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차년도 글로컬대학 30 사업(이하 글로컬 사업) 공모를 본격화한 가운데, 우리 학교가 ‘통합기반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컬 사업에 재도전한다. 그러나 대학 본부의 통합기반 혁신을 두고 학내 구성원들이 우려를 표하며 대학 본부와 학내 구성원 간의 의견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우리 학교는 지난 1월 25일, ‘2024년 제2차 학무회의’를 열고 이번 글로컬 사업 공모를 위한 혁신 방향을 심의한 결과 ‘통합기반 혁신’으로 사업에 응모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는 1차년도와 마찬가지로 한밭대학교(이하 한밭대)와 통합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이진숙 전 총장은 1월 26일, 담화문을 통해 “대학 간 통합은 사업 선정의 필수 조건”이라며 “1차년도 사업 선정 결과를 통해 정부가 (국립대학교에) 요구하는 혁신은 국가거점국립대학교가 중심이 된 대학 간 통합 그리고 1도 1대학 비전 달성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통합기반 혁신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양교(충남대-한밭대) 총장은 ‘충남대학교-국립한밭대학교 글로컬 사업 및 대학 간 통합 추진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또한 양교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글로컬 사업과 대학 간 통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 대학 구성원의 이견을 상호 존중하고, 지속해서 조율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로써 양교 총장을 필두로 상호 간 공조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합의문에는 ▲2024년도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위한 최선의 혁신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 기간 내 통합 대학이 출범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 계획 및 대학 간 통합 계획 수립은 등가의 원칙하에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대학혁신의 성과가 지역혁신으로 확산하는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캠퍼스 특성화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합기반 혁신 외에 내부 혁신도 준비되고 있다. 정종율 기획처장은 “통합만으로는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서 “2차년도 사업에서는 대학 간 통합을 바탕으로 무전공(자율전공선택제) 입학 제도 도입을 함께 논의하고 있으며 대덕연구단지의 자원을 활용한 정부출연연구원과의 연합이 차별화된 전략이 될 것”이라 밝혔다.

  반면, ‘통합기반 혁신’에 학내 주요 구성원들은 반발하는 모습이다. 특히 통합 추진에 앞서 대학 본부와 학내 구성원 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리 학교 교수회는 총장 담화문이 발표된 당일, 입장문을 통해 ▲이진숙 총장(당시 총장)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김정겸 교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거쳐 글로컬 사업의 추진 방향(무학과안 포함)을 신중하게 재결정하고 ▲한밭대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통합의 재추진에 명분과 추진동력이 생기는 것이며 ▲글로컬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한 이번 결정은 구성원의 합의가 없는 사상누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인호 교수회장은 글로컬 사업과 관련해 “대학 본부와 교수회 간에 대화는 일절 없었으며, 당연히 합의한 바도 없었다”면서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위해) 대학 본부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한밭대와의 합의문 서명식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행보를 지적했다.

  이어 최인호 교수회장은 “통합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정 학교의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안인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고, 통합이 필요하더라도 통합의 형태와 방식, 시기, 상대교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총학생회 역시 대학 본부의 통합기반 혁신 방침에 반발했다. 지난 2월 7일, 선율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 간 통합이 글로컬 사업 선정에 있어 경쟁력을 지닌 것은 이미 1차년도 선정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라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대학의 주인인 학생의 의견을 묻지 않고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 절차 없이 사업의 추진 방향을 결정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행보를 지적했다.

  이찬솔 총학생회장은 “대학 본부의 통합기반 혁신 추진은 학생을 포함한 대학의 여러 구성원과의 협의 없이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학생들은 단순히 본인의 안위나 표면적인 부분에 집착헤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동의 절차를 생략하는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향후 대응에서도 학생의 의견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찬솔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는 내·외부 혁신 과정에서 학생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통합을 비롯한 글로컬 사업이 총장 교체기에 추진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다만 총학생회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와 면담한 결과, “개인적으로든, 차기 총장 후보자로서든 현재 진행하는 글로컬 사업의 방식과 방향에 대하여 어떠한 의견도 표명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임용 이전에 대학 본부의 사업 추진에 관여하는 것이 자칫 월권행위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2024년 글로컬 사업 예비지정 신청서(혁신기획서) 접수는 3월 22일까지, 예비지정 결과는 4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대학 본부의 통합기반 혁신을 두고 대학 본부와 학내 구성원 간의 의견 조율이 난항을 빚고 있어 앞으로의 글로컬 사업 추진에 격랑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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