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이 마약좀비 도시가 된 이 유’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인터 넷을 뜨겁게 달궜다. 마약 중독자 들이 약물의 후유증에 취해 기괴하 게 굳은 자세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을 두고 언론과 시민들은 ‘영 화 속 좀비 같다’라는 평을 내렸다.

  필라델피아 일대의 마약 중독자 수는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 로 폭증했다.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 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인기 상품’으로 유행시켰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경찰 등 공권력은 단속을 사실상 포기했고, 필라델피아는 미국 전역 에서 마약이 모이고 퍼지는 근원지 가 됐다. 이처럼 공공연한 마약 우 범지대 문제는 2020년대 들어 미 국의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이렇게까지 마약 관리 문제가 악 화된 것은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 다. <마약과의 전쟁>은 미국의 대 표적인 마약 대응 정책으로, 공급 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수요를 엄벌 로 다스리는 무조건적인 강경 대응 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시 행된지 40년이 지난 현재 ‘대실패’ 로 끝났다고 평가받는다. 공급 차 질로 인해 마약의 가격이 치솟으며 마약 산업이 활성화된 한편, 마구 잡이로 범죄자들을 잡아들여 국가 의 재정과 관리는 부족해졌다. 이 로 인해 교도소는 범죄자 양산과 마약 재학습의 터로 자리잡았으며, 전과자들이 사회에 재적응할 기회 를 원천차단했다.

  미국의 선례를 보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엄벌주의는 마약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전 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황의 석 센터장 역시 “처벌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며 “단순 투약자에게는 치료와 재활 서비스 를 제공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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