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 저, 『클래식 노트』

  주변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발라드나 힙합, 트로트 같은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는 적다. 왜일까? 나 역시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과제를 하거나 잠을 청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누군가 클래식 음악에 관해 얘기를 꺼내면 왠지 주눅이 든다. 다른 음악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진회숙이 쓴 『클래식 노트』(샘터)는 ‘어떻게 해야 더 쉽게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쓴 책이다. 그런데, 저자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는 만큼 들린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나 국악 같은 전통음악을 접할 때 흔히 들었던 말, 결국 노력 없이 어떤 것을 잘 알려는 도둑 심보는 통하지 않는가 보다. 그래도 이 책은 바이올린과 비올라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오보에와 호른의 생김새를 즉시 떠올리지 못하는 나 같은 문외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 있어 다행이다.
  책 속에 ‘하이든이 100편이 넘는 교향곡을 썼고, 모차르트가 마흔한 개의 교향곡을 쓴 데 비해 베토벤은 왜 겨우 아홉 편의 교향곡밖에 쓰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 간단한 의문 하나를 풀게 되면 당시 클래식 음악사의 변화를 이해하게 되고, 레닌이 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면 부르주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십 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배치에도 나름의 규칙과 원칙이 있다고 한다.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의 배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곡을 효율적으로 연주할 수 있고, 같은 현악기에서도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배치가 어떻게 되느냐가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는 전혀 알지 못하고, 관심 없던 것들을 알게 되니 이제 연주회에 가면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오케스트라에서 바깥쪽에 앉은 사람이 직급이 높다든지, 두 사람이 함께 보는 악보를 넘기는 일은 직급이 더 낮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든지 하는 깨알 정보는 덤이다.
  이 책엔 평소 궁금했던 것을 해결해주거나 연주회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정보도 많다. 클래식 FM을 들을 때, 진행자가 곡목을 소개하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 21번, 작품번호 960입니다.’라고 하면, 21번은 뭐고, 960번은 무얼까 의아한 적이 있었다. 이제 이 곡이 슈베르트가 쓴 피아노소나타 중 21번째 작품이고, 그의 998개 작품 중에서는 960번째에 해당한다는 뜻임을 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에는 두 개의 일련번호가 있어 그 곡의 장르 상 순서와 전체 곡으로써의 순서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클래식 연주회에서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 난감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클래식에 낯선 사람들은 그저 사람들이 박수 칠 때 함께 치면 무난하겠지만,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집중도를 떨어뜨려 연주자나 감상자를 방해하는 것이 되니 삼가는 편이 낫다는 것쯤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히 연가곡에서는 절대로 중간에 박수를 치면 안 되는 반면, 오페라에서는 가수가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고 난 뒤 박수를 치지 않으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나 싶어 의기소침해질 수 있으니 눈치 볼 필요 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이외에도 알아두면 편리한 음악 용어 60가지 등, 클래식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내용들이 책에 가득하다. 시험공부 하듯 붙들고 읽기보다 짬 날 때 한 꼭지씩 읽어보고 예시된 음악들을 찾아 들어보면 좋겠다. 그렇게 음악이 생활에 스며들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에 친근해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기영(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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