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만 갖춘 졸업 논문제 비판 지속적 유지에 찬반 엇갈려

  8월 졸업 예정인 최고야(중어중문·4) 양은 졸업 논문을 작성 중이다. 3월 말에 계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막상 쓰려니 막막하다. 최 양이 알고 있는 졸업 예정자 중에는 인터넷이나 참고도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써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과 취업이 코 앞인 학생들에게 논문 작성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므로 조교가 권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학생들도 교수들이 논문의 내용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학부생 수준에 전문 내용 기대하기 어려워
  최 양은 “학부에서 4년간 배운 지식들만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며 “실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터넷에 있는 내용들을 짜깁기해서 논문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학과 송영진 교수는 “학부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수준의 논문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졸업 논문에서는 특정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또한 “논문의 내용까지 정식으로 갖춰 쓰기에는 학부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영학과 박경혜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논문을 기대하기 어렵고 단편적인 정보들을 짜깁기한 논문을 제출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졸업 논문은 내용 못지않게 형식을 먼저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영어영문학과 J교수는 “논문에는 기초가 되는 외적 양식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 하면 내용이 어떻든지 부실해 보인다”며 “내용보다는 논문의 형식을 먼저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의 학생들만 적극적
  졸업 논문 제출을 마감할 시기가 돼서야 제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에는 내용에 대한 조언은 커녕 형식을 재구성하기도 힘들다. 논문 때문에 졸업을 시켜주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에 바쁜 학생들은 졸업 논문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김금재(경영학과·4) 군은 취업 연수 때문에 마감일보다 보름 더 일찍 논문을 제출했다. 김 군 주변에는 마감일이 다가와도 논문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김 군은 “논문 쓰는 것보다 취업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 졸업예정자 대부분이 논문에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졸업 논문 작성에 적극성을 보이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학생 수가 많은 단과대의 교수들은 논문 지도에 힘이 부친다. 경제학과 노응원 교수는 “경상대의 경우 학생 수가 많아 논문지도에 부담이 크다”며 “졸업 논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어 자문을 구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만 꼼꼼히 지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보완책 필요해
  실제로 지난 5월 넷째 주 충대신문이 실시한 “졸업논문제도 유지”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3백22 명 중 79%인 2백55 명의 학내 구성원들이 졸업논문제도의 폐지나 변경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교수들은 졸업 논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그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어중문학과 우준호 교수는 “대학 시절 논문을 써 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졸업 논문을 쓰면 학점을 주거나 이를 대치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사문화되고 있는 졸업 논문 제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응원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논문을 써 내라고 하는 것보다 진정으로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면 소수라도 그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 방법 학과장 재량으로 변경 가능
  현재 학사운영규정 60조에 의하면 “졸업논문의 시행방법은 학과장이 정한다. 이 경우 학과장은 학과 교원의 의견을 들어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학사지원과 전상희 학적 담당자는 “졸업 논문을 써야만 학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졸업 논문 대회, 졸업 시험을 치르는 등의 졸업 자격 평가 방법은 학과장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영학과 학과장 박경혜 교수는 “아직까지는 졸업 논문 제도의 폐지나 변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교수나 학생은 없었다”며 “졸업 논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다수 도출될 경우 제도를 폐지하거나 변경해서 시행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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