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두아람마을>편

 

▲호두를 직접 따서 보여주시는 이장님

  긴 여정 가운데 휴게실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춰 선 사람들의 출출한 배를 달래주는 간편한 음식 중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호두과자다. 특히 천안 호두과자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천안하면 호두과자가 연상되는 것은 광덕호두 때문이다. 천안 광덕면은 호두의 주산지로서 전국 호두 생산량의 대부분을 소화했었다.
지난달 24일 기자는 호두나무가 많은 천안 두아람마을을 찾았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천안행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천안에 도착했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6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가면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두아람마을이 있다.
  광덕천을 따라 양쪽으로 두 마을이 있다고 해서 두아람마을이다. 두아람마을은 산세가 수려하고 숲이 우거진 광덕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광덕면은 호두나무가 자라는 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흥순 이장(68세)은 “호두나무는 돌이 많고 습(기)이 쭉쭉 빠지는 그런 곳이어야 잘 자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이 아닌 데는 땅이 좋아 호두나무가 크기는 많이 커도 호두가 열리지 않고 호두가 열릴 때 되면 호두나무가 많이 죽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봄에 호두나무를 심고 꽃이 피어 호두(열매)가 열리면, 장대로 툭툭 털어서 호두를 떨어뜨린다. 호두를 주워 한자리에 쌓아두고 4~5일 기다리면 호두 외피가 약간 썩으면서 벌어진다. 이것을 햇볕에 말려뒀다가 망치나 나무막대로 톡톡 치면 내피가 벗겨지고 호두알이 튀어나온다.
  이러한 호두 재배는 주민들의 생계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벼농사만 유지한 채 호두 생산을 많이 한 것이다. 이 이장은 “옛날에는 15년은 돼야 호두가 열렸는데 지금은 품종이 조금 변해 한 5년만 돼도 호두를 몇 개씩 수확할 수 있다. 그리고 10년쯤 되면 호두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아람마을 주민의 연령대를 보면 7-80대가 제일 많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처럼 마을 주민의 노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남자 노인이 적고 상대적으로 여자 노인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호두 생산을 맡는 남자가 부족한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
  몇 해 전부터 두아람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농가 소득 증대를 가져왔다. 노동력 부족으로 지금은 호두 염색체험, 호두과자 굽기 체험만 운영하고 있지만 나름 마을을 찾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다. 이 이장은 “주민들이 다 함께 협조해서 마을을 살리고자 노력한다”며 “사람들의 반응도 참 좋다”고 말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비가 내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흠뻑 젖었다. 초라한 몰골의 기자를 친절하게 맞아주며 배를 깎아주었던 이장님 따님께 감사드린다. 손수 호두를 따서 여러 개 챙겨 주셨던 이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많이 변했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소박하지만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시골 인심이 살아있는 듯하다.

 

 


글/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사진/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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