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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나라'의 '반쪽 잔치'정부주도의 우리지역 '광복 50주년'기념 행사 어떠했나
김수진 기자 | 승인 1995.09.04 00:00|(748호)

  '광복 50년, 통일로 미래로'
  1995년이 되자마자 거리 곳곳에는 이와 같은 표어가 굵직굵직한 필체로 씌여 내걸렸다. 온갖 언론이나 매체들에서는 올해가 광복 50주년임을 강조했고 심지어는 왜색이 짙은 패션소마저도 '광복 50주년 기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펼쳐졌다. 이러한 면만 보더라도 올해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랬다. 1995년이 갖는 '광복 50년'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 문화체육부 주체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9개 시ㆍ도에서 50년전 광복의 감격을 되새기고 국민의 힘을 모아 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한 '광복 길놀이'가 열렸다.
  이에 우리지역 대전에서는 지난 12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서대전 광장까지 약 1천 2백여 명이 출연하는 '길놀이'가 서구, 중구 등 5개 구별로 나뉘어 펼쳐졌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문화 행사는 국고 3백 44억 2천 2백만 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에 비해 너무도 보잘것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말을 그대로 입증한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지역에서 펼쳐진 '관(?)'주도의 광복 50주년 기념 행사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대전광역시 주최의 '길놀이'가 지난 8월 12일 모든 차량을 통제한채 약 2시간여동안 광복 당시를 재현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광복 50년 이후의 발전된 현재를 그리는 모습으로, 때로는 외계에서의 미래를 그리는 모습으로 행렬이 진행되었다. 또한 같은 날 서대전 광장에서는 구대항 민속놀이, 국악한마당등의 문화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광복 50주년 기념행사 '길놀이'에 수영복 퍼레이드며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의 행렬이 무슨 의미로 끼어 있는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 제기차기, 윷놀이, 널뛰기 등의 민속놀이에는 어떻게 그렇게 값비싼 경품들이, 그리도 많이 준비되었는지 궁금했다. 과연 이러한 행사 속에서 얼만큼의 시민들이 광복의 기쁨을 되새기며 하나가 되어 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꾀할 수 있었을까? 그래, 이날의 행사는 그나마 나았다. 적어도 지나가던 이들에게 말 그대로의 '볼거리'는 충분히 제공해 주었고 아주 소수의 시민들에게라도 광복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해 주었을 테니깐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날의 행사와는 다른 광복 50주년 기념행사는 어떠했을까?
  지난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대전시지회 주관으로 시민회관에서는 단재 신재호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꿈하늘'의 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연은 연기자, 연출력, 관람수준의 3가지 부족현상이 빚어낸 그야말로 수준이하의 공연이었다. 배우는 주ㆍ조연을 제외하고는 경력 3년이 안되는 초보자들로 구성되었고 단재의 사상과 활동, 죽음에 따르는 감동이 전혀 일지 않는 단지 사건 나열식의 행사였다. 즉 '광복 50주년 기념행사'라는 꼬리표만을 붙인 '행사를 위한 행사'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또한 지난달 23일 엑스포 아트홀에서 있었던 중도일보 주최의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대향연'은 최고 관람액이 7만원이나 되었고 우리 문화를 하는 배우보다는 서양음악을 하는 성악가들만이 참여해 '광복 50주년 기념행사'라는 의미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얼마나 많은 일반 시민들이 그러한 공연은 관람할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을 남긴 또하나의 문화 행사였다. 그리고 지난달 26, 27일에는 대전일보 주최로 대덕문화센터에서 레닌그리드 발레단 초청공연 '피노키오'가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렸다. 물론 이러한 기념행사가 불필요하며 무조건 잘못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광복 50주년을 위한 축제의 장이 마련되었어야 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통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있다. 8.15광복은 민족분열의 씨를 뿌렸으며 어찌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인해 주어진 반쪽짜리 해방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광복 50주년과 더불어 분단과 분열의 고통 또한 50주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광복 50주년의 강회만을 위해 수백억원이나 되는 국민의 세금으로 말 그대로의 '기념을 위한 행사'를 벌이기보다는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의 침략잔재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으로, 말만이 아닌 실천으로 통일을 위한 노력을 벌이는 것을 우선시 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민간차원의 문화행사, 우리것을 살리는 문화행사를 위한 자원을 우선시 했어야 옳다.
  그리고 이점을 기억하자.
  광복 50주년을 무조건 기뻐하기에 앞서 이 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는한 진정한 광복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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