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섭 저, 『생성의 지역문학』 -긍정의 긍정으로서의 문학

 

  송기섭(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생성의 지역문학』(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이 출간됐다. 이 책은 지역 문학 연구의 소중한 결실이자 새로운 지표다. 저자는 이 책이 ‘지역문학에 대한 주제론적 방향을 가지며 생성은 그 내용을 횡단할 하나의 단어’라고 확인한다. 송교수는 『생성의 지역문학』을 쓰는 기간 내내 질 들뢰즈의 책들을 가까이 했음을 밝히면서, ‘생성’이 들뢰즈에게서 연원한 개념임을 암시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생성의 본질이란 두 방향을 동시에 긍정하는 패러독스다. 지역문학 논의와 관련하여 이 말을 다시 쓰면, 생성의 본질은 지역과 중앙이라는 두 방향, 즉, 지역문학과 중앙문학이라는 두 계열의 의미(불어 sens는 방향이라는 뜻 외에 의미라는 뜻도 갖고 있다)를 동시에 긍정하는 것이다. 중앙과 지역을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보는 것은 변증법적 태도다. 변증법적 방법에 대한 비판은 들뢰즈의 기본입장이기도 하다.

  들뢰즈가 변증법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니체의 긍정의 긍정 정신이다. 저작에서 송기섭 교수는 ‘자신만의 문화 정체를 창조할 전망을 담보’하는 ‘소수자의 이질적 낯설음’을 강조한다. ‘이질적 낯설음’이란 곧 차이나는 개별자들의 반복되는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힘의 의지다. 독자는 여기서 이 힘의 의지를 긍정하는, 저자의 첫 번째 긍정 정신을 만난다.

  두 번째 긍정은 생성을 대상으로 하는 긍정이다. 지역문학 담론이 태생적 공간으로 삼고 있는 장소는, ‘그것이 없으면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특정의 토포스(topos)를 지시한다. 송기섭 교수에게 있어서 장소란 지리상의 특정지역을 지시는 동시에 비물질인 ‘생성의 원천’이다. 장소는 다른 장소들과 차이를 지니며, 지역 문학 창작주체에 의해 회귀되는 시간 위에서 반복적으로 언명된다. 이 반복은 작은 것들로 영소되는 장소에 대한 사랑을, 장소들의 차이를 긍정하는 반복이다. 그리하여 낡고 ‘헐벗은 반복’이 아닌, 늘 새롭게 의미(sens)의 ‘옷을 입는 반복’이다. 여기에 송기섭 교수의 두 번째 긍정 정신이 존재한다.

  송기섭 교수의 관점은 실증적이다. 송 교수는 먼저 지난 세월 동안 지역문학의 장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기존의 창작품과 문학행위들, 그리고 그늘에 가려있던 문학 사료들에 대해 천착한다. 다른 층위에서는 지역 기반 창작품의 생산터전을 비옥하게 하는 일을 두고 고심한다. 그리고 지역문학의 미래에 대한 송 교수의 전망은 주사위 놀이에 유비해 볼 수 있다. 우연의 하늘과 필연의 땅, 지난 역사 동안 축적된 지역문학 자산이 필연의 땅에 속한다면, 앞으로 창조될 지역문학의 자산들은 우연의 하늘에 떠 있다.

  저자의 연구는 우선 필연의 땅, 이미 형성된 관계의 긍정이라는 지평에서 시도된다. 송기섭 교수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평적 시야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지역문학의 장을 내실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소통 체계 안에서 비평은 창작주체들에게 더욱 전문적이고 투철한 창작의 정신에의 결기를 자극하고 격려하며 독자에게는 지역문학 작품에 대한 감식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송 교수의 연구는 앞으로 형성될 관계의 긍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성의 지역문학』의 길은 두 방향으로 나 있다. 하나의 길은 현시된 것과 현시되지 않은 것들이 얽혀서 들끓고 있는 길이고, 다른 하나의 길은 전인미답이되 반복 위에 차이 자체로 언명될 존재들로 노정될 것이다. 긍정의 긍정 정신, 『생성의 지역문학』의 정신이다. 송기섭 교수의 『생성의 지역문학』이 적지 않은 지역문학 담론 속에서 주목되며 빛나는 이유이다.

유달상(국어국문학과 박사과장 현대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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