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 테니스대회 우승한 우리학교 여자 테니스부를 만나다

▲사진(좌) 백기영, 김신희, 이빛나, 박소담, 박미나, 박계현 학우
  작년 런던 올림픽을 떠올려 보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활약할 때마다 국민들의 어깨도 덩달아 들썩였다. 선수가 아쉬운 판정으로 눈물을 훔칠 때 국민들은 함께 가슴을 치며 억울해 했고, 목에 메달을 걸 때는 함께 목에 힘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운동선수들이 모든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그들이 그동안 흘려온 땀과 눈물 때문이다.

  우리학교에도 다양한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은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이를 입증하듯 우리학교 여자 테니스부가 3월 15일부터 23일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회장기 전국대학 테니스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어느 봄햇살 따스한 오후, 경기를 치른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훈련에 돌입하고 있는 여자 테니스부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여자 테니스부원 중 주장 백가영(체육교육·4), 박미나(체육교육·1), 박소담(체육교육·1), 이빛나(체육교육·1) 선수와 진행했다.

  꾸준한 연습이 빚어낸 결과물
  놀랍게도 주장 백가영 선수(이하 백 주장)를 제외한 세 명의 선수들은 13학번 새내기였다. 이들은 언제라도 훈련에 임할 듯 인터뷰 당시에도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에게 소감을 묻자 대학에 입학해 처음 한 우승이라 기쁘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테니스 단체전은 4단식 1복식, 3판 2승제로 진행된다. 게다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떨어지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이들은 결승전까지 최종 3경기로 충북대, 영산대, 원광대와 경합했다. 백 주장은 “4강인 영산대와의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 단식에서 끝나지 않고 복식으로 이어지면 게임이 힘들다. 그런데 내가 단식 첫 번째 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뒤에 들어가는 선수의 부담감이 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후배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소담 선수는 부담감은 컸지만 이상하게도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승전인 원광대와의 시합도 만만치 않았다. 조그만 실수에도 치명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탄탄한 연습은 가히 빛을 발했다. 백 주장은 “주변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고 해서 부담감은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연습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감을 발휘하며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라켓을 손에 쥔 그들에게 어쩌면 우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백 주장과 김신희 선수는 지난해 개인전에서 우승을 했던 주역들이다. 백 주장은 “지난해는 개인전이었고 올해는 단체전으로 출전했다. 테니스부는 신입생에 의해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편인데, 올해 신입생들이 정말 잘해줘서 출발이 좋았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이들은 명지대 테니스부가 대부분의 우승을 가져간다며 라이벌 대학 팀으로 명지대를 꼽았다. 덧붙여 이번 체전에서는 단체전으로 한번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테니스 선수들의 학창생활
  또래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놀 때 이들은 테니스 코트를 누볐다. 학급 친구들이 펜과 책을 잡았을 때 이들은 테니스 라켓을 쥐었다. 다른 학생들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지금도 다른 학생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모든 운동종목이 그렇듯 테니스도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소담 선수는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테니스를 시작했다. “원래는 태권도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용돈을 올려준다며 테니스를 권했다. 그 때 시작한 테니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테니스 선수들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박소담 선수는 이보다 늦은 5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출발한 사람들을 가뿐히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한 박미나 선수에게 테니스는 더할 나위 없이 재밌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할 때 위기가 찾아왔다. 박미나 선수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테니스를 그만하라고 말렸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더 오기가 생겨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 때의 굳은 의지가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 테니스 코치였던 이빛나 선수(이하 이 선수)는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11살에 제대로 선수생활을 하고자 결심하고 테니스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이후 테니스부가 있는 중·고등교로 진학하며 테니스를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백 주장 역시 초등학교 4학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친한 친구 따라 시작한 테니스는 이제 그녀와 뗄 수 없는 삶이 됐다.

  슬럼프에 무너지랴 
  학창시절부터 수많은 시합에 나간 이들은 패배의 쓴 맛에도 익숙했다. 이들은 물론 어릴 때는 속상한 나머지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울어봤자 돌아오는 것이 없음을 알고 패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때때로 찾아와 그들을 방해하는 슬럼프라는 벽은 여전히 어찌할 수 없다. 백 주장은 “시합 전에 부담감이 커지면 꼭 슬럼프가 온다. 팀 전체 분위기를 흐리고 피해를 주는 걸 알면서도 고쳐지지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미나 선수는 “생각처럼 잘 안 될 때와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 풀릴 때 의지가 흐려진다. 그렇게 한번 찾아온 슬럼프는 오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 역시 “순간적으로 라켓 스윙이나 공 치는 스타일이 바뀔 때가 있다. 내가 치던 느낌이 낯설어지는 순간이면 다시 감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슬럼프가 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박소담 선수는 평소 생활이 연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사생활이 힘들면 운동에 집중을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졌다고 마냥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제법 테니스에 노련해진 이들은 각자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코치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려 애쓴다. 백 주장은 무작정 걸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주로 갑천 변을 산책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또한 박미나 선수는 주말에 친구들과 맛집을 다니면서 슬럼프를 극복하고 있었다.

  그들의 학교생활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교 내의 연습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학교 테니스부의 연습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최적이다. 이들은 화기애애하고 가족같은 테니스부의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코치 선생님이 선수들을 제일 배려해준다며 코치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다만 힘든 점은 수업과 과제 이외에 시간을 내서 연습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강시간은 고사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 유일하게 남는 시간은 주말이지만, 그나마도 시합이 있을 때는 토요일 오전에서 오후까지 연습량을 늘린다. 시합 준비를 할 때는 예민해져 공부가 안 되니, 고스란히 시험에도 영향이 미친다고 말했다.
  이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것 또 하나는 학교 테니스장의 열악한 시설이다. 백 주장은 “하드코트에서 시합을 하는데 우리학교에는 하드코트가 두 면밖에 없어서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한 팀이 연습을 하고 있으면 한 팀은 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제빙기가 없어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도 못하는 상황이다. 백 주장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한마디 응원과 격려 없이 우승만을 강요할 때에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진 곳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은 “교수님과 코치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부분이 테니스부의 존재를 모르지만, 응원 한마디만 해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던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응원 한마디는 이들을 우승의 문턱까지 달려가게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고 끝없이 배워야 하는 운동, 알면 알수록 어려워서 더 빠져드는 운동, 이들이 꼽은 테니스만의 매력이다. 가장 큰 경기인 체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도움닫기를 하고 있는 이들이 힘껏 뛰어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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