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타임라인 1919년부터 2003년까지의 사건 정리.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우표포털서비스 사진 제공. 인프로그래픽/ 이정민 기자

  일제의 탄압과 가난 속에 열악했던 조선의 영화 제작 시기를 거쳐 전쟁의 암흑기까지 뚫고 한국 영화는 100년을 맞이했다. 이제 한국 영화는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함께 대중적인 문화 장르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매년 2억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해마다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있다. 영화계는 100주년을 맞이해 기념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영화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신설됐다. 추진위에서는 영화인과 국민들이 함께 즐길 기회를 마련하고, 한국 영화와 영화인을 재조명하는 기록물을 제작하는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기념사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100X100>이다. 남녀 각 50명의 감독이 한국 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100초 영상을 제작한다. 영화의 날 100일 전부터 공식 온라인 페이지에 한 편씩 공개되고 추후 모두를 엮어 옴니버스 영화로 제작된다. 영상 제작 외에도 ‘100년 100경’ 프로그램을 통해 기념출판물을 만들 예정이다. 카드 뉴스 형식으로 영화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기 쉽게 정리해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뒤 출간한다.
  세계의 재외공관과 국내의 국제영화제와 연계한 특별상영회도 추진위와 한국영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있다. 세계 10여 곳의 한국문화원 및 대사관 그리고 국내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10월 3일부터 열흘 간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상영회를 개최해 10편을 선정해 상영했다. 추진위의 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 안성기 배우 등 한국영화의 거장들도 초청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진위는 각종 학술대회와 연구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국제학술세미나에서는 국내외 한국 영화 전문가들과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의 한국 영화의 전망을 살필 예정이다. 디지털 복원 사업은 1949년 윤용규 감독의 ‘마음의 고향’을 선정해 한국영상자료원과 디지털 심화 복원을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복원할 예정이다. ‘마음의 고향’은 해방 이후 조선 영화의 최고봉으로 신기록을 세운 수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된 지금, 한국과 북한 영화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선정됐다.
  관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도 예정돼 있다.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뿐만 아니라 각종 아트하우스와 소규모 영화관에서 한국영화100년 기념사업의 홍보물과 엽서를 비치하고 있다. 대형극장뿐 아니라 소형극장까지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된다. 영화의 날을 기념해 10월 26일과 27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이 열린다. 영화인과 국민이 모두 다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한국 영화의 과제와 전망 
  최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진흥위)의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77.8%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했다고 답해 이런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 6월 법원에서 강제적으로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영화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모습은 그 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받던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환경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긴 성급하다. 전체적인 방향에서는 개선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19% 넘게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2016년 4.0%에서 2018년 9.0%로 성희롱을 경험한 응답자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기술 스태프와 비기술 스태프의 임금 차별도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진흥위의 보고서는 제작비 10억 원 이하의 저예산 영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스태프들의 실태가 배제돼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개봉작은 652편이지만 진흥위의 보고서 조사 대상은 63편에 불과하다.
  다양성이 결여된 극장가의 모습도 영화인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대형 투자사들의 자본이 투입되면서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흥행 안전을 노린 비슷한 플롯의 영화가 제작됐다. 배급사와 투자사가 결합한 형태의 산업도 구조적인 문제를 낳는다. 극장 규모가 큰 배급사로 작품이 몰리기 시작하고 회사 측도 자사의 영화를 중심으로 배급하면서 상영관 독점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이사장 배우 문성근도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배급업과 극장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영화계를 휩쓰는 변화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이하 OTT)는 일상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내에서는 왓챠도 세를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공룡이라 불리는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 등 각종 대형 제작사도 OTT를 준비 중이다. OTT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자사의 오리지널 작품이 특징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까지 진출했다. 당시 극장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OTT는 이런 논란을 안고 있지만 새로운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바람임은 틀림없다. 극장에서 분리된 영화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영화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세계인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한국의 영화가 자리 잡는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 한국의 문화를 알렸다.
  한국 영화는 국내를 벗어나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그 후 꾸준히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고 있을 뿐 아니라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 10번이나 초청된 홍상수 감독과 올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까지 한국 영화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국 영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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