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드와 마인드유의 행방뷸명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주인공 치히로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이름이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인 것이다. 이 내용은 비단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일은 아니다. 2016년과 2017년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의 아티스트인 ‘어쿠스틱 콜라보’의 멤버였던 김규년(당시 이름은 우디킴)과 안다은, ‘어쿠루브’의 멤버였던 김재희와 고닥에게 벌어진 사건이다.
  2016년 6월 ‘어쿠스틱 콜라보’의 멤버로 활동하던 김규년, 안다은은 당시 소속사였던 ‘모그커뮤니케이션’과 수익금 분배 및 부당 대우 등으로 갈등을 빚어오다 소속사 측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그 후 김규년과 안다은은 ‘에이드뮤직’이라는 독립 회사를 세우게 되었고, 지금의 이름인 ‘디에이드’로 활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멤버 김규년은 예명이었던 우디킴이 아닌 본명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2017년 4월에는 ‘마인드유’라는 2인조 그룹이 음원을 발표했다. 사실 마인드유는 2016년까지 ‘어쿠루브’로 활동하던 김재희와 고닥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사실 마인드유는 래퍼 ‘매드클라운’과 가수 ‘케이윌’이 자신이 부른 곡인 ‘그게 뭐라고’를 리메이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소속사인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마인드유는 전 소속사 ‘브릿지미디어’와의 상표권 분쟁을 겪게 되었고, 예전의 이름이 아닌 지금의 이름인 ‘마인드유’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전 소속사에서 당시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전 소속사 측도 사정이 있다. 소속 그룹이 음원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나면, 회사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게 된다. 그런데 그 소속 그룹이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회사에서는 더이상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 소속사에서는 그룹의 이름을 순순히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즉, 이름이라도 붙잡고 있어야만 그 그룹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릿지미디어’에서는 ‘어쿠루브’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새 멤버를 영입하였고, 2017년 11월 신곡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처를 하더라도 가수의 영향력을 없앨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시로 2009년 데뷔한 그룹 ‘비스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2016년 ‘비스트’는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해지된 후 더이상 그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2016년 말 ‘비스트’의 구성원이었던 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이하 윤용양이손)은 소속그룹 없이 이름으로만 활동하였다. 윤두준은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자신을 ‘생활체육인 윤두준’이라고 소개하였으며, 이기광은 ‘체육돌’로 소개가 되었다. 이는 ‘비스트’의 구성원 개인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7년 4월 ‘윤용양이손’은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들은 ‘데뷔 9년차의 신인’이라는 정체성을 얻게 되었고, 팬들은 기존의 명칭인 ‘뷰티’가 아닌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하이라이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연예계 영향력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직 인지도가 크지 않은 가수들은 여전히 전 소속사의 횡포에 고통을 받고 있다.

전지영 (철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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