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세다. 이 용어는 작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내걸며 공식화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을 키워드로 한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 나아가 사물끼리도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면서 ‘21세기의 석유’라 불리는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이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처리한다는 예측이다.
  18세기 중반에 이루어진 산업혁명은 직전 중세사회와 비교할 때 말 그대로 ‘혁명’이었다. 이에 견줄 때 전기와 더불어 컨베이어벨트 조립 라인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에 따른 사무자동화로 대별되는 3차 산업혁명은 엄격히 말해 생산성 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제품의 제조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체제와 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전망이다. 최초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을 보유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담론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학생들은 당장 일자리 감소 또는 소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생산성은 어느 때보다 증가하나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드는 ‘대분리 현상’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대학 역시 그 위상과 역할을 놓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산업사회의 분업화된 틀 속에서 파편화된 학문 단위 체계로는 미래사회에 대처하기 역부족인 탓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은 4차 산업혁명을 시대적 과제로 선언한 세계경제포럼의 올해 주제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소통을 통해 공감하고 협력하며 조정하는 일은 그 어느 시기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이 될 것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의 일차적 덕목은 갈수록 소통·교감·공감 능력이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비원의 업무가 단순 경비에만 있다면 이 직업은 스마트 아파트 환경에서 설자리를 잃는다. 하지만 아파트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민들의 소소한 불편을 해결하는 일이라면 지속가능하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강의를 통해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일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을 보듬고 지혜를 깨우치게 하는 스승의 역할은 여전히, 어쩌면 지금보다 더 절실히 요구된다. 대학은 지식 전수가 아닌 지식 연계와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서도 대학 졸업 후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기능인보다 빠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기초학문 역량을 갖추고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까닭이다.
  우리 대학은 대전·세종·충남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소명에 충실하면서도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방향에서 길을 찾고 있다. 이 모든 탐색과 변화는 학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을 낯설다고 경계하기보다 그것이 향하는 지점을 주시하고 머리를 맞대는 공동체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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