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과 호흡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우리

 

 
   지난 30일, 독주회를 성공리에 마친 이우리(관현악 · 98) 씨는 “객석을 가득 메워준 관객들 덕분에 더 즐겁게 연주회를 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무대 위에서 가장 즐겁다는 그녀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석 졸업 그리고 유학
  그녀는 대학 재학시절 아침 일찍 연습실에 들어가서 저녁이 되어야 나오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 당시 오케스트라 악장 직도 맡았었는데 그 시기에 있었던 교수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교수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루즈벨트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던 유학은 그녀에게 너무 벅찬 일이었다. 이우리 씨는 “교육방법 자체가 한국과 너무 달랐고 연습량도 한국에서의 네 배 이상으로 늘려야 따라갈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와 달리 먼저 말을 해야 내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 그녀를 잡아준 건 어머니의 배려였다. 고된 연습과 부담감으로 “바이올린을 그만 둘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할 때면 그녀의 어머니는 항상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해도 좋으니 마음 편히 가지라”며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녀는 “이런 배려가 자신이 바이올린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5~6 시간씩의 연습은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다. 그러나 새로운 테크닉을 익히거나 일정한 수준을 뛰어넘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은 그녀가 바이올린을 하는 이유이다. 그녀는 자신이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청중들도 함께 느낄 때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연주하는 건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같아요. 배우가 슬픔을 담아서 연기할 때 보는 관객도 슬픔을 느낌으로써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듯 연주에서도 연주자가 의도한 표현을 청중이 알아줄 때 소통이 돼요”

 


“연주자는  배우에요
연주자가 표현하는 감정을
청중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맞춤형 교육을 해주고 싶어요
  유학 생활을 하며 본 외국 학생들은 우리씨에게 새로운 꿈을 주었다. 그들이 재밌게 악기를 배우는 모습이 좋아 보였고 그 때부터 그녀는 바이올린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를 꿈꿨다. 미국에 있을 때 수료한 ‘Teacher-Training’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익혔다. 선생님이 무섭게 가르쳐서 악기 배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한국과는 달리, 예시를 많이 사용하여 설명하고 배우는 사람 각각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한다. 그러면 유치할 수도 있지만 이해도가 높아지고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녀는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우리 선생님한테 배웠다고 하면 잘 배웠다’는 말을 듣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이미지 때문에 고상할 것 같다는 생각과 달리 이우리 씨와의 인터뷰는 내내 활기가 넘쳤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연습할 때는 집중해서 머리, 가슴, 근육이 함께 움직이게 해야 한다”며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연주한 음악은 관객에게 음악과 연주자의 마음이 떨어져 있다고 느끼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기는 힘들어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은 운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하는 겸손한 우리 씨지만 그녀의 말에서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주는 음악선생님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지혜 수습기자
romance110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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