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각오로 농산물 시장개방압력을 극복하자

  임신년 새해는 농민의 한숨과 분노로 시작되었다.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추곡 전량수매와 쌀 수입에 반대하여 <쌀야적 투쟁>을 펼치고 있다. 가트의 둔켈 사무총장이 작년 12월 21일에 쌀시장개방을 포함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초안을 제시하고,  <협상 초안은 최종협상문안이며 각국은 내년 1월까지 이를 모두 받아들이던지 전면 거부할 것인지를 양자 택일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아와 쌀을 포함한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과 우루과이 라운드에서의 미국 지지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을 반대하는 것은 농민만이 안다. 농협중앙회가 벌이고 있는 <쌀수입 개방반대 범국민서명운동>은 불과 40여일만에 이미 1천3백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산하 10개 소비자단체도 부시의 방한에 즈음하여 농산물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농산물시장개방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온 국민이 쌀을 포함한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미국의 개방압력이 부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농산물에 대한 모든 수입제한조치를 철폐하고 관세화(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액을 관세로 부과하고 관세액을 점차 줄여가는 것)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이미 획득하고 있는 기득권(미국은 가트 웨이버 조항을 이용하여 14개의 농산물을 가트에서 합법적으로 수입제한하고 있음)을 포기할 의사는 없다. 미국 상원의원(100명)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64명의 의원이 이미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은 어떠한 경우라도 미국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제농산물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주범인 농산물 수출보조금에 의한 덤핑 수출을 중지할 의사도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명백한 가트 위반인 미국통상법 슈퍼 301조를 폐지할 의사는 조금도 없으며, 자국이 경쟁력없는 공산품에 대해서는 수출자율규제라는 미명으로 불공정무역을 하고 있다.
  미국 외교의 기본이 힘에 의한 강압외교임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최근 미국은 걸프전쟁의 승리와 소연방의 해체를 계기로 더욱더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안하무인격의 힘의 논리를 쌀시장개방 압력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쌀 재배농가는 1만호 그 가운데서 우리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계통의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3,000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쌀 총생산액은 약 9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나라 농민은 두텁게 보호하면서 이런 정도의 미미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체 농민의 85%가 종사하고 있는 우리의 주식이며 문화의 뿌리인 쌀농사를 위협하는 미국의 후안무지한 쌀시장개방압력은 패권주의에 다름아니다.
  우리가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국내문제에 있다.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이미 40%를 밀도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율을 10%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의 생존이 소수의 곡물메이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농산물을 더 이상 외국에서 사먹을 여유도 없다. 국제수지는 90년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1년에 국제수지적자는 98억달러, 외채는 400억달러에 달하였고 금년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국제수지적자의 주요한 원인이 89년의 농산물수입자유화예시기획 이후 무분별한 농산물수입증대에 있음을 시사해야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계기로 한 미국의 농산물수입개방압력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최대농산물인 옥수수에 대해 주정부의 보조를 빼고도 61가지의 연방정부 보조를 지불하는 식의 농업보호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한 미국의 개방압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 농산물은 개방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약간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을 같이 나누면서 대국적인 관점에서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합의와 정부의 확실한 의지만 있으며 개방압력은 극복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최대의 과제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최근 정부와 재벌에 의해서 여론조작되고 있는 농산물시장개방 불가피론이나 대세론을 물리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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