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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곳으로 이끄는 어쿠스틱 멜로디에피톤 프로젝트&재주소년
송민진 기자 | 승인 2012.10.22 11:17|(1058호)

   
 
  ‘무엇을 잃어버리셨습니까? 여기는 유실물 보관소입니다’. 에피톤프로젝트의 첫 정규앨범 <유실물 보관소>자켓에 적혀 있는 글귀다. 마지막 트랙 ‘유채꽃’의 연주가 끝나는 순간, 바쁜 삶 속에서 흘리고도 몰랐던 기억들이 양 손에 가득 쥐어진다. <유실물 보관소>는 바쁜 삶 속 감정의 유실물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자, 잃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을 잃고 난 후 찾아온 상실감에 내미는 따뜻한 손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일상성에 담긴 기막힌 추억의 울림으로 대중의 감성을 두드린다. 6월 발매된 2집 앨범의 타이틀곡 ‘새벽녘’을 비롯한 수록곡 열 곡은 별다른 프로모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됐다. 삭막한 오늘, ‘당신은 이것도 잃었고, 이것도 어딘가에 두고 왔고, 이건 이렇게 잊고 살고 있다’고 조근조근 위로하는 멜로디 앞에 냉철한 감상의 태도로 일관하기란 쉽지 않다. ‘봄으로 가자, 우리 봄에게로 가자, 지난 겨울 밤 흘렸던 눈물을 마저 씻고 다시 그대와 날 뜨겁게 반기던 봄에 가자’(손편지), ‘무엇을 찾으려 했었는지 한참을 뒤적거리다 다시 닫으려 했을 때 먼지가 앉은 기억들이 고개를 살며시 내밀었다, 흔적을 열었다’(서랍을 열다), ‘스쳐가는 모든 풍경 속에서 마주하는 그대와의 기억들, 시간은 이제 벌써 봄이 됐구나’(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나 솔직히 무섭다, 그대 없는 생활 어떻게 버틸지’(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선물하는 기억의 편린들은 마음껏 그리워하고 애달파할 수 있는 다락방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한편,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순간들의 이야기다. 이 앨범은 보컬 차세정의 긴 여행기를 담은 빼곡한 에세이 한 권과 같다. ‘터미널’, ‘이제, 여기에서’, ‘국경을 넘는 기차’, ‘떠나자’ 등의 수록곡들에는 수많은 타인들과 만나고, 스치고, 헤어지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설렘이 구석구석 담겨 있다. 
   
 
  기억에 노크하는 솜씨에 대해 얘기하자면 재주소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기타를 잡은 그들은 유독 유년과 어린 시절의 연애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노래하는 모던 포크 듀오다. ‘나의 자릴 찾아가 교과서를 보는 척하며 내가 바라본 곳은 이분단 셋째 줄에 앉은 아이, 그 앨 좋아하게 된걸까? 어느새 미소를 짓는 나 그리고 해맑게 웃는 너’(이분단 셋째 줄), ‘무작정 길을 따라 걷다 멈춰선 학교, 아이들 뛰노는 소리 아련하게 들려올 때 함께 뛰놀던 내 친구들도 하나 둘씩 바다를 건너 떠나갔었지’(소년의 고향), ‘텅빈 운동장에 앉아 붉게 해가 지는 곳을 보며 나의 유년에게 인사하네, 두고 온 마음을 사랑을, 하염없이 철이 없었던 그 친구가 기억나지 않아’(유년에게)가 그런 곡들이다.
  꼭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도, 그들의 노래에는 다시금 꺼내보는 지난 날에 대한 일상적인 성찰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좀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장 이름난 곡인 재주소년 데뷔 앨범의 ‘귤’이 그렇다. ‘찬 바람에 실려 떠나갔던 내 기억 일년이 지나 이제야 생각나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나는 얼마나 고민했었나’라는 가사는, 누구나 있는 별 것 아닌 일로 끙끙 앓아본 날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 하는 고민들도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라는 얘기니, 손 안의 노란 귤 하나가 뜬금없이 건네는 위로 치곤 꽤나 따뜻하다. 추운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요즘, 에피톤 프로젝트와 재주소년이 들려주는 기억이 흐르는 멜로디와 함께 가을의 끝자락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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