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풍토의 개선은 의식전환으로부터

  3월24일자로 국회의원 선거일이 정해지면서 선거분위기는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자유스러운 선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사회에서 과거에 비해 민초들의 위상이 한결 높아졌다고 주장해도 별 무리가 없을 줄 안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는 온 국민들의 잔치이어야 하고 축제이어야 한다. 또한 4년간 이 나라의 국정을 주도해 나갈 선량을 우리 손으로 뽑는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온 국의 마음속에 가득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나라의 국운이 내가 행사하는 표 한장에 의해 좌우된다는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선거가 좋은 일이 아니라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널리 팽배해 있다. 더 나아가 각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지도자들의 언행, 행하지도 못할 빌 공자 공약의 남발, 특정정당이나 특정인을 매도하는 저질스러운 험담들, 국밥 한그릇에 오락가락하는 주권, 후보자들을 타락의 길로 유혹하는 유권자들의 한심한 작태 등등이 오늘의 신문이나 방송들이 다루는 정치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온 국민의 축제이어야 하고 모든이들의 자긍심이 고양되는 사건이어야 하고 이 나라의 국운을 내가 결정한다는 소망의식이 한껏 심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선거가, 어쩌다가 이렇게 추하고 우울한 행사로 전락되어가고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책임이라는 말인가! 어떤이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부패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이는 유권자들에게서 그 책임의 일단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썩은 정치인과 썩은 유권자들의 상승자유에 의해 선거관이 오염되어 간다고들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아름답지 못한 선거관의 책임을 일부 부패한 정치인들이나 일부 썩은 유권자들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책임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특히, 반성해야 할 사람은 입이 있어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부정을 보고도 눈을 감고 사는 사람들, 비리를 들어도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오늘의 바람직하지 못한 선거풍토에 대해 많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진짜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야 할 지성인들이야 말로 많은 각성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성인들은 입으로만 정의를 부르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지성인들은 자신의 사고와 판단, 그리고 행동 하나 하나가 선거풍토 개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역사의식과 소명의식에 투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은 아닌가. 막상 자신에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대학인들은 모름지기 이 나라의 진운이 결정되는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하여, 지성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로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인 모두가 정치판에 뛰어 들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신성시 되어야 하고 축제로 여겨져야 할 선거가 죄악시되고 냄새나는 행사로 인식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학인 각자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