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마약 -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사진/ iStock
다양한 마약 -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사진/ iStock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제 마약 신흥시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마약범죄의 전체 비율 중 10~30대 청소년·청년층의 비율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사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마약이란 마취 작용을 가진 물질 중 습관성을 가져 장기간 복용하면 중독에 이르는 물질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마약은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사회에 각종 악영향을 끼쳐 현재 여러 나라에서 법률상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마약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는 점점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최근 7년간 국내 마약사범 검거 추이 - 인포그래픽/ 최수아 기자
최근 7년간 국내 마약사범 검거 추이 - 인포그래픽/ 최수아 기자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틀렸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다’라는 말을 믿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공식적인 명칭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 청정국이라는 단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UN은 질병 발생률이나 자살률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 10만 명당 20명이라는 기준을 사용한다. 마약사범 검거수가 20건이 넘으면 마약 확산이 급증할 위협이 있다고 보는 ‘마약류 범죄계수’라는 학술적 용어 또한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수를 5천만 명이라 가정할 시 마약사범은 1만 명 이하로 억제돼야 안전하다. 하지만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 6,153명으로 이미 그 기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마약 복용자 사진/ 유튜브 "Streets of Philadelphia"
미국 필라델피아의 마약 복용자 사진/ 유튜브 "Streets of Philadelphia"

  청년층 마약 상황 

  - 마약범죄의 증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마약범죄 건수는 폭증하고 있다. 2020년 대검찰청이 공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1만 명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5년 1만 1,916명 ▲2016년 1만 4,214명 ▲2017년 1만 4,123명 ▲2018년 1만 2,613명으로 1만 명 이상 꾸준히 적발됐으며 ▲2019년 1만 6,044명 ▲2020년 1만 8,050명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2.5%,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수사 전문가들은 마약이 표면상 수치보다 우리 사회에 훨씬 더 깊게 침투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약범죄는주로 음지에서 성행한다는 특성상 추적이 쉽지 않고 단속도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적발되지 않은 범죄인 암수범죄 비율까지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마약범죄 환경은 현재 확인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이다. 경찰연구학회가 2019년에 발표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사범의 20~30배 정도의 ‘숨은’ 마약 상습범이 존재한다. 즉 2만 명의 20~30배, 약 50만 명의 인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여 중인 셈이다. 

  - 청년층 마약범죄의 증가 

  전체 마약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청년층 마약범죄가 기계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전체 마약사범 중에서도 특히 청년층의 비율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검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 1,956명 중 연령대별 비율은 ▲20대 742명(37.9%) ▲30대 572명(29.2%) ▲10대 51명(2.6%) 순으로 나타났다. 10~30대 청년층 인원이 1,365명(69.7%)으로 이미 과반수를 훌쩍 넘는 비율이다. 

  마약초범 비율이 늘어난 것 또한 청년층의 마약범죄 유입이 증가했다는 증거다. 경찰청이 지난 5년간 마약사범 초범률을 조사한 결과, 2017년 69.2%에서 2021년에는 80%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초범률 증가에 대해 “마약범죄가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연령대가 낮고 이전에 범죄에 연루된 적 없었던 청년층의 유입이 증가했다는 위험신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마약범죄가 증가하는 이유

  그렇다면 청년층 마약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청년층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전에 비해 청년층이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투여 행위에 대한 경각심은 줄어 청년층이 마약을 거리낌 없이 투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거래방식의 변화 

  청년층 마약범죄가 폭증한 가장 큰 이유로는 마약 유통 및 판매 방식의 변화가 지목된다. 소위 말하는 ‘비대면 구매’가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이 범죄 확산의 매개체가 됨에 따라 단속을 피해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범죄가 늘고 있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다크웹(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공간. 텔레그램, 비트코인 등)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2018년 1,516명(18.7%) ▲2019년 2,109명(20.3%) ▲2020년 2,608명(21.4%)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마약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터넷 활용 능력이 높은 청년층의 범죄 비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사범뿐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던 일반인도 점점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 마약류 약물 오남용 

  의사들의 무분별한 약물 처방도 마약 범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의 엄격한 진료에 따라 처방돼야 하는데, 일부 의사들이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10대 청소년이 의료용 마약을 불법으로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 의료용 마약 중 하나인 펜타닐은 중독성이 헤로인의 10배, 코카인의 100배에 이르는 강력한 아편류 진통제로 치사량이 2mg이라 극소량만 섭취해도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펜타닐은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가루 또는 패치 형태로 유통돼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어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청소년들은 허위 처방으로 펜타닐을 얻어내 본인이 사용하거나 SNS를 통해 다른 청소년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일례로 2021년 펜타닐 허위 처방 및 유통으로 10대 마약사범 42명이 무더기로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식욕억제제’로 마약류를 사용하는 젊은 층도 존재한다. 식욕억제제는 피부과에서 흔하게 처방받을 수 있지만, 중독 위험이 있는 약물이라는 사실은 간과된다. 실제로 올해 경남경찰청이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허위 처방받은 뒤 SNS로 불법 유통한 혐의로 검거한 59명 중 47명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젊은 층의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 한국리서치와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이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약물 오남용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욕억제제 중독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22.5%에 불과했다. 

