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

  국민들은 변화를 기다려왔다. 이번 14대 총선은 우리의 정치현실에 대하여 국민들이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3당합당으로 국회의석의 3분2를 훨씬 넘는 70%를 차지했던 민자당은 이번 선거의 결과 과반수에도 못미쳤다.
  이러한 민자당의 참담한 패배는 3당합당으로 이루어진 민자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사실상 국민투표를 의미를 갖고 있다. 4년전 여소야대라는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그동안 3당야합을 통하여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중들의 정당한 요구들을 무참히 짓밟아논 민자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다시 여소야대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해 광역의원선거 결과에 우리는 얼마나 실의에 빠졌던가? 그러나 14대 총선의 결과 현명한 우리국민들은 이제 지배세력이 제도언론매체들은 통하여 교묘하게 만들어낸 허구적 안정논리와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더이상 썩고 부도덕한 정권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민자당은 이번 선거에 담긴 국민의 여망을 겸허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자신의 패배를 단순한 선거전략의 착오나 선거운동과정에서의 악재때문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심판이 좀더 가혹하게 내려졌으면 더 적게 얻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깨닫고 친여 무소소속의 분별없는 영입으로 안정의석을 확보하면 별 문제없다는 식의 발상을 버려야한다.
  민주화 시대를 열어가는 집권당으로 개혁과 화합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지역감정을 악화시킨 책임을 철저히 반성하고 지역패권주의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의 골은 아직도 깊게 남아있다. 그러나 그것의 해를 위한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특히 대전ㆍ충남지역에서도 공화계가 거의 전멸하여 김종필씨의 '중부권 역할론'은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통합야당인 민주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에는 못미쳤으나 서울에서 민자당을 압도하고 경기ㆍ충청지역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영남지역에서는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번선거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지역성을 극복하고, 당내부의 비민주적 운영방식을 개선해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중산층의 보수화경향에 영합하지 말고 진보적 혁신세력의 의견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민주세력과의 연합을 기하여 국민의 여망인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민중당의 의회진출이 좌절되어 해산하게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에 국민당이 지역구 당선자 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예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국민당은 '여당도 야당도 싫다'라는 견제의 의미에서 국민들이 표를 주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민정당 정권과 원칙에 벗어난 야합을 하지 않을가하는 우려를 씻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자당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서 이번 선거는 우리사회의 정치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민주화를 위한 우리들의 희생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변혁의 주체로서 대학인들은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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