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설

  우리 대학이 위기감 탓에 속앓이를 한다. 그 위기감은 교육부가 지역대 육성책으로 내놓은 대형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글로컬 대학 30 사업탈락에서 온다. 두 사업 모두 현 정부에서 졸속으로 추진하는 교육 정책으로 비난을 받는다. 공공성에 역행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쟁탈전을 벌였다. 202338일 교육부는 라이즈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경남과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지방자치단체를 라이즈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다. 우리 대학이 속한 대전광역시는 공모에서 탈락했다. 이는 불길한 예감의 전조였다. 라이즈 사업은 현행 중앙부처 주도로 이뤄지던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 주도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비수도권 대학 혁신을 위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2023620일 예비 지정 결과에서 탈락했다. 정부의 지방대학 살리기 대열에서 낙오한 것이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위기 탈출방안은 무엇인가. 라이즈 사업은 대전광역시와 대전권 대학들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량도 중요하다. 우리 대학은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정된 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서를 참고하여 잘 준비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글로컬 대학 30 사업 예비 지정에서 대전지역 대학들이 전멸했다. 충남대와 경북대는 지역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 반면에 전북대는 대학 간 통합안 없이 학사구조 개편안에 근거한 혁신안을 제출하여 예비 지정 심사를 통과했다. 특히 전북대 안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인재를 널리 구하여 혁신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겉보기에 캠퍼스는 초목이 무성하고 고요하다. 하지만 위기감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두 사업에 탈락한 원인을 분석하고 복기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 대학은 몇 달 후에는 차기 총장선거를 치르는 과도기에 놓인다.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첫째, 통합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접어야 한다. 통합 기반 혁신안을 이중으로 제출한 한밭대 총장의 배신탓에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순진한 발상을 버리고 좀 더 냉철한 필요가 있다.

  둘째, 물의를 일으키는 대학 통합 기반 안에 집중하는 판단 오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총장은 620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통합으로 가는 지렛대로 생각했습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예비 지정의 결과와 관련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다. 이런 간결한 사과는 그간 통합에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낸 학생들과 졸속 통합을 우려하는 교수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본부 앞에서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학과 점퍼를 반납하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의 고충과 절박함을 헤아려 보시라. 교수회와 졸속한 통합추진을 우려하는 교수 모임 일동의 고함과 분노를 생각해 보시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이제 우리 학교는 어디로. 총장은 914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2024년 초 2차 글로컬 대학 30 사업공모에 대학 통합·글로컬 사업 분리해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통합안이 아닌 구체적인 내부 혁신안을 준비하겠다라고 밝히면서도, (가칭)‘글로컬 대학 30 준비위원회를 조직하여 한밭대와 대화를 재개하면서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애매모호한 화법이다. 총장의 임기를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통합을 재추진하기에는 누가 봐도 무리다. 필요시 한밭대 또는 다른 대학과 통합추진은 중·장기발전 계획안에 담는 것이 합당하다. 대학간 통합은 시간을 갖고 치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학교의 중대사이다. 이제 통합 관련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내부 혁신안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해법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즉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