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스포츠과학과 교수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어요?”
   - “웃으면 웃을 일이 생깁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일에 대해 만족하는 감정이 생기면 기쁨이라는 반응이 나타나고 그 기쁨의 표현 방식이 바로 ‘웃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역으로 만들어서, 웃으면 기쁨이 생기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라고 하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지만, 이것은 그저 철학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인간은 웃는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안면 피드백 이론Facial Feedback Theory’이 바로 그것이다. 안면 피드백 이론은 미국의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Silvan Tomkins)에 의해 검증되었는데,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뇌를 자극하여 우리 몸에서는 웃을 때와 동일한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느낄 정도로 간단하게 우리의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웃음’과 ‘웃음치료’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학계 혹은 심리치료 등이 필요한 분야에서 치료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잊어버리고 웃을 수가 있을까? 잊으려 해도 잊혀 지지 않는데 말이다. 잊으려 하니까 잊혀 지지 않는 것이다. 잊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맞다.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들면 된다. 오히려 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전 여자 친구와의 추억만 떠오르고 그녀를 잊을 수 없다.
  인간은 특정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것을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Paradoxical Effect of Thought Suppression’라고 하는데, 헤어진 여자 친구를 잊으려는 노력보다는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초점 전환Focused Distraction’이 이루어져서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도 몇 년 전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큰 아픔이었다. 얼마가 지난 후,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낼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지금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다음부터는 시시때때로 가벼운 휘파람도 불고 일부러 웃으며 다녔는데, 내 상황을 잘 아시는 교수님이 내 모습을 보시더니 “뭐가 그렇게 좋아?”라고 의아하다는 질문을 던지셨다. 그 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울고 다녀요? 히히”
  꼭 그래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놀랍게도 얼마가 지난 후 나에게 왔던 그 큰 시련은 그대로 다시 큰 행복으로 돌아왔다. ‘치열한 취업난’, ‘열등감 느끼게 하는 사회’, ‘팍팍한 삶’, 이런 것들이 인상 찌푸리고 다닌다고 나아질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럴수록, 만나면 심각한 이야기나 부정적인 대화가 오고 갈 친구보다는, 웃을 일이 생기거나 웃게 해 줄 친구를 만나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이 웃게 되고 그 친구에게 정서적인 감염Emotional Contagion이 된다. 인간의 뇌는 게으르다. 그 한계를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모든 일들을 하나같이 논리적으로 처리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억지로 웃는 표정의 근육 움직임과 진짜 웃는 표정의 근육 움직임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낸다. 혼자 있을 때도 웃을 일을 만들고 생각해서 일부러라도,
웃어라!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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