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는 입담마저도 독서 결과물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경력 13년 차 KBS 아나운서 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많은 남학생들이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보지만 설마 그는 자신들의 선배일 줄은 상상을 못했다. 최근 학교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서야 학생들은 그가 우리학교 출신인 걸 알고 깜짝 놀란다. 그는 바로 KBS 이재후(경제·89) 아나운서다. 그는 깔끔한 인상과 재치 있는 입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나운서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그의 입담은 스포츠 마니아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책 한 권 ‘달달’ 외운 수험생 시절
  당시 4학년이던 그는 스포츠를 좋아해 무작정 아나운서 시험을 보러 서울로 상경한 당찬 청년이었다.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던 그는 첫 아나운서 시험에 패배를 맛봐야 했다. 그 길로 다시 대전에 내려와 서점에 들러 《아나운서 되기》 책으로 독학했다. “아나운서 관련 서적이 그 책 밖에 없더라. 책이 너덜거릴 정도로 책을 외웠다”고 한다. 그는 불교 방송 아나운서가 될 뻔했다. “부처 마음에 들었는지 불교 관련 방송에서 아나운서 제의를 몇 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다시 KBS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지금까지 KBS 아나운서실을 13년 동안 지켜왔다. 

농담마저도 준비
  지금도 그는 매 순간을 철저히 준비한다. 프로그램 진행 시 말한 농담조차도 준비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겉으로 보이는 건 아나운서뿐이나 많은 스텝들의 수고가 숨어있다”며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이 내 실수로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를 풍족하게 해주는 건 독서다. “프로그램 진행 표현들은 독서를 통해 얻는데 주로 생각지 못한 표현과 비유를 빌려 쓴다.” 그는 독서뿐만 아니라 국내 스포츠 신문과 일간지를 매일 구독하며 시사문제도 꾸준하게 학습한다. 이어 “해외 축구 중계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어떤 중계를 맡을지 모르기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머릿속 ‘권 교수’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힘이 돼 줬던 사람들이 있다. 당시 경제학과의 권택성 교수는 대학시절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농촌봉사활동을 떠날 때 그는 우연히 권 교수의 차를 타게 됐다.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는 권 교수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그때 권 교수님의 나이가 현재 내 나이와 비슷하다”며 “지금의 나는 당시 권 교수님처럼 누군가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곤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시  단체로 단식을 하곤 했는데 권 교수는 배고픈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권 교수님이 그 당시 우리에게 보여줬던 성의와 격려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독서가 취미인 그는 고전을 읽을 것을 강조하며 《대학》을 추천했다. 학문에 대한 정도와 몸과 마음의 바른가짐을 정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인내’하고 ‘성숙’해지길 당부했다. “《대학》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고통스럽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이는 훗날 후회가 돼 더욱 더 괴롭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통은 현재형이기에 현재 겪는 고통은 미래에 아무것도 아니다”며 “후배들은 내면으로 성숙의 힘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7년 전부터 그는 KBS 장수 프로그램 ‘낭독의 발견’ 진행을 희망해왔다. 그에게 독서란 습관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가 ‘낭독의 발견’ 진행 아나운서로 발탁될 그 날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홍지영 기자 hongjiyoung@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