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사건 범인 조성호

 

▲ 긴급 체포된 후 호송된 조성호 씨 출처. 경인방송

구밀복검(口蜜腹劍) : 겉으로는 친한 체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해칠 생각을 품는 인간을 비판한 말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일제강점기 때의 대표적인 금서다. 까마귀, 벌, 파리, 게 등의 ‘금수’들이 회의를 열어 인간 군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게 책의 주된 내용이다. 1909년에 일본은 <금수회의록>을 금서로 지정하며, 책의 내용이 일본 정부 및 친일정부 대신들을 풍자해 치안을 방해했다는 핑계를 댔다. 아마 일본은 금수보다도 못한 만행을 일삼던 일이 부끄러워 이 책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금수회의록> 속 ‘벌’은 인간을 ‘구밀복검’이라 표현한다. 입에는 꿀을 담고 있으면서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과 포악함을 꼬집은 것이다. 이번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사건’을 보며 <금수회의록>의 출간을 금지한 일본이 이해됐다. 금수가 꿰뚫어본 인간의 속성이 정확해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안산 단원구 선감도에 위치한 불도방조제 인근 배수로에 사람 하반신으로 보이는 물체가 담긴 마대자루가 발견된다. 뒤이어 3일 오후 2시, 대부도 북단 방아머리선착장 인근 시화호쪽 물가에서 나머지 상반신이 떠올랐다.
 이런 참변을 당한 피해자는 40대 한국인 남성 최 씨였다. 경찰은 시신 부검결과와 최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주변인 탐문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거인 조성호를 5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집 안 벽면에 묻은 혈흔을 증거로 조 씨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
 조성호 씨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가 자신이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집안 청소를 자주 시켜 최 씨에게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결국 말다툼을 하던 도중 조성호 씨는 자신의 부모까지 욕한 최 씨를 망치로 가격해 살해하기에 이른다.
 살해 후 조성호 씨가 보인 행위는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그는 최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10여일에 걸쳐 화장실에서 훼손했다. 그렇게 훼손된 토막 시체를 렌터카로 대부도 일대 두 곳에 각각 유기하는 참극을 벌였다.
 조성호 씨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경악했다. 조 씨의 모습이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당장 이웃집 혹은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범행 후 자신의 SNS에 인생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다짐의 글을 적었다. 겉으로만 보면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속에 칼을 품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어서 이번 사건의 충격은 더욱 컸다.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꽉 찬 삶에서, 인간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잔인함을 용인하는 부끄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을 속이고 심지어 남을 헤치는 것이 흉악한 살인사건의 형태가 아닐 뿐, 우리는 일상적으로 ‘구밀복검’의 행동을 하고, 심지어 미덕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또한 늘어난 흉악범죄 때문에 관심을 끌 만한 특이성이 없으면 대부분의 범죄 소식을 무감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번 조성호 씨의 끔찍한 범죄도 ‘평범한 얼굴과 이력’이라는 특이성이 언론의 ‘양념’이 돼 이토록 큰 화제가 된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여타의 흉악범죄처럼 금방 잊혀졌을지 모른다.
 지난 10일, 담담한 표정으로 현장검증에 임한 조성호 씨를 보면 현재 인간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주 탐사, 재생 에너지, 인공지능…’ 정말 인간에게 이런 문명의 산물을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 과연 우리가 금수보다 덜 부끄러운 삶을 산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만약 <금수회의록> 속 금수들이 이 문제를 회의에서 논한다면 어떤 쓰디쓴 말이 오갈지 뻔하다. 더 이상 금수에게 ‘금수 이하’의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우리는 인간으로서 일단 ‘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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