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이하 의대 증원)가 발표된 이후, 의료계가 떠들썩하다. 전공의 다섯 명 중 네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의대생들은 잇따라 휴학 신청서를 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는 ‘강 대 강’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의대 증원, 왜 하나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월 6일 오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은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어난다.

  의대 증원은 지난 2020년에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의료계의 반발이 심해 논의를 후일로 미루기로 했다가 최근에야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파격적인 의대 증원의 배경에는 ‘인구에 비해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필수 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약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고령화 추세로 노인 비율이 늘어난다는 점, 앞으로 10년간 배출할 의사보다 10년 후 은퇴하는 의사가 더 많아진다는 점도 거론됐다. 복지부는 앞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8%(2022년)에서 30%(2035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향후 10년간 배출할 의사 수(3만 명)보다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수(3만 2천 명)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 극심한 고령화로 의사 수요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사 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거란 전망이다. 

   의대 증원에 의료계는 반발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통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가 인용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서는 2035년 의사가 2만 7,232명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의사 총업무량 ▲의사 1인당 업무량 ▲의사 연간 근무일수 등 각종 데이터를 누락∙왜곡하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의사 수’에 초점을 맞춰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의협신문에서 “OECD 국가 중 그리스, 포르투갈은 우리나라보다 의사 수가 2배 이상 많으나, 이 나라들의 의료서비스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다”며 의사 수가 많을수록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이라는 추론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유럽 선진국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OECD 기준 통계를 필수 의료와 교묘하게 이어 붙인 ‘악마의 편집’이라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의료 수가 문제, 의대 증원의 절차적 정당성에 결함이 있다는 비판 등이 이어지고 있다.

   ‘가만있지’ 않는 의료계

  의대 증원에 의료 현장은 떠들썩하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각종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의 이탈이 심각하다. 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서면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97명(소속 전공의의 약 80.2%)에 달했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소속 전공의의 약 72.8%)으로 확인됐다.

  의과대학 사무실에는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서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2월 27일 기준 유효한 휴학 신청은 총 4,99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대 재학생(18,793명)의 26%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 학교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1일에는 우리 학교 의대생 573명(4학년 제외) 중 531명의 학생이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보다 앞선 19일과 20일에는 수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 TF(태스크 포스)’가 설치돼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게재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의-정 갈등에 환자는 뒷전으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해 제때 진료∙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응급환자가 응급실 진료를 받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일도 발생했다. 이날 경찰은 심근경색 증상이 발생한 환자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 측에서 인력이 부족해 환자를 되돌려 보낸 바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서 환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셈이다.

  한편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에 대해 현 상황을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48.9%로 절반에 달했다. 의-정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민들의 여론 지형은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바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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