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제23회 독일하노버 국제안무콩쿨에서 우리 충대인이 2등상을 차지했다(왼쪽은 대회 사진). 주인공은 올해 2월에 졸업한 정상혜 동문(오른쪽 사진 좌)과 무용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황지영 양(우). 현대무용계에서 유서 깊은 독일하노버 안무대회에서의 수상은 충대인의 경사이며 한국 현대무용계의 희망이기도 했다. 지역 언론은 “대학을 갓 졸업한 안무가가 충청의 미감으로 세계를 홀렸다”며 두 사람의 쾌거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천 길 물 속 알아도 우린 흙 위로
  작품명은 Black Suit로 상혜 씨가 안무를 짜고, 지영 양이 함께 춤을 췄다. 정신분석학자 융의 그림자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양면성’이 주제다.
  “이를테면 눈앞에 주스가 정말 마시고 싶은데 다이어트 중이라면 이성과 식욕 사이에서 갈등하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성에 의존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컵에 손이 가있다 하더라도 그것도 내 모습이라는 거예요”.
  상혜 씨의 설명이다. 열등한 인격에서 자기 동일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수치스럽거나 충격적이다. 그러나 내 마음의 석연치 않은 공간을 인정하는 것은 누구나에게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인지 관객들은 작품에 공감했다. 원래 정씨의 졸업 작품이었던 Black Suit는 졸업작품전부터 하노버까지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노버의 평론가들은 정 씨의 안무를 ‘착한 안무’, ‘기본에 충실한 안무’라고 평했다. 이는 남들이 다 ‘아니오’ 했을 때 ‘예’한 상혜 씨의 뚝심의 결과다.
  “최근 현대무용의 경향은 평가기준이 기교와 화려함이에요. 하지만 예술은 ‘모방론’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해 Black Suit에서 기교보다는 현실에 사는 사람 얘기를 했죠. 그래서 여러 작품 사이에서 좋은 결과도 얻은 것 같고요”.
  이데아를 현실이 모방하고, 현실을 예술이 모방한다. 천국에 도달 할 수 없지만 천국을 향하는 것, 가을의 끝에서 봄날을 꿈꾸는 것이 상혜 씨의 예술이다.



  내 사랑, 댄스 댄스 댄스
  두 여인네는 뜨거운 사람이다. 대회 준비 과정을 말하며 힘들었던 일이 생각나는지 표정이 어둡다. 그러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까르르 웃는다.
  “언니, 그래도 그때 재밌었어!”
  “그래, 평생 잊지 못하겠지”.
  감정기복이 심하다. 예술가들답게 순간의 뜨거운 감정을 믿고, 그것을 잘 살아낸다.
  특히 상혜 씨에게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시간은 더욱 뜨거웠다. ‘춤이 뭘까, 예술이 뭘까’하는 고민, 남자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복합적인 여러 문제들로 한국이 싫어졌다. 도저히 한국 땅에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번 1백만 원을 들고 독일로 날아갔다. 낯선 곳에서 세상과 나를 느끼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벌며 유럽을 돌고 호주를 여행했다.
  “호주에서 자원봉사로 꼬마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기도 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기타치고 맥주 마시며 밤새 놀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또 탭댄스, 댄스스포츠, 비보이 등 춤추는 사람들과 조우하면서 ‘현대무용’을 그리워하기도 했고요. 예술가는 좋은 예술을 하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데, 3년의 경험이 저를 많이 키웠죠”.
  황 양은 하노버대회를 통해 얻은 바가 크다. 수상경력이 필모그래피의 한 줄로만 남을 수 있었지만 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춤이 전공자로서 ‘해야 하는 것’에서 황지영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 된 것이다. 전에는 연습을 게을리 할 때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춤은 일상 속으로 깃들었다.

  앞으로의 꿈과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배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잘 모르겠지만 당장은 춤을 계속 출 것”이라는 그녀들. 캠퍼스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때도 역시,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춤추고 있을 것 같다.

 예소영 기자
 langue-parole@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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