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관계 재정립 필요하다

노유준 편집부장, 경제학과

   지난 22일,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둔 시점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게 됐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 144일 만이며,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시점으로부터는 정확히 3개월 만이다. 갈등과 반전을 거듭한 한·일간 무역분쟁의 숨은 감독은 미국이었다. 22일 양국의 발표는 지난 7월 미국이 제안했던 동결 합의와 유사하다. 언제든지 협정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이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 연장 발표를 두고 한·일간 간극은 명백하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유예와 WTO 제소 중단이라는 실효적 조치를 취한 반면, 일본은 ‘고위급 협의 재개’라는 모호한 조치를 밝히는데 그쳤다. 현금을 주고 어음을 받은 셈이다.
  지소미아에 대한 국내 여·야간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여당은 지소미아가 군사적 효용 가치나 안보상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한·미·일 안보공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협정이 파기될 경우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지소미아 파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외교에서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외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추진은 지난 7월 진행된 일본 참의원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하락하는 국정지지율과 내년에 있을 총선이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는 한편 미국의 중재를 기대며 지소미아 파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미국은 중재보다는 한국을 압박했다. 게다가 미국의 방위비 인상까지 겹쳤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 동맹을 리뉴얼(renewal·재생)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 관계의 재정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전히 방위비 인상 협상이 남아 있는 실정에서 미국의 희망대로 지소미아를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한·미·일 동맹 관계를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3국은 호혜적 관계를 기반으로 공동이익을 위해 상호 존중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한 것은 명백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이번 지소미아 파동이 3국의 동맹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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