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대학생 천국인 이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대학가에 술집만 있는 줄 알았다. 한밤중에는 만취한 대학생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 식당보다 술집 비중이 훨씬 높은. 그게 기자가 생각했던 대학가였다.
  하지만 직접 접해 본 대학가는 조금 달랐다. 카페가 술집만큼이나 많았다. 술집, 식당, 그리고 카페의 비율이 대략 1:1:1이랄까. 대규모 프렌차이즈 업체의 카페도 많고 아닌 것도 많고.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심지어 캠퍼스 내에도 카페가 몇 개나 있는데, 과연 장사가 잘 될까. 같은 업종끼리 같은 공간에 이렇게 모여 있는 건 서로 손해 아닌가.
  그러나 그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카페가 많은 만큼 카페를 찾는 학우들도 정말 많았으니까. 특히 시험기간이나 리포트 제출 기간의 카페들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심지어 자리가 없어 나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럼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카페를 자주 찾는 걸까. 한 잔에 3~4천원을 가볍게 넘는 커피 값이 결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단순히 카페에서 파는 커피나 음료를 즐기기 위함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학가 카페의 성황이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는 곧 대학가에 카페들이 유난히 붐비는 건 카페 외에 대학생들이 편히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생각해 보면 친구와 오래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조원들과 함께 모여 조별과제를 해야 할 때, 리포트를 쓰거나 다 같이 모여 시험공부를 할 때 카페보다 더 좋은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 단과대에 있는 강의실은 빌리는 절차가 복잡하고 수업이 있는 시간대도 피해야 한다. 도서관에 있는 스터디룸은 몇 개 없기도 하거니와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고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에 비교하면 카페는 조용한 곳도 많아 혼자 공부하기 좋고 인터넷도 마음껏 쓸 수 있다. 게다가 커피 한 잔만 시켜놓으면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눈치 주는 사람도 없으니 조별모임을 할 때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커피 값이 그리 저렴한 건 아니지만 그 안에 자리 값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수긍이 된다.
  기자도 지금까지 여러 번의 조별모임을 카페에서 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빈 강의실을 이용했지만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많아 그 이후부터는 카페에서 하게 됐다. 조별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에는 거의 7~8시간을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카페가 아닌 다른 음식점이나 캠퍼스 내 강의실이었다면 한 자리를 그만큼 오랫동안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이런 카페의 편리함 때문에 대학가의 카페들은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 요즘 대학가의 카페들은 단순히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본래 카페의 모습과는 살짝 다른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제 곧 조별과제와 리포트 제출 시기가 다가온다. 이번에는 어느 카페에서 조별모임을 해야 하나. 학내에 학우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면 이런 고민 굳이 하지 않겠지.
 

송송이 기자
song0013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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