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②

  STR은 노동자의 존재및 지위변화를 초래

  1.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전화

  새로운 과학적 생산원리를 근거로 기존의 생산력 수준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과학기술혁명은 거대한 사회적 분업에 기초하여 현대자본주의의 모습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노동용구와 노동대상은 지식의 힘에 의해 구현되어지게 되었고 반도체 기술의 놀라운 진보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 유기체의 제한된 가능성들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혁명은 노동자의 사회적 존재형태는 물론 생산에서의 인간의 지위까지도 본질적인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생산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인간과 자연 사이에 증대되는 생산과정이 형성되고 그 결과 물질생산의 직접적 참여자로서의 인간의 역할이 급속히 축소되어지고 있다.
  과학기술혁명에 의한 생산력 발전은 자본주의 자기발전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줌으로 해서 현대자본주의에 대한 시각 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과학기술 혁명이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폐기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 복지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력을 담보로 사회 경제구조를 새롭게 재편해가고 있는 현대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는 19세기 자본주의 발전 가능성만을 예측하였던 고전적 분석방법의 탈각을 전제로 한다. 바로 맑스가 과학을 직접적이고 사회적인 힘으로 전화시킴으로써 과학시술의 진보에서 발전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였던 최초의 사람이긴 하지만 장래의 과학기술혁명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결국 과학기술의 혁명은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그리하여 고전적 이론가들의 분석의 대상이 될 수도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 또는 맹아적인 상태로만 존재하였던 문제들을 날카롭게 대두시켰다. 자본주의적 소유의 성격이 심각하게 변모하였다. 예컨데, 생산과 자본의 국제화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물류 유통의 글로벌화로 인하여 급속히 확산되어 지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초국적화로 진행되어지면서 소유 구조가 변화되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제3세계는 세계시장으로의 완전한 통합이 이루어졌고 생산과 소비를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국제적 <사회공장>의 출현을 가능케하고 있다. 동시에 <신>중간계급 혹은 샐러리 계층의 세계적 프롤레테리아를 촉진시킴으로써 노자간의 모순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방적인 대립과 적대적 관계로 묘사되었던 노자관계도 높은 생산력에 기초한 자본측의 통합노력과 개량의 지에 의해 희석되어졌고 정치적 다원주의에 의해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특권도 포기하기에 이르었다. 과학기술혁명에 의한 노동자 계급의 질적 구성의 변화와 생산관계에서의 지위의 상대적 약화가 정치적 다원주의의 확산에 의한 부르죠아 헤게모니의 강화와 접목되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자본주의가 과학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자태변화를 끊임없이 꾀함에 따라 현대적 위기도 다양하게 분출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즉, 현대 자본주의의 현상태는 수많은 구성원들의 살아있는 창작품이기 대문에 위기형태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현대자본주의의 위기는 관료주의를 거부하고 사회행위자인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사회적 존재형태를 개선하기 위한 신사회운동(예컨데 여성들의 지위향상을 위한 운동, 환경보호운동, 빈민들의 생존권 운동등)이 특징적인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현대자본주의의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과학기술혁명을 자본주의 생산관계안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기술간의 관계변화를 파악하여야만 한다.
 
  2. 과학기술에 관한 몇가지 관점들

  과학기술혁명을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간주하여 기술발전을 중심으로 사회발전을 설명하려는 관점들이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대두되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이 자율적인 내적 논리에 의해 발전되고 그 결과가 바로 사회적 현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이 사회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하다. 이 관점은 과학기술의 진보는 자연공학적 또는 공학적 논리라는 내적 근거에 의해 설명함으로써 기술혁신을 향상 독립변수로 간주하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술을 중립적인 성격으로 파악하여 사회집단 모두에게 보편적 이익을 제공하여준다는 정보화 사회이론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진다.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시각은 기술발전이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종속변수 혹은 사회적 결과라는 사실을 배제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인식론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교조주의적 맑스주의자들도 과학기술혁명을 생산력 발전체제에 근거하여 해석함으로써 기술의 개발 및 설계에 대한 사회적 요인에 대한 설명부족으로 인하여 기술 결정론적 오류를 동일하게 범하였다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자본주의 형태변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기술에 대한 기술적 배경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대두되어 졌다. 현대자본주의 생산기술의 핵심인 테일러주의도 기술적 요인으로만 분석하여 본다면 구상과 실행의 분리로 인한 노동분업의 세분화와 탈숙련화 그리고 노동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로 집약되어질 수 있다. 그러나 테일러주의 발전이 단순히 기술혁신이라는 기술적 요인에 의해서만 이루워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이러한 기술적 요인을 탄생시킨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테일러주의 발전을 추동시킨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테일러주의 발전을 추동시킨 사회경제적 요인은 숙련공들이 조직적 태업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가의 전략에서부터 출발한다. 서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숙련공들은 동일한 전통적 문화권의 영향으로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배타적인 집단이기주의가 매우 강한 관계로 1870년대 미국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조직적 태업을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노자관계에서 자본측은 노동계급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동유럽으로부터 대규모 단순인력의 이민을 확대하여 노동력의 탈숙련회를 촉진시키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본측은 숙련노동력을 단순노동력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대규모 노동력을 공급을 확보한 셈이었다. 미숙련 단순노동력을 노동과정에 노동력으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세분화가 전제되어야 했고 이것이 바로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는 원리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기술발전의 내재적 논리 혹은 기술결정론적 관점을 부정하고 과학기술혁명이란 과학기술이 갖는 기술적 요인과 이것을 추동시키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분석해냄으로써 자본주의 축적체제 내에서의 기술의 변화, 즉 기술과 노동의 통일을 자본의 관점이 아닌 자본과 노동의 대립적인 관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여준다.

