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공개한 무전공제 선발 유형 대학은 유형1 혹은 유형1+2 혼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인포/김가영 기자
교육부에서 공개한 무전공제 선발 유형 대학은 유형1 혹은 유형1+2 혼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인포/김가영 기자

  2025년도 입시부터 전공자율선택제(이하 무전공제) 선발이 본격 확대된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가거점국립대학(이하 거점 국립대)의 2025년도 무전공 선발 확대 비율에 따라 재정지원사업 정성평가에 반영, 최대 10점의 가점을 주기로 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 요건은 없지만 25% 이상 추진하는 대학엔 가점 만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공 간 벽을 허물고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다수 대학이 무전공제 입학생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구축 중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다소 일방적인 주도에 대한 비판과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전공제란?

  ‘무전공제’는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는 형태로, 무전공 입학 방식은 두 가지다. 유형 1은 전공 100% 자율 선택으로,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 선택하는 방식이다. 단, 보건의료와 사범 계열은 선택할 수 있는 전공에서 제외된다. 유형 2는 계열 또는 단과대학 단위별 모집 후 입학한 계열 또는 단과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선택하거나 학과별 정원의 150% 범위 내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학마다 무전공제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나타난다. 현재 우리 학교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입학할 때부터 학부 내 3개의 전공 (▲인문사회학전공 ▲리더십과조직과학전공 ▲공공안전학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전공의 교육과정에 따르는 방식이다. 

  무전공 선발 확대, 그 배경은 

  무전공 선발 확대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입학 정원이 1,000명이라면 300명은 전공 벽을 허물고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학문 간, 전공 간 벽을 허물며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목표 중 하나인 교육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양자역학 등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첨단 분야에 융합형 인재가 필수적인데, 현재 대학의 경직된 학사 구조로는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무전공 선발 확대’다. 융합형 인재 양성뿐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교육부는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고 이 중 전공을 100% 자율 선택하는 완전 무전공이 5% 이상이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2026학년도 선발 인원은 완전 무전공 10%를 포함해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 비율을 2025학년도 25%, 2026학년도 30%로 사립대보다 5%포인트 더 높였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만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교육부는 기존 방침을 뒤집고 대학혁신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과 확대 노력을 반영해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한 학년 정원이 보통 3,000명대 후반인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에 300명 안팎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무전공 정원을 확보하는 방법도 학교마다 다르다. 기존에 자유전공학부를 보유한 학교는 해당 학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그렇지 않은 학교는 타 학과 정원을 줄여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거점 국립대 중 경북대의 경우, 지난 26일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정원의 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공 선택 방법, 무전공 선택 단위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조율 중이다.

  한편 우리 학교는 “아직 수립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입학처에 무전공 선발 확대와 관련해 입학 정책 계획을 묻자 “2026학년도 계획을 올해 4월에 확정할 계획이다. 2025학년도 계획은 지난해 4월 확정됐고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올해 4~5월에 조정해 확정할 것”이라며 “단과대 의견을 취합해 계획을 세울 것이며 전공 선발 확대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의무화’ 비판도

  무전공제 선발을 늘린 대학은 그렇지 않은 대학에 비해 정부 재정 지원을 많게는 수십억 원 더 받게 된다. 이에 대학 재정을 생각해서는 교육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울며 겨자 먹기’의 상황이 연출돼 ‘사실상 의무화’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매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수도권 사립대와 서울대 등 117곳에,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지방거점국립대 등 37곳에 국고를 배정해 왔다. 올해 사업비는 대학혁신지원사업 8,852억 원, 국립대학육성사업 5,722억 원이다. 대학은 혁신 과제 추진의 적극성과 난이도, 학내 구성원과의 협의 정도 등에 따라 S·A·B·C 정성평가 등급을 받고 인센티브는 이 등급에 따라 배분된다.

