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①

  과학기술혁명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

  우리사회에서는 최근 <과학기술> 이라는 말과 함께 <첨단기술><고도기술><하이테크>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컴퓨터ㆍ정보통신ㆍ신소재ㆍ생명공학ㆍ위성통신ㆍ극소전자ㆍ로보틱스 등과 관련된 말이다. 이러한 과학기술들이 우리나라의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대학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서, 소위 <과학기술혁명>이라 불리는 금세기의 기술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과학기술>을 <과학적 기술>이라고 풀이해 둔다.
  
  1. 과학기술혁명의 개념

  20세기의 과학기술에 <혁명>이란 말을 붙이게 된 것은 1950년대의 일로서, 마르크스주의 과학사학자인 버널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20세기 전반기 과학과 기술의 혁명적 성격을 <제1차과학기술혁명>으로 나타냈다. 주1)그런데 과학이 생산에 응용되어 생산력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은 1920-30년대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게도 받아들여지기는 하였으나,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주류이론으로 수용되지는 않았다. 스탈린의 추종자들은 과학이 생산력은 아니고 단지 상부구조의 한가지 영역이라고 이해하였다. 그러다가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진 1950년대 이후에야 과학을 새롭게 평가하면서, 1961년 소련의 당강령에 정식으로 과학은 <직접적 생산력>으로 명시되었다. 이때부터 소련과 동구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은 <과학기술혁명>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이론에 의하면 과학기술혁명은 1950년대를 전후해서 서구의 선진자본주의국가와 소련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핵심은 과학이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과학-기술-생산이 유기적으로 결합했고, 이 과정에서 과학이 기술발전과 생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주2)당시의 이론가들은 과학기술혁명의 완전한 실현은 자본주의사회에서가 아니라, 사회주의ㆍ공산주의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서면서 자본주의권과 사회주의권에서 과학기술혁명의 진행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정체되면서 경제문제도 호전되지 않았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1986년 27차 소련공산당대회에서는 과학기술혁명의 진행을 방해하는 정치적ㆍ사회경제적ㆍ이데올로기적인 장애물을 극복하자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신강령에 채택하였다.
  주3)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혁명을, <과학이 사회적생산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변화되면서 이룩한 생산력의 근본적이고 질적인 재조직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주4) 과학기술혁명에서 과학과 기술은 밀접한 연관을 갖고, 과학적 기술 직접적 생산력으로 작용하며, 생산과 관리는 자동화되어 과학-기술-생산-경영등 모든 생산활동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재조직된다. 이러한 과학기술혁명을 통하여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생산력의 본질ㆍ조건ㆍ구조ㆍ구성 그리고 노동의 내용은 근본적으로 변환된다. 과학, 기술 그리고 생산이 통합되면서 과학기술혁명은 산업관리ㆍ교육ㆍ일상생활ㆍ문화ㆍ사람들의 심리ㆍ자연과 사회의 관계등을 포함한 현대사회의 생활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주5)이렇듯 20세기 후반기에 시작한 과학기술혁명은 어떠한 배경하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이룩되었을까? 지금부터 1-3세기 이전의 과학혁명 또는 기술혁명과는 어떻게 다른가.

  2. 과학기술혁명의 배경

  과학 그리고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혁명>이란 용어를 대응시킬 수 있었던 것은 대체로 17세기의 과학혁명, 18-19세기 산업혁명기의 기술혁명, 20세기 자연과학혁명 그리고 20세기 후반기를 특징짓는 과학기술혁명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양을 통하여 전근대사회에서는 수공장인과 노예들이 기술적 활동을 하였으며, 귀족ㆍ승려ㆍ군인들이 관념적 수준에서나마 자연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장인ㆍ직인, 또는 기술자들은 자연현상의 과학적 인식에 기초하여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기 보다는 경험적 지식에 의존했으며, 귀족철학자들의 관념적 과학은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고 많은 오류와 부적합한 결론에 다다르고 있었다. 기술과 과학이 가까이 접근했던 시기는 서양의 근대이후였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선구자였던 코페르니쿠스가 출간한 <천구들의 회전에 대하여>라는 책의 제목에서 사용한 <회전>이라는 천문학 용어가 <사회의 근본적인 질적변혁>을 뜻하는 <혁명>이라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혁명기의 과학사상가였던 프란시스 베이컨은 실험과학을 조직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만들기를 주장하면서, 여러가지 <기계기술>과 <기관공장>을 상상으로나마 자신의 꿈꾸었던 현상향에서 소개하고 있다. 주6)또한, 근대과학을 창시했던 일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카르트도 <모든 물체의 힘과 작용을 직인들이 여러가지 기술을 분명하게 알고, 그것들을 직인의 기술과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여, 자연의 주인과 소유자>가 되자고 주장하면서, 과학자들이 기술자로부터 배워야함을 강조했다. 이들의 노력 때문이라고는 확언할 수는 없으나, 실제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기술의 방법을 과학이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장인이나 기술자들의 실제적 방법은 과학과 결합되어 실험과학이라는 새로운 과학분야를 낳았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자들은 과학적 지식을 기술과 결합시켜 자연을 개변시키는 일에 몰두하지는 않았으며, 또한 실제 문제에서도 과학적 지식은 아직 개개의 기술로 응용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일반적이었다. 다시말하면, 17세기의 과학혁명을 통해서 발전했던 천문학ㆍ역학ㆍ광학 등에서의 간단한 규칙적 현상들과 일반적인 원리들은 실용적인 효용을 가지지 못해서 기술의 문제를 과학이 해결해 줄 수도 없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18세기 중엽 이후의 산업혁명, 특히 기술혁명에서부터는 17세기 과학혁명에서 성과를 거둔 수학적ㆍ합리적ㆍ실험적 방법과 과학하는 태도가 기술과 생산의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생산공정의 개선은 경험에 의한 시행착오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산업혁명 당시의 방적기, 증기기관의 발명 등은 과학의 법칙이나 이론을 직접 적용시킨 결과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우연과 시행착오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주7)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과학은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생산에 편입되어, 직접적 생산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혁명기의 과학은 아직 <잠재적 생산력>에 불과했다.
  19세기 중엽이후, 흔히 제2산업혁명기로 부리는 시기에 과학ㆍ기술ㆍ산업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당시에 새롭게 등장한 열역학ㆍ유기학ㆍ전자기학등은 내연기관ㆍ화학공업ㆍ전기산업으로 결실을 맺었으며, 뒤이어 철강과 금속의 영역에서도 과학의 내용은 기술에 직접 응용되었다. 기술에 대한 지식이 과학화 되면서 기술과 생산을 다루는 학문인 공학(기술과학)이 과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즉, 과학은 기술과 결합하여 직접적 생산력으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은 기술과 산업의 광범한 영역에까지 유기적인 생산력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고, 전기산업과 화학공업등 일부분야에 치우쳤으며, 수학ㆍ이론물리학ㆍ생물학과 같이 당시의 기술과 무관한 과학적 활동은 대부분 생산과 산업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원자물리학은 원자에너지에, 반도체이론은 컴퓨터에, 유전학은 유전공학에 응용되면서 자연과학은 새로운 분야에서 기술과 결합했다. 또한, 20세기의 수학ㆍ생리학ㆍ정보이론등은 인공두뇌학을 만들어냈고, 컴퓨터공학은 기계기술과 결합하여 과학기술혁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자동화기술과 극소전자기술을 낳았다. 이론적 지식으로서의 과학은 이제 새로운 기술과 생산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과학ㆍ기술ㆍ생산이 과학기술혁명에 의해 긴밀하게 융합하면서 과학이 직접적 생산력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3. 과학기술혁명의 전개

