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병역 체제는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입영한 현역병(병역의무자)은 18만 6,201명으로 2020년 23만 6,146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현 제도 유지 시 병력수급 전망’ 연구를 통해 현재 약 50만 명인 병력이 2039년엔 39만 명 정도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국방부는 안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숙련된 군 간부와 민간 인력 확충 등의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나, 결국 급격한 인구 감소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 수치까지 삭제했다. 60만 대군에 이어 50만 대군도 옛말이 된 것이다. 전례 없는 병력난 위기에 모병제, 여성징병제, 징모혼합제 등의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병력난

  지난 2022년엔 27사단(이기자부대)이 창설된 지 69년 만에 해체됐고 올해는 육군 1사단과 9사단, 25사단 신병교육대가 사라졌다. 이후 3사단(백골부대)과 6사단(청성부대)은 강원도 철원에서 경기도로 이전하며 최전방 병력이 감소해 ‘안보 공백’ 우려가 확산됐다. 육군 본부는 2026년까지 사단 신병교육대를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중 평균 근무 시간이가장 길고 치열한 경쟁 문화와 유명무실한 육아휴직,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해 삶의 만족도가 낮아진 우리 사회는 지난해 역대 최저 출생률을 기록했다. 인구절벽은 곧바로 병역 자원의 감소를 불러왔다. 통계청의 ‘남북 군사력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병력(육·해·공)은 10년 새 약 14만 명 넘게 감소했으며 2022년에는 50만 명도 못 미쳤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만 20세 남성인구는 2025년까지 30%가량 감소해, 병역의무자는 23만여 명으로 그치게 된다. 

  현역 입영병이 줄어들면서 기존 입대자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52사단에서 복무했던 우리 학교 A 학우는 “‘말년병장’인데도 주특기 3개를 도맡고 일과 시간에는 행정병 업무를 도와야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근무도 하루에 3번이나 투입돼 4시간밖에 못 잤던 적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벼랑 끝에 선 직업군인

  일반병에 이어 군 간부 또한 줄어들고 있다. 초급 간부는 군 간부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 직책으로서 ‘군대의 허리’라고 불리기도 하며 중·장기적으로 군의 실무를 담당하고 병사를 인솔하는 중요 자원이다.   

  간부 공급책인 ROTC 지원율이 감소하며 초급 간부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 9월 기준, ROTC가 설치된 108개 대학 가운데 정원이 미달한 54곳의 모집 미달률은 평균 44.4%, 대전·충청 지역의 ROTC 모집 미달률은 41.7%에 육박했다. ROTC 경쟁률은 ▲2014년 6.1대 1 ▲2018년 3.4대 1 ▲2022년 2.4대 1로 2014년 이래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 학교의 ROTC 지원율도 지난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는 학군사관후보생에 대한 금전적 처우 개선이 일반병보다 더디고, 과거에 비해 학군사관후보생 출신으로서 얻는 혜택도 미비해지면서 ROTC에 대한 선호도가 저하되고 있다. 우리 학교 이동희 학군단장은 ROTC 지원율 감소의 원인으로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군 가산점이 사라지고 장교 출신을 우대하는 기업이 줄어든 현상 ▲장기 복무 기간 등을 꼽았다. 

  군대 내 소위 ‘엘리트’로 꼽히는 사관

학교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방부의 ‘각 군 사관학교 자진 퇴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41명이 자퇴했으며, 최근 5년간 각 군 사관학교의 자퇴생은 2배 가량 증가했다. 

  ‘조기 전역자’ 비율이 높아지며, 있는 사람 지키기도 급급한 현실이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의무복무기간은 10년이지만, 임관 5년 차에 조기 전역할 기회를 받는데, 이 시기엔 종종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이탈하는 ‘엑소더스’가 벌어진다. 특히 해군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조기 전역자 비율은 10%가 넘어간다. 타군에 비해 장기간 먼바다로 함정 근무를 하기 위해 가정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고 군대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페이지의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춘천에서 12년 차 근무하는 어느 부사관의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낙후된 시설임에도 난방비를 몇 배나 더 내야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작성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또 다른 간부는 일반 도시가스보다 난방비가 약 3~4배 차이난다며 50만 원 가까이 찍힌 영수증 사진을 첨부했다.  

  국방부가 제공한 ‘24년도 초급간부급여(기본급)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 초급간부 인원은 전년 대비 2,345명이 감소했으며, ‘미래 병력 운용과 병역제도의 고민’ 논문에선 2030년대 중반부터 간부 수 감소율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병장 월급은 125만 원으로, 약 180만 원을 간신히 넘기는 하사와 소위(1호봉) 월급과 55만 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에 박탈감을 느껴 전역과 퇴소를 결심한 간부들이 하나둘 늘어난 것이다.  