  인센티브는 대학의 교육혁신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데, 교육부는 올해 무전공 선발과 재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 대학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교육혁신 성과 영역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번 무전공으로 정원의 25%를 선발하는 대학에는 10점의 가점을 주기로 했는데, 100점 만점에 10점을 가점으로 받게 되면 평가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인센티브 지급에 큰 의미를 지닌다.

  당초 교육부는 일정한 무전공 선발 비율을 충족해야만 인센티브를 주는 진입 요건을 만들 방침이었으나 ‘준비할 여력이 없다’는 대학의 반발에 정성평가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무전공 선발이 25%에 못 미쳐도 지원금 지급을 위한 가점을 주되, 비율에 따라 4점부터 최대 10점까지 차등 부여하기로 수정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산점을 높여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학의 자율성을 낮추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 것이다. 

   ‘학과 쏠림 현상’ 등 고심 깊어지는 대학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국 대학교의 인문대 학장단은 학과 쏠림 및 기초 학문 위기 심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 학교 정양수 인문대학장은 “인문대학의 경우 순수 학문이다 보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굉장이 크다”며 기초 학문 폐과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는 1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은 다양한 전공의 조화로운 발전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시류에 편승해 특정 전공에 편중된 시스템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비인기 학문 교과목은 아예 개설이 안 돼, 그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공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비판에 교원의 소속을 다양화하고 융합과목을 신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예로 흔히 말하는 문사철(▲문학▲사학▲철학) 전공자가 줄어든다면, 철학과의 경우 ‘철학과 AI 융합’, ‘철학과 반도체’ 같은 과목을 개설하는 방향의 대안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취지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관련 정책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양수 인문대학장은 “해당 부분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융합과목에 대해 연구하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기엔 촉박한 시간이라 그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무전공 중도탈락율, 평균 2~5배 

  무전공 학생들의 ‘중도 탈락’ 문제 또한 부작용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종로학원은 4일 2022년 기준 대학 정보 공시 자료를 분석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의 자유전공학부 혹은 계열 단위로 선발하는 학부의 중도탈락률이 일반 학과에 비해 2∼5배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중도 탈락’이란 미등록, 미복학, 자퇴 등의 이유로 학업을 다 마치지 않고 학교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무전공 선발 시 ‘반수’, ‘의대 진입’을 위한 중도 이탈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전공으로 선발하고 있는 학과의 중도탈락률이 다른 학과보다 높은 이유는 원하는 학과에 배정되지 못했거나 학교 부적응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무전공 선발 확대 시 각 학내 구성원마다 겪게 될 문제는 다양하다. 인문대학의 경우 학과 쏠림 현상으로 인한 기초 학문 폐과 문제를 우려했다면, 반대로 공과대학 등 인기 학과의 경우 동일한 현상으로 인한 교수 충원 문제 등을 마주해야 한다. 몰려드는 학생을 감당하기 위해 현재 학사 구조에서 갑자기 특정 학과의 교수진을 늘리거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란 쉽지 않다. ‘인기 학과 교수 모셔 오기’ 전쟁으로 각 대학은 골머리를 앓게 될 수 있다.

  더불어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과거 ‘자유전공학부’의 실패 경험을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도입됐지만, 막상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점차 모집이 중단됐다. 우리 학교 자유전공학부 또한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 당시 2009년 전체 입학생의 14%에 불과한 7명만이 졸업하며 낮은 졸업률을 기록한 과거가 있다. 이러한 과거는 대폭 늘어날 자유전공 신입생을 관리할 시스템 부족을 반면교사 할 대목이다.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진로·전공을 확고히 정한 학생에게는 설 자리가 좁아지는 꼴이 된다.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서는 “안 그래도 수강신청이 어려운데 무전공제 도입으로 학생들이 특정 학과로 쏠릴 경우 원하는 수업을 듣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무전공제’에 대한 각 구성원의 다양한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 학교는 어떤 구체적 계획과 대응책을 구축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양수 인문대학장은 “2024년 올 한 해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원 조정, 학과 쏠림 현상 예방을 위한 운영 체계 마련, 행‧재정적 분배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