카프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세웠다. 또한 각종 이커머스 플랫폼도 스몰 럭셔리 인기에 발맞춰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올해 쿠팡은 ‘로켓럭셔리’, CJ올리브영은 ‘럭스에디트’라는 명품 화장품 전용관을 출시했다. 

  청년들이 작은 사치를 부리는 이유 

  명품 가방,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명품 화장품, 향수, 값비싼 식사와 주류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나 최유림 학우는 “요즘 사람들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참지 않고 소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요인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현재 3고(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현상이 계속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물가 상승은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더군다나 청년들은 구직, 결혼, 주거 문제 등으로 인해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스몰 럭셔리는 청년들에게 ‘사막 속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청년들은 어려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절약을 하지만, 가끔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할 땐 작은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사치는 심리적 만족을 주고 청년들의 삶의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우리 학교 박예은(사회학ㆍ1) 학우도 “스몰 럭셔리 소비는 심리적 만족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스몰 럭셔리의 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는 ‘립스틱 효과’라는 경제 용어도 있다. 이는 경기 불황일 때 립스틱처럼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위유지에 도움이 되고 심리적 만족을 주는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특이한 소비패턴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구혜경 교수는 “소비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만족을 누려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접근 가능한 품목에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작은 사치의 근본적인 이유는 ‘고소득층에 대한 열망’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소득층의 재력을 갖진 못하지만 그들의 소비를 모방하며 욕구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특히 SNS는 이러한 모방 소비를 부추긴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무려 67.6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외식 전문지인 월간식당의 2021 외식업계 트렌드 리포트가 “오마카세의 특성상 여러 가지의 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SNS에서 자신을 과시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SNS에 업로드 하는 사진은 대부분 자랑하고 싶거나 과시하고 싶은 것”이라며 “본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된 상황이 많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스몰 럭셔리의 배경에는 일종의 과시적 성격이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우리 학교 졸업생 A 씨는 “스몰 럭셔리 소비의 과시적 성격을 부정하진 않는다만 비슷한 취미와 취향을 가진 사람과 교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스몰 럭셔리, 그 이면에는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였지만 되려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해 실망한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지난 6월 교촌 치킨은 ‘교촌필방’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1인당 5만 9000원의 가격에 다양한 닭 부위로 구성된 코스요리가 나오는 치킨 오마카세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 식은 음식과 덜 익은 닭꼬치가 나왔다”는 후기가 올라왔으며 유명 유튜버는 방문 후기 영상에서 “간이 안 맞는 음식도 많았고 비주얼도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호텔 빙수나 오마카세 후기를 검색해 보면 재방문 의사가 없다는 글도 적지 않다.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8만 원짜리 핸드크림과 12만 원짜리 빙수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 시기엔 샤넬이 8만 원대의 핸드크림을 출시해 논란이 됐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디올에서도 8만 원대 핸드크림을 선보였다. 1~2만 원대의 저렴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핸드크림이 고가의 제품이 돼버린 것이다. 또한 특급 호텔들의 빙수 가격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올해 서울 포시즌스 호텔은 12만 원이 넘는 빙수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작은 사치가 모이면 결국 큰 사치가 된다. 심리적 만족감이란 이유를 내세우며 과소비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청년들은 스몰 럭셔리 상품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구매함으로써 함께 오는 사회적 지위, 성취감을 원하고 있다. 스몰 럭셔리의 이면에는 고소득층의 모습을 모방하려는 물질주의적 욕망이 숨어있는 셈이다. 따라서 작은 사치를 부리며 그 욕구를 일시적으로 무마하기보단 진정으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비가 필요하다. 

  구혜경 교수는 “스몰 럭셔리는 오래된 트렌드로 볼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에 생긴 인기가 아니라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몰 럭셔리는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할 스몰 럭셔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과연 작은 사치도 문화라고 볼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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