  입대를 자유로이

  현재 병력난 해소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모병제는 처음에 군 입대자 수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군 내부 부조리,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론됐다. 모병제란 징병제와 반대로, 자원한 사람들로 군대를 모집하는 제도다. 현재 유엔 회원국 중 미국, 일본을 포함해 절반이 넘는 나라들이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병제 추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14년 22사단 ‘임 병장 총기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이 일어나며 시작됐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징집된 것에 대한 분노를 군 내부의 하급자나 동기에게 표출하며 (군 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니, 모병제 도입을 통해 이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모병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시기상조라며 일단락됐다. 

  이후 정치권이나 SNS 등지에서 모병제가 꾸준히 언급되긴 했으나, 징모혼합제 방식으로 공약이 거론되는 등 

논의 방향이 틀어졌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봉급 이상을 지급해 모병제를 운영해도, 지출되는 세금에 비해 병사 충원율은 미비해 반발이 클 것이라며 모병제 시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전해졌다. 

  여성의 군 복무 의무화

  이번 4월에 진행되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여성징병제가 차별화 공약으로 등장하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성 징병제 도입 찬반 조사 결과에선 54.9%로 여성징병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 앞섰지만, 지난 2월 KBS-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성징병제 찬반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로 절반 이상이 여성징병제 도입을 찬성했다. 

  여성징병제 논의는 1999년 ‘군 복무 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이후 다수 남성들의 분노에서 시작됐으며, 그들 중 김 모 씨는 2006년 “남성에게 한정해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3조 1항이 국민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김 씨의 헌법 소원 청구가 기각되자, 징병 대상인 다수의 남성이 해당 판정에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며 해당 논의는 젠더와 정치 갈등으로 비화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세 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전의 판결과 다르게 헌법재판소는 양성 징병제 또는 모병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이며 그 의미를 새로이 했다. 

  우리 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국토안보학전공 최정수 교수는 “모병제와 함께 여성징병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재 여성의 군 진출 현황이 활발하다고 언급하며 “여성을 전투 현장에 배치지 않더라도, 다양한 보직에 여성을 투입해 병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2027년 15.3%로 여군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병역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여성 전용 탈의실, 100세대 이상의 군 관사와 어린이집 등 여군을 위한 시설이 구축되고 있다”며 여군 편제의 효용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성징병제를 군 병력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하기엔 과학 기술 도입을 통해 병력난을 해결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국방혁신 4.0’ 계획에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발전 등을 통해 병역자원 부족 해결과 인명 손실 최소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군 편제를 여군 단독 부대로 하게 될 경우엔 각종 시설 증설에 드는 비용이 혼성부대로 운영할 때 지출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여성징병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어 늘어날 여군의 인솔을 담당하는 기초군사 교육자를 보충할 행정력과 사관학교 등의 교육 시설이 부족할 것이라 지적하는 입장에선 여군 편제 효용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모병제와 징병제의 간극을 메우다

  모병제의 한계점을 보완할 차선책으로 언급되는 징모혼합제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해 군대를 운영하는 제도로 현재 태국, 멕시코 등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다. 징모혼합제는 의무병의 복무 기간을 줄이고 모집병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며 일정 부분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병역제도도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징병제는 아니다. 병력의 일부를, 자원을 통해 선발한다는 점에선 모병제의 특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은 ‘징집병’과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모병’ 중 하나를 선택해 복무할 수 있는 ‘선택적 모병제 도입’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 역시 ‘준 모병제‘를 도입해 일반병 규모를 줄이고 전문부사관을 군 병력의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2022년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징모혼합제를 주장했으며, 현재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18개월인 현 의무복무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고 여성 모병제를 도입하는 형태의 징모혼합제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대안들의 실현 가능성은?

  현 병역 제도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들은 바통을 쥐고 막 출발선을 떠났다. 병력난은 현실로 다가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이 거론된 것에서 나아가 득실을 따지며 실현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최정수 교수는 모병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밝히며, “인사, 행정, 재정 부서 등 다방면으로 여군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모병제를 통해 일반 병사의 역할까지 영역을 차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환 전 육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0월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병역 자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외국인 모병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병제는 국방 재원 조달에 한계를 불러올 염려가 있다. 국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병사 급여가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병력을 약 23만 명까지 감축하면 현 징병제 예산보다 약 10조 원이 넘는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병사 급여를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전력 운영비가 남지만, 현 우리나라 공무원 월급보다 높은 수준인 250만 원으로 가정하면 약 40억 원이 소요돼 재원 조달에 한계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와 북한은 언제든 안보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육군사관학교 김현호·강원석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징모혼합제를 도입해 

모집병 비율을 50%까지 높일 시 2050년까지 발생하는 비용은 약 22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행 징병 유지에 필요한 비용인 약 124조 원과 비교했을 때 약 100조 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최정수 교수는 이스라엘과 노르웨이의 사례를 언급하며 여성징병제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스라엘은 남녀 징병제를 시행 중인 대표적인 국가로 18세~38세 여성에게 2년간 군 복무 의무가 주어진다. 이스라엘은 ‘군 인력 부족 해결’을 명분으로 여성징병제를 시행했으며, 기혼 여성, 임산부, 종교적인 이유의 경우 면제된다. 

