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스트레스 요인 학업, 취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인포그래픽/ 김윤아 기자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존재다. 적당량의 ‘착한 스트레스’는 성취 욕구와 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과도한 불안 반응을 일으켜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대학생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정서적인 혼란을 겪는다. 또한 대학생은 대학 선택, 입학, 홀로서기, 취업 준비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난관들에 맞서기도 한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또, 정신건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떤 게 있을까?  

대학생 스트레스 해소 방법 인포그래픽/ 김윤아 기자

  추락하는 청춘 

  요즘 대학생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알아보기 위해 충대신문이 20~25세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42%) ▲취업(28%) ▲기타(14%) ▲교우관계(12%) ▲경제적 요인(4%)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 요인으로는 대외 활동, 동아리, 과제 등이 있었다. 
  특히 대학생의 취업 고민과 스펙 경쟁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4년제 대학생 2373명을 대상으로 ‘올해 휴학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6.4%가 ‘올 1학기를 휴학할 것’이라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학년이 높을수록 휴학 의사가 높았는데 ▲4학년(41.7%) ▲3학년(33.9%) ▲2학년(24.6%) ▲1학년(14.6%) 순이었다. 4학년 학생들이 휴학하려는 이유는 ▲인턴 자격증 등 취업 준비(65.6%) ▲졸업 시기를 늦춰 학생 신분 유지(19.4%) ▲군 입대(12.6%) ▲등록금 마련(10.4%)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불안감(8.6%) 순으로 집계됐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은 졸업 유예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학교 류건희(경영학·4) 학우는 “주변에도 졸업 유예 중인 지인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취준생들이 적체됐고, 현 취업 시장의 경우 재학생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스펙업의 기회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예요···’, ‘취업난이라는데 막상 경영진들은 뽑을 사람 없다 그래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나 직원을 모집하는 사람이나 모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의 취업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대학생이 지방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기업 취직을 위해 휴학과 졸업 유예를 마다하지 않는 등 자발적으로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박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혹은 적응하는 것을 포기해 도태되는 청년들도 생겨난다.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참가 영역이 좁아져 자택 안에서의 생활이 장기간 이뤄지는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본 쓰쿠바 대학 사회정신보건학 사이토 다마키 교수는 이러한 증상이 주로 20대 후반까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만 길어지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우리 사회의 20대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것이다.  

산책하고 있는 모습 적절한 동적 휴식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사진/ 김윤아 기자

  요즘 대학생의 정신건강 

  이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들로 20대 청년층의 정신건강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최근 5년간 경찰 통계 연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1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수가 2016년(1137명) 대비 2020년(1501명) 32%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감소 추이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시기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때이고 취업이나 관계 형성 같은 다양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정신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강박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청년층의 우울감이 다른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정균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대면 활동이나 취미생활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누구나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들의 정신건강 악화는 가족 문제, 사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한 이유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 ‘다들 거기서 거기’

  그렇다면 요즘 대학생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충대신문이 20~25세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복수 응답)이 44%로 가장 높았다. 영상 시청, SNS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은 각각 40%, 32%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운동, 여행은 동일하게 12%를 차지했으며 게임, 수면 등의 답변도 있었다.  
  우리 학교 공수현(유기재료공학·2) 학우는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에 대해 “한번에 긴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보니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학기 중에는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스트레스 해소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학우도 존재했다. 우리 학교 김나영(경영학·2) 학우는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봐도 뭐든 끝내고 나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것이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자체가 없는 게 아닐까’라는 허망함이 들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도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제대로 휴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 휴식, 디지털 기기와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는 휴식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 동적 휴식 
  휴식에는 몸을 움직이며 피로를 없애는 동적 휴식과 몸을 움직이지 않고 피로를 없애는 정적 휴식이 있다. 대부분의 20대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정적 휴식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동적 휴식은 우리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 온라인 학술지 플랫폼 J-STAGE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단순 작업을 실시하게 한 후 각성도와 휴식 효과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목적에 맞는 동적 휴식을 하면 육체적 피로 해소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동적 휴식에는 운동, 레저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목적에 맞는 동적 휴식이란 운동 강도를 조절하며 적절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졸음을 억제하거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은 경우 빠르게 걷기와 가벼운 조깅을 하면 된다. 휴식 효과를 얻으면서도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평소보다 느리게 걸으며 산책하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스트레스가 진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타기, 달리기, 수영,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20~30분씩 하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헬시 플레저 
  한편 ‘요즘 건강관리법’으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떠오르고 있다. 헬시 플레저란 2022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건강을 뜻하는 ‘Healthy’와 즐거움을 뜻하는 ‘Pleasure’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로 이전과 달리 건강 관리를 할 때도 즐거움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를 이어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신조어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를 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 역시 헬시 플레저를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저서 ‘2022 트렌드 코리아’에서 헬시 플레저의 유행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질병 예방 문제가 대두됐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 관리도 자발적이고 즐거운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며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드러냈다. 
  김난도 교수는 헬시 플레저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크게 ▲식단 관리 ▲피로 관리 ▲멘탈 관리 3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식단 관리의 경우 맛과 칼로리를 모두 잡은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이전에는 다이어트를 할 때 ‘원푸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등 음식의 종류를 정해 두거나 아예 먹지 않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닭가슴살을 먹거나 영양 보조제인 프로틴에 초콜릿, 딸기 맛을 첨가하는 식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로 관리다. 양질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스마트워치 등으로 수면 패턴을 관리하고 완벽한 숙면을 위한 기능성 베개를 구매하는 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운동을 할 때도 헬스 앱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운동 상황을 공유하거나 걸음 수에 따라 리워드 형식으로 기부금을 쌓는 등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멘탈 관리는 다소 무거운 정신과 진료나 상담 대신 심리 테스트, 타로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가볍게 진단한 후 불멍(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 물멍(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 등을 통해 생각을 비우는 것을 의미한다.  
  - 클래스 플랫폼 
  국내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 9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행복지수&스트레스 지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0.8%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특별한 여가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취미를 찾아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평소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취미 관련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NHN DATA는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키워드 유입 데이터와 앱 설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취미 키트와 온라인 클래스 상품을 판매하는 ‘아이디어스’ 앱 설치 수는 240만 건으로 코로나19 이후 영상 시청, 음악 감상 앱과 함께 수요가 증가했던 주요 독서 앱 설치 수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대표적인 온라인 강좌 플랫폼 ‘클래스101’ 앱 설치 수 역시 매월 증가해 지난해 초와 비교했을 때 17% 상승했다.  
  취미 관련 단어와 조합돼 유입된 키워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비즈 공예’가 가장 많았으며 ‘미술·드로잉’과 ‘마카롱·베이킹·디저트’ 키워드 유입 수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다양한 활동을 선택해 배울 수 있는 요즘, 클래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취미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건강을 ‘refresh’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오히려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나영 학우는 “예전에는 어떻게 쉴지, 얼마나 쉴지 고민했는데 그것조차도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휴식 방법에 집착하기보다 오늘 하루가 전체적으로 어땠는지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좋은 휴식과 나쁜 휴식을 가르는 것이 아니다. 한정적이고 의존적인 휴식 방법에 갇혀 있었다면 평소 해보지 못했던 동적 휴식을 시도해보거나,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아보거나, 색다른 휴식을 통해 시간을 보내길 제안한다. 우리는 한 번쯤 스트레스로 지친 정신건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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