  - 경각심 약화 

  마약에 대한 경각심 부족은 청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다.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마약에 대한 위험성이나 처벌 수위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 매체가 상류층과 연예계 인사의 마약범죄 사건을 연일 이슈로 다루며 마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확대됐다. 2018년 말 연예계에서 발생한 ‘버닝썬 게이트’ 사건은 단순 폭행 사건에서 마약 유통, 성범죄, 경찰 유착 등 여러 의혹으로 번지며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런 부류의 마약범죄 보도는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부 유명 래퍼들이 마약 투약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공통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범죄 사실만 집중적으로 다룰 뿐, 처벌과 재활에 대한 후속보도는 미흡해 마약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만 자극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청년층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이라는 뜻으로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 같은 단어가 공공연하게 보인다. 1,500만명의 관객이 시청한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마약반 경찰인 주인공들이 ‘마약 치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회가 마약이라는 단어에 가지는 경각심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A 학우는 “이렇게 마약이 많이 퍼진 줄도 몰랐고, 마약이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도 따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마약의 해악 

  - 중독성과 부작용 

  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마약 중독은 크게 ▲실험적 사용단계 ▲습관적 사용단계 ▲심화적 사용단계 ▲강박적 사용단계의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마약 중독자들은 호기심으로 적은 약물을 사용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일상적인 문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약물을 남용하는 패턴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독자들은 약물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약물의 투약량과 횟수를 늘리며, 신체적·정신적으로 약물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마약으로 인한 뇌와 신경망 손상은 마약을 끊더라도 영구적으로 남는다. 때문에 마약을 오래 복용한 사람일수록 마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자기 자신을 절제할 수 없게 된다. ‘한 번만’이라는 단어는 대다수의 마약 말기 중독자들에게 지켜질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뇌가 아직 성숙하는 시기인 청소년·청년층의 경우 마약류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다른 세대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마약의 사회적 영향 

  마약사범의 증가는 곧 치안의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약 때문에 폭력적인 행동을 벌이기도 하고, 약물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마약사범의 경우 개인의 일탈에서 끝나지 않고 각종 중대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 2020년 9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대마초를 흡입한 운전자가 7중 추돌 사고를 내며 운전자를 포함한 7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총 사회적 비용 지출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피해 또한 막대하다. 2018년 치안정책연구소의 ‘마약류 및 유해약물의 사회적 손실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인당 10억 2천만 원, 암수율을 고려한 전체 비용은 2조 2천 억 원에 달한다. 나아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장재인 이사장은 작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2021년 국방 예산 총액은 약 52조원이었다. 국민 5,000만 명을 지키는 예산보다 추정 50만 명의 마약사범으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10배나 더 많은 것이다. 

  사회의 허점과 방안 

  - 마약 관리 업무의 비효율성 

  현재 마약과 관련된 업무는 담당 부처 없이 다양한 정부 기관과 하청에 분산된 상태이기에 효율적이지 않다. 단순 단속 업무만 해도 대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국정원 등 여러 기관이 담당한다. 10대를 위한 예방교육은 교육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마약류 해악에 대한 대국민 교육 사업은 법률상 민간재단인 마약퇴치운동본부에 맡겨져 있다. 기관들끼리 유연하게 협업하긴커녕 정보 공유조차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마약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이 사회 전반에 퍼진 상황에서 마약 문제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 역시 DEA(미국 마약단속국)처럼 한국에도 ‘마약청’ 같은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약 문제를 전담할 기관이 생기면 수사·처벌·재활의 시스템이 통합돼 원스톱으로 기능하므로 마약 단속 및 예방에 있어서 훨씬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 마약 치료 예산의 부족함 

  우리나라 정부가 마약 중독자를 위해 마련한 재활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 의료기관 운영 실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곳의 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 중 제대로 치료 실적을 내고 있는 병원은 단 2곳(인천 참사랑병원, 경남 국립부곡병원)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들의 치료보호 건수는 330건에서 280건으로, 지정병상 수는 330개에서 292개로 줄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 역시 170명에서 132명으로 감소했다. 마약 문제는 심각해져 가는데, 마약 문제를 해결해줄 병원들의 치료 실적과 인프라는 오히려 악화됐다. 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들은 정부의 부족한 치료비 지원 속에서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전국 중독환자 중 절반 이상을 치료해왔던 강남을지병원 역시 2018년에 재정난을 이유로 지정 해체를 요청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마약을 단속하고 마약사범을 처벌할 뿐, 실질적인 재활치료와 교화 과정에는 소홀하다다. 국가 차원에서 마약 예방교육과 재활치료에 충분한 예산을 투자해 재범을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약 중독자들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총 예산을 아끼고 사회 치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마약 문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 세대층에 마약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게 됐다. 사회가 마약 관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적어도 국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마약은 작게는 개인을, 크게는 사회를 파멸시키는 지름길이다. 마약은 어떤 이유로든 한 번 접하면 쉽게 끊어내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단순히 정신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마약이 퍼지기 전에 우리 사회와 개개인의 지속적인 주의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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