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한화이글스
사진 제공 : 한화이글스

“나는 행복합니다~” 대전시의 프로야구 구단인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이글스 파크는 팬들의 응원 소리로 가득 찬다. 한화 이글스가 경기에 승리해서 행복한 걸까? 매번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의 최근 성적은 하위권, 심지어는 KBO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글스의 팬들은 패배에 쉽사리 굴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한화여서’ 행복하다.

   한화 이글스는?

  한화 이글스는 대전시를 연고로 하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홈구장으로 하는 KBO 리그의 프로 야구단이다. 1986년 창단한 ‘빙그레 이글스’를 전신이다. 한화 이글스를 거쳐 간 대표적인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아시아인 좌완 투수’ 류현진, ‘꾸준함의 대명사’ 김태균,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박찬호 등이 있다. 

  빙그레 이글스의 도약 (1986~93)

  빙그레 이글스의 초대 감독인 배성서 감독은 여러 대학을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빙그레 이글스는 선수 수급에 난항을 겪었고, 창단 당시 정규시즌 순위는 꼴찌인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1988년 정규시즌 2위를 기록, KBO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삼성 라이온즈를 3승 무패로 꺾었다. 이후 KBO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은 해태 타이거즈에 내어주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992년까지 빙그레 이글스는 정규시즌 1위 2회, 최종 준우승 4회라는 쾌거를 거두며, 투수와 타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투타 선수진을 두루 갖춘 ‘강팀’이었다.

  20세기 마지막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다 (1999년)

  지금은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한화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다. 좋은 선발진과 기량 좋은 핵심 선수를 중심으로 한화 이글스는 KBO 플레이오프에서 승률 1위 팀인 두산 베어스를 4연승으로 꺾어 KBO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후 준결승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7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롯데 자이언츠를 4승 1패로 무찌르며 한화 이글스는 창단 14년 만에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다시 우승을 향해 (2000~07)

  우승 이후 한화 이글스의 성적에 기복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는 2001년 정규시즌 4위를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내리 3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최악의 트레이드로 흥행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2005년,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물론,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괴물’ 류현진을 확보하며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아쉽게도 KBO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승만을 거두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암흑기이자 흥행 열차 (2008~18)

  한화 이글스의 암흑기는 길고 끈질겼다. 2008년 한화 이글스는 4연패 후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1승을 하는 패턴을 3번 반복하며 정규시즌 5위로 마무리했다. 2013년 한화 이글스는 개막 이후 13연패를 하며 많은 팬들을 울고 웃게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3연패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한화 이글스는 유명세를 치렀다. 이후 암흑기는 2018년 한용덕 감독으로 교체된 후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어 정규시즌 3위를 확정 지으며 끝났다.  

  한화 이글스여 날아라! (2019~)

  3위의 기쁨도 잠시, 한화 이글스는 그 이후 9위, 10위의 성적을 냈고, 2020년에는 KBO 리그 최다 연패인 18연패를 기록하며 한용덕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2021년은 10연패, 2022년도 10연패로 한화 이글스는 KBO 리그 최초 3년 연속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리빌딩이 끝나지 않는다며 한화 이글스의 문제를 꼬집었다. 하지만 올해 2월 20일 류현진 선수의 복귀가 확정되며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기대에 가득 차 있다. 

  당신이 한화라서 행복한 이유는?

  우리 학교 최동원(언론정보학•4) 학우는 전공 수업에서 ‘한화 이글스의 응원 문화’에 대해 발표할 만큼 한화의 광팬이다. 최동원 학우는 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했을 때, 중계되는 경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느꼈고 홍창화 응원단장의 응원과 함께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이글스의 팬을 ‘보살팬’이라고 부르는 의견에 대해서는 충청도 사람들은 화를 쉽사리 내지 않는데, 이런 성격에서 나온 차분함이 응원 문화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느릿느릿‘한 충청도의 지역색이 응원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동원 학우는 한화 이글스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잠시 한눈을 팔면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잦지만 오히려 경기를 예측할 수 없어 푹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매력에 빠진 팬들이 대다수여서인지, 한화 이글스가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도 1점만 득점하면 날아갈 듯 기뻐하는 한화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한화 이글스가 경기에서 졌을지라도, 팬들은 그저 비난만을 뱉지 않고 ‘져도 괜찮고 이기면 더욱 좋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최동원 학우가 가장 좋아하는 응원 문화는 8회 말 모든 관객이 일어나 “최강한화”라고 외치며 허리 뒷짐을 지고 앞으로 몸을 내미는 자세를 취하는 문화다. 8회 말, 최강한화를 계속 외치다 보면 신기하게 한화 이글스가 역전이나 점수를 내는 일이 많아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느리게 손을 올리며 천천히 파도타기를 하는 ‘충청도식 파도타기’를 한화 팬들만의 이색적인 응원이라고 소개했다.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야구연

  우리 학교 조희정(정치외교학•4) 학우는 한화 이글스의 홈 경기를 관람하던 중, 열심히 춤을 추며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희정 학우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구경할 때 구장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며 응원하는 점이 좋다며, 경기장 분위기는 충청도의 지역색이 짙어 타 구단에 비해 유한 분위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홈런을 바라는 마음으로 “홈런을 보문산으로 쳐주세요”라고 하거나, 상대 팀의 투수가 견제구를 던졌을 때 “뭐여, 뭐하자는겨”라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굉장히 반갑고 재밌다고 얘기했다. 

  조희정 학우는 계속되는 연패에도 한화 이글스를 응원할 수 있는 이유로 ‘마라 한화’라고 불릴 만큼 재밌고 중독성이 강한 경기를 펼치는 점과 순위에 연연치 않고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조희정 학우는 ‘야연(야구연)’이라는 단어를 만들며 혈연, 학연, 지연처럼 한화 이글스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본인의 응원팀이 한화 이글스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남다른 애정을 자랑했다.

  리틀야구부터 프로야구 응원까지

  한편, 우리 학교 신보경(영어영문학•4) 학우가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하다. 남동생이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리틀야구’를 했고, 남동생을 향한 응원이 자연스레 지역팀인 한화 이글스로 이어진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특별한 점으로는 팬서비스를 꼽았다. 구단의 SNS 계정을 통해 선수들이 팬과 소통하고 노력하는 등 팬서비스가 좋아 낮은 순위에도 한화 이글스를 응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했을 때, 역전의 기쁨과 소속감을 매우 크게 느낄 수 있어, 실제로 야구를 잘 모르던 친구들도 경기장을 다시 찾을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류현진 선수의 한화 이글스 복귀 소식에 신보경 학우는 우승 생각부터 들었다고 얘기했다. 한화 이글스가 몇 년간 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가 최근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한다는 점과 류현진 선수의 합류가 겹쳐 정말 강팀이 된 느낌이라며 올 시즌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오래전부터 응원했던 선수가 지금은 고참급 선수가 돼 팀을 이끌거나 새로 영입된 선수가 한화 이글스를 빛내는 모습을 볼 때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오는 3월 23일은 KBO 리그 개막 날이다. 학우들도 한화 이글스의 홈 경기를 관람하고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 모두 ‘한화여서’ 행복해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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