  3. 노동과 기술의 변화

  실행과 구상의 분리를 기본위리로 조직된 테일러주의는 과학적 생산방식에 의하여 생산주체인 노동자를 객체화된 기계시스템에 종속시키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될 수는 없다. 비록 과학기술혁명이 기계화의 영역에서 인간을 기계의 종속물로 전화시킴으로써 수동적 존재로 만들어버리는데 일정정도 성공하였다고 하지만 비기계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능동적이고 상호의사소통을 진행하는 사회적 주체로 남아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기술 결정론자들은 비기계적 영역이 미래에는 생산현장에서 사멸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현대자본주의의 생산기술 측면을 보면 기계화와 자동화에 의하여 노동주체의 성격변화가 크게 이루어짐으로써 노동자의 기계에 대한 종속심화를 특징으로 꼽을 수는 있지만 노동자들도 단체교섭력의 강화로 자본에 대한 저항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테일러주의적 노동조직에 대한 노동자의 역설적 참여에 의해 서비스, 교육, 의료등과 같은 사회적 노동의 범주가 발생하게 되었고 직접임금에 대한 간접임금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늦어지는 <소득의 사회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테일러주의적 생산원리에 의한 노동분업과 포드주의적 축적체제가 결합한 현대자본주의의 양대지주는 60년대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격렬한 모순을 노정시키기에 이르렀다. 완전고용과 생산성과 연동된 임금율 상승은 국가재정의 파탄으로 노동과 자본의 타협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테일러주의적 생산기술은 노동분업의 세분화 추세로 노동강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대와 경직된 생산기술로 인한 생산성 향상에 한계를 가져오게 하였다. 또한 여성문제, 제3세계문제, 환경문제등과 같은 새로운 모순이 표출되어지면서 자본축적의 원활화를 저해하였다. 결국 현대자본주의는 테일러주의적 노동편성에 반대하는 노동주체의 등장에 대처하고 생산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하여 발전된 과학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생산방식의 혁명을 꾀하기 시작하였다. ME혁명에 의한 유연적 생산방식(FMS)으로 집약되는 생산기술의 혁신은 소품종대량생산체제를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축적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경직된 생산조직과 표준화된 생산과정 그리고 대량생산체제가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유연적 전문화와 유연적 자동화에 의해 재구성되어지면서 노동과 기술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기계화와 자동화에 따라 구상이라는 지적작업과 실행이라는 단순작업으로 양극화되어진 테일러주의적 노동편성에서 시간제 고용의 확산과 임금의 유연화가 단순작업의 영역에서 나타나고, 현장노동자가 생산활동에 저항할 수 있는 노동의 다양성과 지적 성격이 높아지는 노동의 질적 유연화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의 질적 측면에서 본다면 ME化에 의해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직무의 확충과 함께 작업의 단순화를 진전시키는 숙련의 양극분해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노동과정에서 노동과 기술이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유기체적인 생산과정(생산의 사회화가 전제 되어진 현대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을 조직할 때에는 노동과 기술의 관계가 단선적이 아닌 이기적 관계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이기적현상은 생산성의 원천이 노동의 세밀한 분업과 커뮤니케이션의 분단이 아니라 노동자가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어진다는 객체적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이러한 변화속에서 사회화되었던 노동주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자본주의적 사회화 형태속에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되었다. 이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위하여 노동의 세분화및 단순화를 수용하려 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노동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노동편성은 노동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제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노동편성은 구상과 실행, 생산과 관리의 부분적 재통일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사회화된 여러 주체들이 사회화의 발전정도에 대응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얼마나 공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며, 그 통제수준을 얼마 높힐 수 있는지에 따라 그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어진다. 즉, 현대자본주의에서의 노동과 기술의 관계는 과학기술혁명에 의한 양적 유연화의 수준과 노동자들의 교섭에 기초한 참가의 수준에 의해 규정되기 마련이다. 결국 사회 제주체, 특히 생산주체인 노동자계급의 세력에 따라 기술과 노동의 새로운 관계가 규정되어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의 방향도 과학기술혁명에 따른 신기술의 도입과 기술혁신에서의 노동자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 초점을 맞추어야할 것이다. 비록 현대 자본주의의 발전원천이 과학기술혁명에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과 기술의 관계가 결정론적으로 확정되어지는 아니고 자본주의적 축적체제라는 사회적 관계속에서 형성되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시각과 방법은 한국자본주의에 있어서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자동화 문제와 노동과정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데 일정정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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