  과학적 기술혁명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금세기의 과학기술혁명은 생산기술, 특히 생산과정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가. 대부분의 생산활동은 원료의 변형, 원료와 중간 생산들의 이전, 생산활동의 통제로 이루어지는데, 과학기술혁명의 단계에서는 변형의 자동화가 먼저 확대ㆍ심화되고, 이어서 <이전>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나아가 <변형>과 <이전>양자를 <통제>하는 자동화가 이루어진 다. 이러한 자동화를 통하여 이전의 생산과정에서 인간이 담당했던 제어와 조정기능은 기계로 대체되어, 생산에서의 인간의 위치와 역할이 변화되었다. 숙련노동자의 정신적 노동은 탈숙련화되고,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은 분리되었으며 생산의 중심이 직접적 생산에서 연구ㆍ설계ㆍ개발로 바뀌면서 기초ㆍ이론 연구자ㆍ연구개발자ㆍ공정설계자ㆍ프로그램개발자 등의 사회적 필요가 증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자동화는 인간의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을 덜기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서는 실업과 인간성 소외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즉, 현대 과학기술혁명의 방향이 완전자동화, 무인공장으로 나가아가고는 있으나, 자본주의하에서는 이윤추구의 메카니즘과 공급과잉의 위험으로 과학기술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이유로해서 과학기술혁명은 자본주의 생산하에서는 오히려 <잠재력>생산력으로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과학기술혁명이 본래의 직접적 생산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산관계가 변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주8)현재와 같은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의 과학기술혁명은 과학기술자와 노동자는 물론 자본가에도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사회주의혁명이 실패한 지금, 자본주의하에서 생산력의 질곡으로까지 작용한다고 비판받는 과학기술혁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시킬것인가에 관심이 보아지고 있다.

  4. 과학기술혁명의 과제

  과학기술혁명은 우리 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로서, 우리가 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종사하든지 자동화된 생산현장에서 로보트와 함께 일을 하든지 대량생산된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소비자로 남든지 간에, 과학기술혁명의 흐름속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과학기술혁명은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을 자연의 구속에서 해방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과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하고 구속하는 힘으로도 작용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을 창조하는 과학 기술자와 그것을 생산에 적용하는 생산 노동자와 생산과정에서 이윤을 얻어야 하는 자본가가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기술혁명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과학기술 혁명을 추구하다가 무너진 사회주의 체제처럼 자본주의도 사라질 것인가. 이러한 과제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당사자를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교양인과 미래의 인간학을 연구하는 인문ㆍ사회과학자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1)J.D. 버널 지음, 김성연ㆍ이덕희, 김상민 옮김, <과학자>현대편, 한울, 1988, 22쪽.
  2)홍성옥, <과학, 기술 그리고 과학기술혁명><사상문예운동>, 제4호. 91쪽
  3)알렉산더 안치슈친 지음, 김성환 옮김, <사회주의의 미래와 과학기술혁명>, 푸른산, 1990, <서문>참조.
  4)서울대 자연대ㆍ공대 자치회(1988). <현대사회와 과학기술혁명>(제1회 공과대 대학원자치회 연합심포지엄),n.p., 5쪽
  5)P.N. Fedoseev, <Social Significance of the Scientific and Technoligical Revolution : Social Aspects, ed.Ralf Dahrendorf et al., London : Sage Publication, 1977, p.88. 조동기, <한국사회의 (과학기술혁명)과 계급구조의 변화> <현대 한국의 생산력과 과학기술> 문학과 지성사, 1990, 149쪽, 재인용
  6)홍성욱, 앞의 글, 85쪽
  7)A.A. Kusin and S.V. Shukhardin, 산지준용ㆍ김광불이부옮김, <현대과학기술혁명론>, 대월서점, 1974, 3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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