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진실, 그 사이에 있는 타인 그리고 나

이민정 수습기자, 정치외교학과

기자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빨간 불을 내는 저 전구는 뜨거울까?’, ‘책을 몇 권이나 넘어뜨리지 않고 높게 쌓을 수 있을까?’, ‘껌을 물 없이 삼킬 수 있을까?’ 등 간단한 궁금증부터 다소 위험하기까지 한 의문은 어떠한 행동을 하는데 큰 이유가 됐다. 왜냐하면 이렇게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고 이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볍고 물리적인 것을 넘어 감정을 건드리는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궁금해 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기자에 대한 험담 같은 것도 우연치 않게 알게 된다면 듣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만 기어코 다른 사람들을 닦달해서 듣고야 말았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상처를 받거나 차라리 듣지 말걸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바꾸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10대를 보내고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은 힘들고 불편하게 살아 왔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 다른 의문이 들었다. ‘그럼 상처가 된다면 난 알면서도 모른 척 살아야 하는 걸까?’
  최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평화를 위한 비밀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비밀이 밝혀지면 갈등과 싸움이 일어나고 욕설이 난무하며 부부가 이혼하는 등 다양한 분쟁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우리도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오해가 해소되기도 하고 닫혀 있던 소통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기자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긍정적 결과를 대학 입학 후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 의해 달라져야 하고 ‘나’를 숨겨야 하는 것에 지쳐 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언제든지 상처가 될 수 있다. 그건 일반적인 경험에서도 나타나고 이를 겪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관리해주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제각각이다. 그것은 한 가지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될 수도 있다. 또 정답도 아닐 뿐더러 거기에 자신을 맞춰 나갈 필요는 더욱이 없다. 주관이 분명하고 스스로 옳다고 판단되는 일이 타인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타인의 문제지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가능하려면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의견을 밀고 나가는 자신감과 끈기, 그리고 조금의 이기심이 필요하다. 이기심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한 배려라고 보는 편이 좋다. 받아들이기 겁나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맞닥뜨린 상황을,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어쩌면 자신이 한 단계 성숙해져 가는 시간이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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