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fake news)와 민주주의의 위기

  지난 해 미국 대선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된 가짜뉴스가 큰 논란을 야기했다. 그것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누가 그 배후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러시아 정부의 개입설이 떠도는 가운데, 트럼프 진영과의 연계에 대한 의심도 상당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 일각에서는 자국의 중요한 정치 과정에 외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탄핵정국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근거 없고 부정확한 정보들이 어지럽게 떠돌고 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 해에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인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거나, “영국 BBC가 한국의 촛불집회는 선동 당한 국민들이 만든 최악의 결과라고 보도했다”는 식의 가짜 외신이나, “JTBC가 보도한 최신실 소유의 태블릿 pc는 조작된 것이다”거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는 절차상 하자이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거나, “박영수 특검이 여기자 성추행범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식의 가짜 내신이 일부 웹이나 SNS에서 인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영향력이 커진 배경으로는 몇 가지 요인들을 들 수 있다. 우선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대중의 뉴스 이용 행태가 변화하면서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카톡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전통 미디어들은 상업화에 따른 편파성 논쟁에 시달리면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세의 전통 미디어를 대체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들이 가짜뉴스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20세기 후반에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사회집단이나 계층 간 분열이 극대화된 것도 가짜뉴스가 번성할 수 있는 온상을 만들어준 셈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분열된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기 입장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해 소비하는 편향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뉴스가 자기 입장을 강화시켜주기만 한다면 아무리 허황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짜뉴스의 범람은 민주주의 사회에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공론장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또한 이러한 의견들이 진실한 정보에 기초할 때에만 확보될 수 있다.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 동력기관인 공론장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가짜 휘발유 같은 것이다. 가짜뉴스가 횡행할 때 사회의 분열은 악화되고 지옥 같은 현실은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먼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그 책임을 묻는 여론에 응답하고 나섰다. 구글은 광고 컷오프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뉴스의 내용이 가짜로 확인된 뉴스 게시자에 대해서는 광고수입을 배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이상의 게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가짜뉴스 필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이 중심이 되어 가짜뉴스를 단속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들과 국가기관들이 시행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이것은 탄핵 정국에서 갖가지 가짜뉴스들이 보인 폭발적인 영향력에서도 확인된다.
  그렇다고 가짜뉴스의 치명적 폐해를 생각할 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고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제의 본질에 가장 접근한 방안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계몽된 시민이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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