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의 세계사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
   누군가에게는 학창시절의 추억일 수 있지만 대다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수학능력시험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자연계 학생은 물론이고 인문계 학생에게도 생소한 과목이 있다. 바로 세계사다. 세계사는 10가지 사회탐구과목 중 매년 선택 순위가 꼴찌인 비운의 과목이다. 요즘 세계사는 스스로 역사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소수 학생들만의 과목이 돼버렸다. 혹자는 이런 현실을 세계사 교육이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없이 연대기 순의 딱딱한 기록 암기가 돼버린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혹자가 주장하는 현실이 수능이라는 입시제도의 틀에서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반론을 한다. 이 짧은 지면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가타부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러한 이유로 세계사와 멀어진 이에게 조용히 이 책을 권하고 싶을 뿐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다소 고리타분한 제목으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아이의 근거 없는 질문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이 느껴지는 질문들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근법이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 발명된 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인류 전쟁사의 대부분은 뿌리가 같은 일신교 3형제(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집안 다툼이었다?’, ‘보스턴 차 사건으로 여유의 홍차에서 각성의 커피로 전환한 것이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보이지 않는 원인이었다?’ 등과 같은 종류의 질문에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에서 책은 시작한다. 과연 이러한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세계사의 법칙은 존재할 것인가?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세계사의 법칙을 인간의 감정에서 찾았다. 인간의 감정은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감정의 산물로 만들어진 다섯 가지 힘이 세계사를 바꾸는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이념) 그리고 종교가 그가 주장하는 다섯 가지 힘이다.
   특히 커피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룬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단맛을 선호하는 인간의 수 백만년 유전정보를 거스르고 쓴맛의 커피가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역사를 인간의 욕망을 통해 고찰한다. 1차 세계대전 승전 후, 꺼지지 않는 불빛과 잠들지 않는 공장은 미국 산업화의 번영을 나타냈다. 전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은 미국적인 성공을 동경했고 그들의 잠들지 않는 음료인 커피를 성공의 필수품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커피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 성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료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기존의 역사적 시각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느낀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세계사의 장면들을 주입하려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역사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원리를 규명하려 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의 끝에서 비로소 세계사의 법칙을 깨우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는 칼 마르크스의 말이 참인 명제라면, 미래를 위한 최고의 자기계발서는 역사책이 아닐까? 역사학 열풍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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