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감

빗나감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양궁에서도 중심에서 빗나가면 해설진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컴퓨터 게임에서도 MISS로 대표되는 빗나감이 오늘도 많은 게이머들의 분노를 이끌어 내는 중이다. 하다못해 쓰레기통에 던진 쓰레기가 가장자리를 경쾌하게 때리고 밖으로 퉁겨져 나오면 괜히 아쉽게 된다. 
  더욱이 우리 근처에서 찾아보자면 대덕캠퍼스 정문의 오거리는 신호등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개의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완전히 순서대로 도는 게 아니기에 순서가 오겠다 싶은 마음이 빗나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생긴다. 노래를 랜덤 순서로 듣고 있는데 다음 노래에 듣고 싶은 게 떠오를 때가 있는데, 이어폰이 우리 마음을 읽는 게 아니기에 안타깝게도 확률에 맡길 수밖에 없다. 또 토요일 밤마다 비통한 구겨짐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일어난다. 한 번쯤 6개의 숫자에 내 번호만 있으면 좋을 텐데, 어째 종종 반이나 2/3는 맞더라도 쉬이 6개를 내어주지는 않는다. 다른 아쉬움으로는 스포츠의 결과와 말의 달리기에 오늘도 수많은 승부사들은 울고 웃고 있다. 돈을 걸었건, 그런 것 없이 가벼운 기대감이건 기대가 있었다면 그것이 허무해지면, 괜히 아쉽다.
  물론 모든 것을 맞추고, 중앙의 중앙까지 맞춰야 되는 경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갔으면 할 때가 있고, 순간의 실수가 실패의 골대에서 빗나갔다면 그것은 아쉬움이 아니라 안도가 된다. 시험지에 실수를 했을 거란 예감은 빗나가길 바라니까. 유명한 축구선수의 예언에 희생될 팀은 호사가의 입방아에 자신들이 아니라 그 선수를 올려놓고 싶을 테니까.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웃음도 결국은 귀한 것인지 빗나감이 끼어든 우리네 삶에는 결국 눈물 짓는 사람이 생겨난다. 사랑에서도 빗나간 마음이 수 많은 비극이 되고, 늦봄의 시든 꽃처럼 무력하고 부끄럽게 돼버리기에, 2등보다는 1등이 즐겁기에, 빗나감의 미학보다는 명중의 짜릿함을 쫓게 된다. 얻어낸 승리와, 인기, 사랑이 부담스러운 날이 오더라도, 언제나 그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돼왔으니까.

우재하(항공우주·3)
인스타그램 (@woo_j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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