  일각에서는 여성징병제를 ‘성평등 실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13년 노르웨이는 ‘성 중립’을 목적으로 징병제 결의안을 승인했다. 노르웨이에서 여성징병제가 시행된 2016년 말 복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은 90% ‘만족한다’고 답했다. 최정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남성의 경우 7~8년, 여성의 경우 5년간 의무 복무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지체되더라도 꾸준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51년에 창설된 우리나라 여군은 6.25 전쟁 중 그 규모가 확장돼 현재 ROTC 학군사관후보생, 부사관, 장교 중 여성의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기에 군대에서 여성징병제를 도입해 병사 수를 늘리면 병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YTN 인터뷰를 통해 “군 문화와 조직이 여성이 감당하기엔 상당히 불합리한 구조로 돼있다”며 여성징병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나온 군 관련 공약을 ‘설익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헌법재판소 판결과 국회에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실성과 당위성 측면에서 여성징병제는 실현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했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2021년 공군 여 부사관 사망사건 이후에도 군대 내 성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에여성징병제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성차별의 구조를 극복하지 않으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군 관련 사건을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이념공방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자유주의 정치 성향인 개혁신당을 포함한 ‘제3지대’ 신당에서 병역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는 ‘경찰, 소방에 지원한 여성의 군 복무 의무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준석 대표는 남성의 역차별 해소를 주장했던 이력이 있어, 총선 후보 가운데 청년 남성 지지 비율이 높은 것을 노리고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병역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워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고 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병역자원 확보와 군 경력 가산에 따른 불평등 논쟁을 차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새로운 선택’의 금태섭, 류호정 의원은 ‘병역 성평등’을 주장하며 병역 제도 개선이 고정적인 성역할 구조를 타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의원은 엄숙히 논의돼야 할 군 이슈에 젠더 프레임을 씌운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양은경 교수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분노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는 양상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디어와 학계, 사회 전반이 공론장의 방향을 잘 이끌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군 이슈를 성별과 나이로 구분 짓거나 특정 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용하는 행위는 연령, 세대, 젠더 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이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양 교수는 “군 이슈를 단지 젊은 남녀 간의 갈등인 것처럼 프레이밍 하거나 갈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부추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과 여’가 아닌 ‘남 대 녀’

  지난 2월 MBN 방송의 여성징병제 관련 뉴스 영상의 댓글엔 몇천 개 이상의 ‘좋아요’가 찍혔다. “군캉스 차별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성평등 다 같이 손잡고 입대해요” 등의 댓글은 군 이슈가 회자될 때마다 뜨거운 공감을 받는 댓글이다. ‘군캉스’는 군대와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로, 개선된 군인 처우를 조롱하는 말이다. 당시 남성들은 군대 내 휴대전화 사용과 인상된 봉급을 놓고 ‘군캉스’와 ‘캠프’라는 단어로 조롱당하자 분개했고, 여성징병제가 논의되자 해당 용어를 사용해 비꼬는 것이다.  

  2021년 정부의 ‘청원 24’ 사이트엔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의 작성자는 “많은 커뮤니티를 지켜본 결과 여성들도 징병제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말과 함께 남녀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다분한 글을 작성했다. 해당 게시물은 다시 여성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갈라치기식 공방으로 번지며, 안보 차원의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성별 갈등으로 변질됐다. 양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는 도덕적 규범을 따르려고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원초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불만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현재 군 이슈 갈등 양상을 지적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모병제와 여성징병제 등의 다양한 제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논의에 대한 초점이 엇나가며 갈등을 빚고 있다. 아직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에 대한 인격모독과 폭언 등이 만연하며 인격적 존중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병역 논의는 군인을 포함한 남녀노소의 격양된 감정을 끌어왔고 민감하게 다뤄지며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풍토가 극단적이고 격양된 주장에 의해 선동되다 보면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우린 특정 집단의 복수와 승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병력난은 정치와 젠더 이슈가 아닌, 북한의 도발과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군 이슈다.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서 국방 혁신을 위한 공론장을 마련해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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