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여주는 자부심, 과하면 타인에 대한 비하되기도

힙부심, 락부심, 쌩얼부심, 노페부심, 현역부심….

# A학우는 지코의 열렬한 팬이다. 지코가 대중매체에서 유명해지기 전에 우연히 힙합이나 랩음악을 찾아듣다가 지코를 알게 됐고, 주변 사람들한테 지코에 대한 얘기를 하고 다녔다. A학우가 아무리 열심히 지코에 대해 말해도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힙합이나 랩에 낯선 사람들은 지코의 음악을 들려줘도 시큰둥했다. 그런데 지코가 갑자기 HOT한 인물이 됐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지코가 너무 좋다며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안 알려졌던 지코와 지코의 음악이 떠서 좋긴 좋은데…. A학우는 한편으로 떨떠름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열렬히 이야기 할 때 쳐다도 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좋아하는 모습이 서운하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던 지코가 알려지는 게 아쉽기도 하다고 한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지코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신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았고, 지코의 음악이나 방송을 예전부터 하나하나 챙겨봤다는 느낌에 왠지 모를 우월감이 든다고 한다.

# B학우는 요리부심이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요리를 배웠고, 여기저기서 요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생긴 자부심이다. 그래서 MT나 새내기 배움터에서 꼭 요리를 맡아서 했다. 집에서 혼자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을 불러다가 요리를 대접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다가 올해 MT에서 B학우는 처음으로 요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MT내내 동기나 후배들이 요리 하는 것을 보고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저기에 저걸 넣으면 안되는데….’ ‘저 요리는 저렇게 하는 게 아닌데….’ ‘요리 해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엄청 말만 많네….’ B학우는 그렇게 이번년도 MT에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요리부심으로 변한 걸 처음 깨달았다고 말한다.

# C학우는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 최전방 군부대를 다녀왔다. 누구나 그 부대 출신이라고 하면 안쓰러움과 존경의 눈빛을 보냈고, 실제로 군대에 있을 동안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군대 이야기를 할때면 왠지 모를 자부심에 어깨가 펴진다고 한다. 일명 꿀보직(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는 보직)을 하다가 제대한 애들 앞에 서면 턱이 치켜 올라가고, 헛기침이 나온다. 왠지 모르게 그런 친구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게 가소로워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공익근무요원이나 군면제를 받은 친구들 앞에 서면 부대에 대한 자부심때문에 콧날이 하늘을 치솟고, 어깨가 태평양보다 더 넓어진다고 말했다.

 

TVN프로그램 ‘콩트앤더시티’에서 지나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표현한 장면 / 출처 TVN 화면캡쳐

 

 특별하고 싶은 욕구의 표출

 ~부심이라는 말은 자부심이라는 단어를 줄인 인터넷 용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나 물질 등을 부심이라는 단어 앞에 붙여 사용한다. 힙부심(힙합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가지는 자부심), 팬부심(특정 아이돌이나 배우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자부심), 쌩얼부심(쌩얼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 부터 노페부심(노스페이스 브랜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자부심)까지 다양한 단어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명 ~부심을 부리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물질의 우월감을 드러내 인정을 받고자 한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사람들의 자존감·자부심의 영역은 스스로에 관한 것과 내가 속한 집단에 관한 것으로 나뉜다. 사람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이 내가 속한 집단에서 비롯되다보니 집단의 성격에 따라 자존감이 좌우된다”며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한다.

 자부심의 양면성

 이처럼 자부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부심이라는 말은 흔히 과도한 자부심을 가져 타 집단이나 타인에 대한 비하를 하는 사람들을 낮춰 부를 때 흔히 사용된다.
 혁오 밴드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유명해졌을 당시, 혁오를 기존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이 혁오가 유명해지는 게 안타깝다는 식의 댓글을 달아 ‘혁오부심’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 외에 팬이 안티로 돌아서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상에 실망해 극단적으로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동희(간호·2) 학우는 “팬들 사이의 싸움이나 인터넷 댓글들을 가끔 보면 지나친 자부심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이 행한 일을 미화하거나, 다른 집단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런 경우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지나친 자부심은 비논리적인 자신의 집단에 대한 옹호나 타인에 대한 비하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심을 부리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나 비하에 대해 전우영 교수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에는 집단 자체를 성장시키는 것과 다른 집단과 경쟁하고 비교하는 것이 있다”며 “타 집단에 대한 비하나 경쟁 심리는 건강하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우영 교수는 “사회가 사람들을 비교하고 경쟁시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에 자부심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로 만들어 졌느냐에 따라 자부심의 영향을 다르게 평가해야된다”고 말했다.

 자부심은 건강한 감정이다. 특정 대상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누군가만 특별하게 겪는 감정이 아닌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 감정이 자부심을 뛰어넘어 타인에 대한 배척이나 무시로 이어진다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집단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별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심리를 건강하게 표출해 제대로 된 자부심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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